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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 상세페이지

축복받은 집

  • 관심 2
소장
종이책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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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0원
출간 정보
  • 2013.10.10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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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4.9만 자
  • 12.1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60902121
ECN
-
축복받은 집

작품 정보

2013년 맨부커상 최종심 후보 작가,
줌파 라히리의 퓰리처상 수상작 『축복받은 집』


2013년 9월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 『로랜드The Lowland』로 영국 맨부커상 최종심과 미국 내셔널북어워드 본심에 오르며 작가로서 자신의 자리를 굳힌 줌파 라히리의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로써 『이름 뒤에 숨은 사랑』(2004)을 시작으로 『그저 좋은 사람』(2009)을 펴내며 줌파 라히리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한국 독자에게 소개한 마음산책에 그의 전작이 모였다. 『로랜드』(가제)는 2014년 상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첫 소설집으로 1999년에 오 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 문학상, 2000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단에 등장한 줌파 라히리도 어느덧 데뷔한 지 십 년이 훌쩍 넘은 중견 작가다. 단편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각 두 권씩 번갈아 발표하며 자신의 문학 이력을 차곡히 쌓은 그의 문학사는 단순히 작가 한 사람의 문학사가 아니라 미국 문학, 세계문학 전체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이민자 문학’은 없다며, 그런 문학이 있다면 ‘거주자 문학’이 따로 있느냐고 반문하는 라히리의 목소리는 정체성을 규정당하기를 거부하는 문학 본연의 목소리 자체다. 미국인이라는 말도, 인도인이라는 말도 어색한 인간 줌파 라히리의 의구심 가득한 시선이 특유의 담담한 필체와 만나 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보기 드물게 우아하고 침착한 작가”의 “세련된 등단집”이라며 극찬을 받은 『축복받은 집』에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그저 좋은 사람』 『로랜드』를 관통하는 줌파 라히리의 문제의식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그 묘미를 번역가 서창렬의 새로운 번역으로 맛볼 수 있다.

각 단편을 읽고 나면 그 인물들과 함께 장편소설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라히리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뉴욕타임스 북리뷰]

수록된 모든 소설이 뛰어난 소설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 있다.
- [샌디에이고유니언트리뷴]

익숙하지만 낯설게 본다
경계에 선 자의 날 선 시선


서른셋의 젊은 나이에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집으로 ‘미국인’의 정체성이 아닌 ‘미국에 사는 사람’의 정체성 문제를 주로 다루면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례적인 이력은 쉽게 주류, 비주류로 단정할 수 없는 그의 독특한 문학적 위치를 잘 말해준다. 많은 작가들이 천착해온 화두를 다룬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를 주류의 자리에 놓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화법으로 낯선 느낌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비주류의 자리에 놓기도 한다. 그렇기에 표제작 「축복받은 집」을 비롯해 이 책에 실린 아홉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다.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토박이로 자란 그의 경계인적 위치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제는 식상한 말일지도 모를 ‘경계인’이라는 말은 줌파 라히리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띤다. 어쩌면 경계인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의 대표 주자인지도 모른다.
아이를 사산한 부부 사이(「일시적인 문제」), 속한 국가는 다르지만 같은 말을 쓰는 지인 사이(「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 아이가 다 컸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자식 사이「센 아주머니의 집」), 불륜 관계인 연인 사이(「섹시」) 등 『축복받은 집』에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 사이에는 서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처가 있다. 작가는 이들 사이에 서서, 그리고 이들과 독자의 사이에 서서 ‘통역사’를 자처한다.

“그것 말고요. 다른 직업인 통역사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 사이엔 언어 장벽이 없잖습니까. 통역사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에게 이 얘기를 절대 하지 않았겠죠.”
- 「질병 통역사」에서

그러면서 아주 사적이고 한정된 의미를 지녔을지도 모를 개개인의 질병을 만인의 질병으로 각인한다. 저마다 불행한 사정은 다르지만 각자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비슷하며, 그 근본적인 원인도 결국은 비슷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이제 그는 그녀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를 하려고 무척 애써야 했다. 그녀가 음식 접시에서, 아니면 교정지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게 하는 이야기를 하려면 말이다. 결국 그녀를 즐겁게 하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그는 침묵에 개의치 않는 법을 배웠다.
- 「일시적인 문제」에서

각 작품은 특정 화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지 않았기에 건조해 보이면서도, 대화 사이에 예기치 않은 신랄함이 번뜩인다. 떠나온 사람과 정박한 사람 사이, 떠나온 사람과 떠나온 사람 사이, 정박한 사람과 정박한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저마다 남 이야기 하듯 그려지며, 그 안에서는 어김없이 길들여진 사람과 낯선 사람이 만난다. 낯선 사람은 길들여진 사람들로부터 보살핌을 받기도 하고(「비비 할다르의 치료」) 배척당하기도 한다(「진짜 경비원」). 서로 길들여진 사람들이 멀어지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이 서로를 길들이기도 한다(「축복받은 집」). 이들은 부부 사이로, 연인 사이로, 부모 자식 사이로, 친구 사이로 다양하게 명명되지만, 결국 서로에게 낯선 사람일 뿐이다.

