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탄압으로 권력을 지키려는 자의 비참한 최후
독재 정권과 민주주의에 관한 가장 날카로운 보고서
권위주의를 무너뜨릴 정치적 도구에 관한 치열한 통찰
소련공산당정치국 10년 연구·콩고민주공화국 현장 연구
인권 활동가, 반체제 인사, 반군 지도자 인터뷰 100여 회를 통해
독재의 태생적 한계와 민주주의의 새 가능성을 밝히다
★ 이코노미스트 선정 2024 최고의 책 ★
“독재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 김만권(정치철학자), 해제
◎ 도서 소개
2025년 3월,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산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는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을 ‘독재화 진행 국가(Autocratization Country)’로 평가했다. 특히 한국은 올해 들어 ‘자유민주주의’ 지위가 박탈되며, ‘선거민주주의’ 나라로 분류되었다. 연구소가 정의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시민적 자유 보호, 법 앞의 평등, 행정부에 대한 사법·입법적 통제”가 보장되는 국가이다.
냉전 이후 “2012년까지 폐쇄적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12퍼센트 미만”(37쪽)으로 자유민주주의 모델이 승리하며 새로운 표준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다시 부상하는 양상이다. 같은 연구소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22년 만에 처음으로 권위주의 정권이 집권한 국가가 91개로 민주주의 국가(88개)보다 많았다. 동유럽의 헝가리와 폴란드에서는 2010년대부터 권위주의가 진행되었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지난 2~3년 사이 극우 정당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 역시 다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그렇다면, 권위주의 정권은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가? 굳건하게 보이는 독재자의 권력은 언제 어떤 계기로 무너지는가? 그들이 몰락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마르첼 디스주스(Marcel Dirsus)는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국가는 어떻게 살아남는가』(필로스 시리즈 41번)에서 위 질문을 다루며, 현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며 소련공산당정치국 등 독재체제를 10년간 연구했고, 현재 킬대학교 안보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콘라트아데나워재단 테러리즘및안보상설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지내며 민주주의 회복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인권 활동가, 반체제인사, 반군 지도자를 포함한 다양한 인물과의 인터뷰 100여 회를 통해 독재체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권위주의를 무너뜨릴 도구와 그 방법에 대해 독창적이고도 실증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이코노미스트》는 2024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김만권 정치학자는 책의 해제에서 “비상계엄 이후 새로이 민주주의를 정비하고 구축해야 할 지금, 꿈틀대는 독재의 망령을 제압해야 할 바로 이 순간이 이 책을 열어 볼 가장 적합한 때”라고 추천했다. 민주주의가 다시 독재의 유혹과 경쟁해야 하는 이 시기,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는 현재의 정치 담론에 반드시 짚어야 할 주요한 논점을 제공하는 필독서가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얼핏 보면 이 통치자들은 미친 것 같다. 확실히 정상적인 인간들은 아니다. 이들은 대체로 나르시시스트이고 때때로 사이코패스이면서 거의 항상 무자비하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대다수가 이성적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신을 놓지 않았다. 이들이 운영하는 체제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생각해 보면, 대통령 궁에서 부를 축적하는 동안 대중을 고문하고 죽이고 굶주리게 하는 전략은 합리적이다. 이것이 그들이 생존하는 방식이다. ― 35쪽(서문 황금 권총의 역설)
여기에는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한편으로 물러나기를 원하는 독재자는 권력을 손에서 놓았을 때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유능한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 반면에 독재자를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유능한 후임자는 독재자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종종 후임자는 물러나는 독재자를 완전히 짓밟아 버린다. 자존심 강한 독재자가 전임자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데 만족할 리 없기 때문이다. 횃불을 넘겨주려는 독재자는 종종 그 불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상처를 입지 않고 자리에서 내려올 수 없다면, 이미 트레드밀에 올라선 독재자에게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까? ― 53쪽(1장 독재자의 트레드밀)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정권 중 다수가 석유나 가스, 다이아몬드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런 천연자원을 채취하는 일은 수익성이 상당히 높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무능해도 수익을 올리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석유 채굴은 고되고 어려운 과정이다. 석유를 채굴하려면 정부는 고도로 정교한 기술과 방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투자금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고 이미 훈련된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독재자에게 유리한 점이다. 석유는 수익성이 아주 높은 상품이라서, 거대 외국 기업에 유전을 팔면 그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석유 시추? 그들이 다 해낼 것이다. 석유 정제? 그들이 할 수 있다. 운송? 걱정할 필요 없다. 석유 채굴로 수백만 달러, 수천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대 외국 기업들은 기꺼이 모든 일을 처리할 것이다. ― 93쪽(2장 내부의 적)
