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개혁군주 정조는
어떻게 분열된 나라를 통합했는가?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안정된 지도자
정조의 78가지 정책 질문
조선의 대표적인 개혁군주 정조가 신하와 유생들에게 나라의 정책 등에 관해 질문한 <책문(策問)>을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 풀이한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가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책문>은 왕이 신하와 유생들에게 나라의 정책과 나아갈 방향에 관해 연구와 대책을 주문한 사료(使料)로, 이 책은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 제48권∼제52권에 실려 있는 78가지 책문 전체를 현대적 관점으로 풀어 쓴 것이다. 시대적 차이와 왕실의 문체라는 벽에 의해 쉽게 읽을 수 없었던 기존의 『홍재전서』와 달리,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는 인문 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 온 신창호 교수가 정조의 <책문>을 쉬운 우리말로 완역한 최초의 단행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앞으로 함께 정치를 펼쳐 나갈 인사들과 함께 인재등용, 문예부흥, 민생과 복지, 균형발전 등 모든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자 했던 기록으로서, 정조가 꿈꾸던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과 최고지도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담고 있다. 대책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지도자의 관점과 생각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항상 신하들에게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독려했던 최고지도자로서의 정조를 재발견하도록 한다. 이 책에 드러난 정조의 진지한 성찰과 민생을 향한 치열한 태도, 인간의 올바른 길을 추구하면서 함께 힘써 나라를 바르게 운용하려는 모습은 혼란스러운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충분한 울림을 준다.
대탕평, 사회 통합을 위한 지도자의 마음가짐
분열된 나라를 이끌어야 했던 정조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사회는 양반만이 과거를 통해 중앙관직에 진출할 수 있고, 노론과 소론의 당파에 따른 당쟁이 극심한 시기였다. 하지만 정조는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를 갈망하여 적극적인 탕평책을 실시하였고, 당파에 구애받지 않고 인물과 실력 중심의 관리를 등용하는 대통합정책을 펼쳐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경제적․ 사회문화적 부흥기를 이끌었다.
사회 안정과 균형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정조는 모두가 맡은 바 직분을 다하여 찬란한 봄과 같은 활력이 넘치는 나라를 바랐다. 각 책문은 환곡의 병폐와 관리의 폭정을 막고 나라의 균형발전을 꾀하던 정조의 애민정신은 물론이고, 국가의 자원이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노인을 공경하고 절기를 따르는 풍습이 바른지 등에 대해서도 살피던 지도자의 세심한 마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멀리 떨어진 함경도와 제주도 등지의 지방 특성에 맞춘 정책에 관해 자문을 요청하고, 문화와 함께 군사․ 안보적으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대목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의 안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경전 공부와 시와 음악 등의 예술, 문체의 사용과 천문 등의 과학에 관한 책문에선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학자군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민심을 화합하고 혁신을 선도한 지도자 정조의 모습을 통해, 이상적인 인본주의적 지도자상을 되새기게 한다.
소통과 신뢰가 가능한 참다운 나라
역사로부터 오늘날의 혼란을 풀 해법을 찾다
인문 정신의 활성화와 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고려대학교 신창호 교수는 지금의 시대정신과 한글문화에 맞게 고전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로 「한글 사서」시리즈를 펴냈던 그는 한 사회의 어른, 민주사회에 맞는 민주시민, 지도자의 올바른 마음가짐 등 지금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지침을 준다고 확신하며 정조의 <책문>을 우리말로 옮겼다. 언어와 시대가 다를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정조의 박학다식함이 묻어나는 <책문>을 일상적인 우리말로 풀어쓰기가 쉽지 않아, 대중적인 저서로는 최초의 번역이라 할 수 있다.
정조의 리더십을 오늘날 우리가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회 통합과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는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혜안과 통찰로 모든 사안의 본질을 보고 올바른 질문을 통해 거듭 고민하여 국정과제를 풀어 나갔던 지도자로서 정조에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이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었으나, 백성을 정치의 근본으로 인식한 민본(民本)에 기초하여 더 나은 나라를 추구하는 사회라는 점은 같았다. 때문에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에서 보이는 정조의 열정 어린 리더십과 사람을 향한 마음은 많은 정치․ 사회적 혼란을 수습해야 할 오늘날의 사회 현실에도 충분히 대입할 수 있다.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하여 지도자의 올바른 정치철학,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국가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정치政治에서 ‘백성을 다스린다.’는 의미의 ‘정政’은 ‘올바르게 다루거나 바르게 만든다.’는 ‘정正’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정치는 단순하게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 지배자가 힘없는 백성을 상대로 군림하는 양식이라기보다는, 세상의 ‘부정不正’을 바로 잡으려는 인간의 행위로 귀결된다. 유교를 삶의 핵심으로 받아들인 조선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정조의 경우, 조선 후기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제왕의 위치에 있었지만, 지배자로서 피지배자인 백성 위에 군림하려는 생각을 내세우기보다 백성의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려는 통치자로서 리더십 확보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 「올바른 정치를 향한 소망」 (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