그럼에도 삶은 놀랍다
아이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면


“아줌마는 섹시해요.” (…)
“그게 무슨 뜻이니?” (…)
아이가 갑자기 부끄러워하며 고개 숙였다. “말할 수 없어요.” (…)
입가에 손나발을 만들더니 조그맣게 말했다. “그건 알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 「섹시」에서

낯선 사람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익숙한 장소와 언어를 새롭게 환기한다. 「섹시」에서 미랜더는자 데브에게서 ‘섹시하다’는 말을 듣고 설레는 기분을 느낀다. 그런데 같은 말을 어린아이 로힌에게서 듣고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데브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의례적인 그 말을 로힌은 마치 진실한 애정의 언어인 것처럼 건넨다. 아이와 대화하며 미랜더는 자신이 새롭다고 느낀 데브와의 관계가 상투적이고 가벼운 불륜 관계일지 모른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익숙한 일상어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이러한 환기는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어린아이의 시선을 지녀야만 가능하다.
줌파 라히리 식 ‘낯설게 보기’는 「센 아주머니의 집」에서도 드러난다. 인도에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온 센 아주머니는 미국 아이 엘리엇보다 나이가 곱절이 넘게 많지만 생활은 더 어리숙하다. 개인의 대소사를 함께하는 인도와 달리 어린 나이에도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한 미국의 삶이 익숙지 않다. 남편은 센 아주머니가 운전면허를 따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아주 많아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이 기이한 곳에서 그가 가고 싶은 곳은 없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너무나 무관심한 곳에서 센 아주머니는 길들고 싶지 않다. 자신에게는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는 센 아주머니를 통해, 어린 엘리엇이 오히려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매일 아침 지루한 울음소리로 잠을 깨우는 갈매기들도 지금은 물을 박차고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에 엘리엇은 흥분되었다.
- 「센 아주머니의 집」에서

한편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에서 말라는 남편의 전 하숙집 주인인 백인 할머니의 “굉장하군”이라는 외침 속에서 동질감을 감지한다. 한곳에서 백 년을 넘게 산 할머니에게 여전히 놀라운 일이 있고 여전히 새로운 일이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하는 장소에 떨어져나와 모든 게 새로운 말라에겐 위안이 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젊은이?”
나는 깜짝 놀랐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전혀 망설이지 않고 소리쳤다. “굉장해요!”
그러자 말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 눈은 즐거움으로 반짝였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에서

그러나 줌파 라히리는 이 놀라움을 질병의 치료약으로 삼으면서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아는 한” 치유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무언가에 이미 길들여진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느끼는 경이로움을 온전히는 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줌파 라히리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지닌 이들을 “애틋한 아픔”이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결코 이어질 수 없는 낯선 사람과 길들여진 사람 사이에서 끊임없이 통역의 한계를 느끼며 괴리를 극복하고자 한다. 한계와 극복 사이에서 줌파 라히리는 ‘그럼에도’라는 반전을 품으며 문학을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경계에 서 있는 그의 시선은 언제나 한계를 포착한다. 그 한계가 또 어떻게 문학적 언어로 탄생할지, 우리가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추천의 글

줌파 라히리의 소설은 가족, 친구, 연인 등 모든 인간관계에 내재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폭력’을 섬뜩하게 드러냄으로써 사랑보다 더 깊은 관계의 심해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하여 그의 소설은 결국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 ‘그럼에도 뜨겁게 사랑하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이토록 아프지만, 이토록 불안하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있는 오늘이야말로 우리 생애 최고의 축복이니까.
- 정여울 문학평론가

작가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국적
영국
출생
1967년 6월 11일
학력
보스턴 대학교 대학원 박사
보스턴 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바너드대학교 영문학 학사
경력
프리스턴 대학교 교수
미국문예아카데미 회원
수상
프랭크오코너 국제단편소설상
'뉴욕타임스' 선정 2008년 최우수 도서 10
퓰리처상
펜/헤밍웨이 문학상
오헨리 문학상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줌파 라히리, 박상미)
  •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줌파 라히리, 이승민)
  • ALONE(얼론) (에이미 션, 줌파 라히리)
  • 로마 이야기 (줌파 라히리, 이승수)
  • 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이승수)
  •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이승수)
  •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박상미)
  • 저지대 (줌파 라히리, 서창렬)
  • 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서창렬)

