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길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먼 길을 찾아가야 했다. 책 한 권을 구하기 어려웠고, 배움을 위해서는 스승의 문하를 찾아야 했다. 지식은 제한되어 있었고, 배움의 기회는 소수에게만 허락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들면 세계 최고의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몇 초 만에 원하는 정보를 정리해 주고, 복잡한 질문에도 놀라운 속도로 답을 제공한다.
인류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시대를 맞이했다.
배움의 문은 그 어느 때보다 넓게 열려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묘한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는 배우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한다. 선택지는 넘쳐나지만, 선택의 기준은 희미하고, 길은 많아졌지만,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지식을 얻는 방법은 배웠지만, 지혜를 배우는 방법은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되었고, 교육 수준은 높아졌으며, 과학기술과 문화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는 깊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청년들은 미래를 불안해한다.
기성세대는 세대 간 단절을 이야기한다.
가정은 흔들리고 공동체는 약해지고 있다.
갈등은 많아졌고 신뢰는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었지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는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나 정치적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이면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우리는 누구에게 삶을 배우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스승은 존재하는가?
과거의 스승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삶으로 가르쳤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이론보다 실천으로 증명했다. 제자의 가능성을 믿었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보다 제자의 성장을 먼저 생각했다.
스승은 기술을 전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내는 존재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승에게서 학문만 배운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배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그 가르침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고, 때로는 한 시대를 바꾸기도 했다.
우리 역사 속에는 그러한 스승들이 존재했다.
제자를 사람으로 키운 스승들이 있었고, 민족의 미래를 준비한 교육자들이 있었으며, 자신의 삶 자체를 교과서로 남긴 어른들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교육자가 아니라 시대의 등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런 스승을 얼마나 만나고 있을까?
학교에는 교사가 있다. 그러나 스승은 드물다.
가정에는 부모가 있다. 그러나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어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치와 경제, 종교와 교육의 영역에도 영향력 있는 인물은 많다. 그러나 마음으로 존경받는 사람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전문가는 늘어났지만, 스승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성과와 경쟁이 중요해지면서 교육은 점점 기술이 되었고, 관계보다 결과가 우선시되기 시작했다. 존경보다 효율이 강조되었고, 인격보다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 바로 사람을 사람답게 성장시키는 가르침이다.
이 책은 단순히 교육 제도의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책이 아니다.
학교를 비판하거나 특정 세대를 탓하기 위한 책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함께 질문하려 한다.
왜 스승은 사라졌는가?
스승이 없는 사회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그리고 우리는 다시 스승을 세울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교육만의 질문이 아니다.
가정의 질문이기도 하고, 사회의 질문이기도 하며, 결국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스승은 특별한 직업이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성장에 책임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의 상당 부분은 지도자의 부재가 아니라 스승의 부재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제도와 정책만이 아니다.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만드는 것은 결국 가르침이다.
이 책은 잃어버린 스승을 향한 작은 탐색이다.
과거를 무조건 그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재를 비난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가오는 미래 속에서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에게 배운다.
기술은 발전해도 삶의 의미는 여전히 사람을 통해 전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스승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단순한 해답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누군가는 자신이 만난 스승을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품게 되기를 바란다.
그 다짐이야말로 스승 없는 사회를 바꾸는 가장 작은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현제에서
송면규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