박제된 세상을 겨냥한 철학자들의 돌직구,
섹시한 그들의 뇌구조 커밍아웃이 시작된다!
무릉도원의 실제 무대인 중국 장가계에서 펼쳐지는 까칠하고 직설적인 철학 공개토론!
“인간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철학적’으로 답하기란 쉽지 않다. 두꺼운 개념서를 들춰보면 답이 나올까? 글쎄, 애초에 철알못(철학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니체가 뭐라고 했는지, 관념론이니 유물론이니 알게 뭔가? 인문학 바람이 불고, 서점에는 ‘쉽게 철학하자’는 책들이 나와 있지만 ‘철학’이 주는 무게감은 여전히 우리를 데면데면하게 한다. 하지만 숨 쉬기처럼 우리는 누구나 철학을 ‘하고’ 있다. 단지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저자는 철학을 전공자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착각에서 우리를 끌어내린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나 선택과 결정의 갈림길 앞에 선 청년들에게, 나아가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가고자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니체’와 ‘포이어바흐’라는 19세기 현대철학을 이끈 두 철학자를 장가계라는 무대 위로 불러내어 토론회를 벌인다. 흔히 ‘망치를 든 철학자’ 혹은 ‘다이너마이트를 손에 든 철학자’라 불리는 감성적인 철학자 니체, 그리고 그보다 훨씬 선배로서 ‘유물론의 포문을 연 철학자’라 일컬어지는 이성적이고 인간애 넘치는 철학자 포이어바흐라는 결이 완전히 다른 두 철학자들이다. 독자들은 이 두 사람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때로는 서로를 독려하며 펼쳐나가는 토론의 현장을 지켜보며 유물론과 관념론의 흐름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들이 현대철학과 인식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예술 형식을 통해 철학을 전달하다
철학과 예술은 ‘인간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준다. 그러나 철학과 예술이 걸어가는 길은 다르다. 철학이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인간의 오성을 자극한다면 예술은 구체적인 형상을 통한 인간의 감각을 자극한다. 예컨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접근하는 경우, 철학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 사회적 특성, 심리적 특성, 종교적 특성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결론을 내리는 반면, 예술은 피와 살이 있는 구체적인 인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철학이 이성적으로, 예술이 보다 감성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위의 두 영역을 통섭하고자 한 멋진 시도이다. 이 책에는 오늘의 서양철학을 있게 한 인기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해 니체와 포이어바흐의 생애는 물론 이들의 인간관, 종교관, 예술관, 정치관, 도덕관, 여성관 등에 관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쟁을 벌인다. 살아생전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활동했던 철학자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논점에 공감하고 비판도 서슴지 않는 장면들의 연속은 이 토론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예술적인 상상력과 철학의 객관적 진실이 촘촘하고 다채롭게 직조되어 있다.
경직된 한국 철학계에 경종을 울려라
이 책에는 ‘장가계 철학포럼’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서양철학을 다루면서 왜 낯선 중국 지명이 붙어 있을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에는 포이어바흐에 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에는 포이어바흐 전집이 번역되어 있어 그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다. 또한 유럽에서 토론이 개최된다면 한국이나 중국은 제외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중국의 장가계를 토론장으로 택했다. 무릉도원의 실제 무대인 이 곳에서 주인공 니체와 포이어바흐 외 많은 철학자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에 관해 자신들의 생각을 나눈다. 이 논쟁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철학과 종교의 관계다. 철학과 종교의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을 때 어중간한 철학이 나타나 철학의 올바른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 니체와 포이어바흐의 신념이며, 이는 저자의 신념이기도 하다. 또한 유물론과 관념론의 문제도 등장한다. 같은 무신론철학자이면서도 니체는 관념론적이고 포이어바흐는 유물론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자로 참여하는 강물은 저자의 별칭이다. 저자는 과학적인 현실을 중시하는 유물론과 인간에게 이상을 심어주는 관념론이 균형을 이루어야 철학이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고 동시에 올바른 사회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인류의 철학이 신화적인 사고를 비판하는 유물론적인 성찰에서 시작되었으며 유물론은 중세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자본주의 사회를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철학은 너무 관념론에 치우쳐 있다. 한국철학의 유물론은 봉건통치계급의 억압, 일제의 탄압, 해방 후의 반공이념 등으로 정상적인 발전을 하지 못했고 그것은 시민혁명은 물론 민주적인 사회발전도 가로막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관념론 일변도에 머물고 있는 한국철학에 대한 경종의 의미를 지닌다.
장가계 철학포럼 프로그램
토론은 총 아홉 개의 세션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세션은 니체와 포이어바흐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 논한다. 유년시절과 삶에 있었던 큰 사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건들을 살펴보는 시간이다. 이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두고 벌이는 사르트르와 야스퍼스의 논쟁은 첫 번째 세션의 백미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철학자들의 주요 사상을 다룬다. 두 철학자의 세계관을 논하며 엥겔스, 아퀴나스,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등의 철학자들이 서로의 논지에 공감하고, 또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철학과 종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진다. 냉철한 시각으로 종교를 비판하는 철학자들의 모습에서 종교가 민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다음 세션의 주제는 정치다. 두 철학자들이 어떤 정치적 이상을 지향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맑스의 정치관과 비교해본다. 다섯 번째 세션에서는 도덕을 이야기한다. 루소가 포이어바흐, 홀바흐가 니체의 도덕관에 의문을 제기하며 토론을 이끌어간다. 여섯 번째 세션은 예술, 일곱 번째 세션의 주제는 여성이다. 룩셈부르크, 보부아르 등 여성해방운동의 선구자들이 니체의 여성관을 반박하며 토론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여덟 번째 세션은 전쟁과 분단을 이야기한다. 한반도 분단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과 철학자들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럼에 참여한 세계 유수의 철학자들과 일반 패널들의 물고 물리는 설전이 이어진다. 일반 참여자들은 각 세션의 말미에 의견을 개진하거나 철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토론 중 두 번의 인터미션이 주어지는데, 과열되었던 토론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새로운 토론이 시작되기 전 참여자들이 한숨 돌리는 시간이다. 독자들은 장가계의 천혜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 「천문호선」을 관람하고,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천문호선」의 장예모 감독이 아끼는 배우 공리와 장자이가 두 철학자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는 모습은 인터미션의 하이라이트다. 노신(루쉰)의 총평을 마지막으로 포럼이 막을 내리고 나면 독자들은 낯선 철학 용어를 정리하거나, 〈함께 토론해보자!〉 코너를 통해 친구들과 못 다한 토론을 진행해볼 수 있다. 또 주요 철학자들의 스티커를 이용해 역할극을 해보거나 〈스티커보드〉에 붙여보는 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
국체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 한국의 철학자 사회자(강물)
유물론의 아버지이자 이성적 사고로 유명한 포이어바흐
다이너마이트로 불리는 정열의 철학자 니체
무위자연을 존중한 동양 철학의 시조 노자
문답을 통해 진리를 찾았던 소크라테스
서양철학의 기초를 다진 아리스토텔레스
지동설을 주장하다 화형당한 브루노
아는 것이 힘이라고 외친 프랜시스 베이컨
독일 관념론의 아버지 헤겔
프롤레타리아 혁명가 맑스
민중애와 투쟁 정신으로 무장한 노신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로맨티스트 사르트르
여성해방운동의 선구자 보부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