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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버스 극장》은 《포트노이의 불평》에 버금가는 망나니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다. 비참한 인생에 대한 두려움으로 섹스에 몰두하다 결국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본능에 빼앗겨버린 아이러니한 삶이 아닌가. 필립 로스는 참 이런 꾸질한 똥통 속에서도 살겠다고 허우적거리는 남자들의 삶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주인공 미키 새버스는 인형극 예술가와 대학 강사를 하다가 성추문으로 몰락한 64세의 노인이다. 그는 13년 동안 불륜 관계를 이어온 드렌카와 온갖 변태적인 성행위에 탐닉하며 살아왔지만, 드렌카가 암으로 죽자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결심한다. 매일 그녀의 무덤을 찾아가며 죽음을 생각하던 그는 자살한 옛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30년 만에 뉴욕을 찾는다. 뉴욕에서 그는 오래전 실종된 첫 번째 아내 니키를 떠올린다.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했던 니키는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미키는 그녀를 찾아 헤매다 결국 뉴욕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은 뉴욕에서도 죽음에 대한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친구 노먼의 집에 머물면서 노먼의 대학생 딸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심지어 노먼의 아내까지 유혹할 수 있을지 상상하며 다시 삶에 대한 집착을 드러낸다. 결국 딸의 속옷을 훔친 사실이 들통나 집에서 쫓겨난다. 다시 죽음을 결심한 미키는 가족 묘지를 찾아 자신의 무덤 자리와 비석을 마련하고, 어린 시절의 바다로 가 생을 마감하려 한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100세 친척 피시와의 대화, 그리고 전쟁에서 죽은 형 모티의 유품 상자를 발견하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형의 편지와 유품을 보며 그는 아직 정리하지 못한 삶이 남아 있다고 느끼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아내 로즈애나마저 다른 남자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결국 갈 곳을 잃은 미키는 다시 드렌카의 무덤을 찾아가고, 생전 그녀와 즐기던 기괴한 행위를 하다가 드렌카의 아들에게 발각된다. 죽음과 삶 사이를 오가던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살하지 못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여전히 분노하고 욕망하고 두려워하는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이 소설은 단순히 늙은 색정광의 추락기를 그린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형의 죽음 이후 무너진 어머니를 보며 자란 미키에게 성욕은 쾌락이 아니라 슬픔에 잠식되지 않기 위한 생존 방식이었다. 그래서 그는 평생 망가지고 추락하면서도 끝내 삶을 놓지 못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미키는 죽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 그가 증오하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는데.“라고 생각한다. 결국 《새버스 극장》은 죽음을 갈망하면서도 끝내 살아남고 마는 인간의 집요한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동안 이어지는 노골적인 성 묘사와 불쾌할 정도로 추잡한 행동들은 읽어내려가기 곤욕스러웠지만, 자기의 슬픔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몸부림치는 불쌍한 인간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________ 고대까지 거슬러올라가고 르네상스로부터 오늘로 곧장 달려오는 유서 깊은 현재—늘 시작되고, 결코 끝나지 않는 이 현재가 바로 새버스가 포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버스는 그 끝도 없는 면이 역겹다고 생각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죽어야 한다. 그러니 어리석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한들 어쩔 것인가? 두뇌라는 것이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안에도 자신이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두뇌라는 것이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종류의 삶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어리석은 삶을 살아갈 운명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여기에는 사적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미키 새버스—그래, 인간 역사를 구성하는 770억의 얼간이들로 이루어진 그 선별된 무리 가운데 단 하나뿐인 그 미키 새버스—가 상심하여 반쯤 웅얼거리는 “누가 염병할 신경이나 써?” 하는 말로 자신의 하나이자 유일함에 작별을 고할 때 그의 눈에는 어린아이 같은 눈물이 고인다. 새버스의 극장 | 필립 로스, 정영목 저 #새버스의극장 #필립로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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