쿠데타는 항상 격렬하고 폭력적이라고 대중들은 오해한다. 쿠데타 중 일부는 확실히 폭력적이다. 하지만 군인들 간의 충돌이 발생하거나 군인이 민간인에게 직접 발포하는 쿠데타를 목격한다면, 그건 무언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 외부의 적과 싸우도록 훈련받는 군인들은 국내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데 저항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군 내부의 분열로 이어진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이 문제는 정당성 상실과 관련된다.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일이며, 일부 사회에서는 영웅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권력을 잡으려고 자국민, 즉 군인이나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는 일은 어떤가? 영웅이라 불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결국 잔인한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 142쪽(3장 군사집단 약화하기)
이밖에도 독재자가 맞닥뜨릴 수도 있는 문제가 또 있다. 일부 분쟁에서 반군을 진압하는 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들거나 아니면 진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독재자가 반군 집단을 현금이나 지원금으로 매수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히 반군과 독재정권 간의 문제라면 양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돈을 주고) 전쟁을 끝내는 게 나을까? 그게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일까, 아니면 전투를 계속하는 게 나을까? 이 두 가지가 유일한 선택지라면, 반군의 ‘충성’을 얻기 위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1세기형 내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골치 아프고, 거의 항상 외부 세력들이 결부되어 있다. ― 179쪽(4장 반군, 총, 돈)
독재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가 공식적인 전쟁만은 아니다. 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의회 승인이나 총리 연설 뒤에는 그림자의 세계가 존재한다. 외국의 강대국들은 겉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해 놓고도 뒤로는 독재자를 제거하려 할 수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 독재자의 반대 세력을 훈련시키거나, 무장 집단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정적을 살려 두거나, 쿠데타를 모의하는 세력에게 힘을 실어 주어 독재자에게 맞서게 할 수 있다. 냉전 시대를 돌아보면 독재자에 대한 위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 196쪽(5장 외국의 적과 국내의 적)
국민이 독재자의 통치를 용인하거나 더 나아가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은 독재정권이 다른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는 환상을 심어 주는 것이다. 왜 비민주주의국가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분명한 선거에 수백만 달러를 쓰는지 궁금한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 나라 국민과 다른 국가에 정권이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명백한 거짓말로 국민을 설득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국민이 깨어 있는 모든 순간에 선전을 퍼붓는 것이다. 신문을 읽을 때마다 정권이 읽었으면 하는 내용을 읽게 하고, 텔레비전을 켤때마다 정권이 보았으면 하는 내용을 보게 한다. 라디오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독재자에 대한 개인숭배보다 더 강렬한 선전은 없다. ― 227-228쪽(6장 총을 쏘면 패한다)
잔인한 지도자를 암살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허용된다면, 또 다른 몇 가지 어려운 문제가 제기된다. 독재자이기 때문에 독재자를 죽이는 이들과 사적인 이익을 위해 독재자를 죽이는 이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사적 이익을 위해 독재자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면, 독재자 살해와 테러리즘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테러리스트가 폭력을 사용하는 이유는 폭력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들에게도 공포심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 살해도 마찬가지일까? 상황에 따라 다르다. 독재자 살해는 다른 이들에게 비슷한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일일 수 있다. 반면 순전히 국가 헌법 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 독재자 한 명을 제거하는 일일 수도 있다. ― 259쪽(7장 다른 선택지는 없다)
여기서 독재자를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주요 주장 중 하나가 제기된다. 바로 독재자를 무너뜨린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독재자의 몰락 이후에 상황이 더 나아질 수도 있지만,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전 장에서 살펴본 거의 모든 내용은 확률을 기반으로 한다. 지속가능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높은 정권 교체 유형이 있을까? 그렇다, 분명 그런 유형은 존재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정권 교체 방식의 성공 확률이 3분의 2 정도로 위험부담이 클 때, 정말 주사위를 던져야 할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 350쪽(9장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