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로
남의 고통을 함께하며
용서와 화해로
임의 어린양이 되기 위해서
이제, 예수를 살려야 한다
오늘 죽은 예수는
나로 인한 것
■ ‘시인의 말’에서
북극해에서 밀려온 빙하의 깊이를 보기위해 바다에 머리를 박고 한참을 유영했다. 한라산에서 불어 온 바람 타고 백두산 천지에서 굽어 본 우리 산하가 얼마나 멋있는지 가슴이 시원하다. 어제 친구와 마신 술이 해장국과 더불어 헤진 내장을 위로하고 있다. 꿈과 정열로 젊음을 불태워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지 몇 해가 지났지만 마음은 항상 하늘만 날고 발은 땅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이제 시작해야 한다. 하느님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 한 사람이라도 더 보듬어 안고, 한 줄의 기도라도 더 바치고, 한 사람이라도 더 하느님을 알게 하는 일, 외면하고 지나는 형제에게서 예수님을 볼 줄 아는 심미안(深美眼)을 가져본다.
2009년 이맘때 『그림자놀이』라는 첫 시집을 내고 매년 출간해야지! 하는 바람도 접고 이제야 제2시집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성숙하게 키워온 것이 바람과 신앙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1부에서는 나의 신앙을 고백하면서 기도문과 평소 가지고 있었던 신앙에 대한 물음표를 어떻게 표현하고 갈무리해야 하는가? 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집을 통해서 일부나마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사고의 폭을 넓힌 것이 아닌가?
그리고 성지순례를 하면서 순교자들에 대한 존경과 그분들의 신앙에 대해서 고민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하얗게 지내온 밤을 기억해 봅니다.
2부에서는 우리 지역에 대한 사랑과 웃어른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우리 동네를 꿈꾸며 함께 고민하고 효를 실천하는 참이웃으로 성장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습니다.
3부에서는 꽃향기에 취해서 평소 좋아하고 사랑했던 꽃과 나무를 나의 분신처럼 생각하면서 나의 현실과 이상이 어우러지는 꿈의 나라로 함께 동반하는 생각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4부에서는 시를 쓰면서 늘 꿈꾸던 이상과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한계성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모든 시인들이 꿈꾸는 이상과 시적인 표현이 세상 사람들을 녹여 내리는 감동적인 언어의 표현, 함께하는 공감각, 여러 가지 사회적 요소들에서 실존적 자아의 경험, 그것들을 나 자신에게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내면화시키는 것이 내면화를 스스로 성찰해서 아집과 타성을 버리고 ‘집합적 지성’으로 중지를 모으는 일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5부에서는 저의 인생에서 술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많아서 몇 편 함께 했습니다. 시성 이태백이 좋아하셨던 만큼 저도 그렇게 술을 좋아하나 봅니다. 함께하면 즐겁고 대화가 풍부해지고 함께하는 모든 지인들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아마 술의 여신이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리고 시 「꼬막」은 안주 삼아 올렸습니다. 이 시는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의 어느 식당에 표구되어 벌교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회자된 시입니다.
덧붙여 짧은 생각 긴 여운이라는 느낌으로 단상들을 올렸습니다. 어느 주제이든가 1분 이내의 스치는 느낌을 적어서 올린 글입니다. 생각이나 표현이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독자들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고맙겠습니다.
글을 쓰는 데 묵묵히 바라보는 아내 구정인 여사에게 늘 고맙고 감사하며, 나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준 보석 같은 존재들 용성, 용남, 용희에게 잘 자라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해설을 해 주신 임노순 교수님, 추천사를 써 주신 친구 시인 공광규 시인에게도 감사합니다. 출판에 도움을 주신 청어출판사 이영철 사장님과 편집부 방세화 팀장님과 직원들 모두에게 감사하며, 주님의 은총 속에서 행운과 평화가 항상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 ‘추천사 – 시와 정치는 무관한 것이 아니다’에서
시와 정치는 무관한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르고 환하게 하려면 정치가 발라야 한다. 정치를 바르게 하려면 시인도 정치에 참여를 해야 한다. 물론 신앙인도 세속 정치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시인이자 신앙인인 친구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이미 공자는 시를 배워도 정치와 외교업무를 주었을 때 일처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소용없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시를 잘 배우면 정치와 외교업무를 잘 할 수 있으며, 마땅히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 ‘해설 - 개혁을 꿈꾸는 작은 성자의 노래’에서
박철 시인은 따로 묶은 서른 편의 신앙시 앞에 ‘나의 신앙을 고백하며’라는 서브타이틀을 붙였지만 이미 개인적 차원의 고백을 넘어 개혁을 위한 대안의 제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의 진정한 기능이 사회 전반의 현상을 직시하고 통찰하며 재해석하여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것이라면 분명 박철 시인은 이 기능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어 믿음이 간다
■ 작품 소개 - ‘작음에 대한 고찰’
큰 물건을 들 줄 몰라서가 아니야
개미가 먹이를 많이 가져갈지 몰라서가 아니야
잘게 부순 이유
조근조근한 이유
한 번에 하면 얼마나 쉬운 줄 몰라
그릇이 작은 걸, 넘치면 소용없는 걸
세상일이 그런 거야
보이는 것이 작은데, 먼 데가 보이나
잡히는 것이 작은데, 큰 걸 만질 수 있나
폭풍보다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좋은 걸
강물보다는 시냇물이 좋은 걸
항구보다는 포구가 좋은 걸
세상일이 그런 거야
한꺼번에 먹어 치우면 체하고 마는 걸
한꺼번에 해치우면 탈 나고 마는 걸
쉬엄쉬엄 걸어가야지
달도 보고, 별도 보고,
기지개 한번 켜고
이슬도 맞으면서
천천히 천천히 가는 거야
한번씩 웃어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