리뷰

4.4

구매자 별점
31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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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들 속 인물들은 대체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 말, 자기 고통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의 충돌들. 유산 혹은 고향을 떠나온 경험, 남편의 아이가 아닌 아이를 남편 몰래 키우며 생기는 죄책감. 결혼하고 싶지만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고독감. “우리, 그거 하자.” 쇼바가 갑자기 말했다. “뭘?” “어둠 속에서 서로 얘기하기.” “어떤 얘기? 난 농담 같은 거 모르는데.” “아니, 농담 말고.” 쇼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전에 얘기한 적이 없는 것들을 말하는 건 어떨까?” 어둠을 틈타야만 겨우 살금살금 하고싶은 말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부부사이라는 것은 그저 눈물겹다.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눈물겨운 소통의 부재라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들. 마지막에 수록된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에서는 인도인이면서 미국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린 아버지가 아들을 향해 날리는 격려의 말이 담겼다. 이런 각박하고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아버지의 삶, 뭐 이런. 비록 달나라에 가서 발자국 남기고 오는 우주비행사가 아니더라도 자기 삶을 착실히 꾸려가는 것 역시 대단한 역사일 수 있다는 것. “ 그 우주 비행사들은 영원한 영웅이기는 하지만, 달에 겨우 몇 시간 머물렀을 뿐이다. 나는 이 신세계에서 거의 삼십 년을 지내왔다. 내가 이룬 것이 무척이나 평범하다는 것을 안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 고향에서 멀리 떠난 사람이 나 혼자뿐인 것도 아니고 내가 최초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지나온 그 모든 행로와 내가 먹은 그 모든 음식과 내가 만난 그 모든 사람들과 내가 잠을 잔 그 모든 방들을 떠올리며 새삼 얼떨떨한 기분에 빠져들 때가 있다. 그 모든 게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나의 상상 이상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 축복받은 집 | 줌파 라히리, 서창렬 저 #축복받은집 #줌파라히리 #마음산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읽기 #퓰리처상수상작

    geo***
    2024.08.04
  • 인도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줌파 라히리는 이 책,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으로 퓰리쳐 상을 받았다. 작가가 쓴 모든 작품에 인도인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인도의 문화와 정치적 격변이 작품 속 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배경과 인물은 작가의 경험에 의존하지만, 주제는 보편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이 얼마나 복잡미묘한지 보여주면서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나는 인도 (이민자)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도 이내 매혹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한 단편이 끝날 때마다, 가볍지 않은 울림을 느꼈고 여운은 짙었다. 첫 작품 <일시적인 문제>는 가까운 사이에서 마음을 터놓는 일이 그들 관계를 좋게 만들기도,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통은 불가사의하다. 누군가와 진심으로 소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묘하게 어긋나기도 하고, 여행지 바에서 낯선 이와 영혼이 통한다고 느끼며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어렵게 온 기회를 잡아 진심을 전해도 상대가 의식조차 못할 때가 있으며, 진실이 관계를 끝장내기도 한다. <질병 통역사> 역시 소통이 가족 간에도, 다른 지역에 사는 다른 계층의 사람 사이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각했다. 흔히 관심을 갖고 마음을 열어 상대를 받아들여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맞다. 그런데 이게 다일까? 소통이란 무언가를 주고 받는 일이다. 내용이 있어야 한다. 내가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무엇과 상대 역시 내게 주고 싶은 어떤 것이 필요하다. 이 내용은 관계의 증진, 위안, 사랑, 상처주기, 이해와 같은 목적을 가진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주려는 마음은 소통이 아니다. 내용과 목적은 서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주고 받을 수 있다. 설령 주고 받는다 하더라도 서로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소통이 아니다. 변화는 체념과 포기를 할 때 비로소 일어난다. 내가 믿었던 일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 믿음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소통이 시작된다. 마음을 주고 받는 일은 제로썸 게임이 아니지만 더하기만 하는 일도 아니다. 마음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일은 내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가능하다. 소통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진심 혹은 진실이 상처만 남길 확률이 더 크다. <일시적인 문제>, <질병 통역사>, <축복받은 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통을 시도한 사람들은 결국 상처를 입고 만다. 줌파 라히리는 이 책에서 소통불가능만 보여주지 않는다.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에서는 피르자다 씨가 전란에 휩싸인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을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전이 격해질수록 피르자다 씨를 둘러싼 사람들이 단일한 모습을 통해 그를 지지하는 진심을 전한다. 작가의 아버지가 모티브가 된 마지막 작품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에서는 백 세가 넘는 고령의 미국인 할머니와 이민자 주인공 남자가 맺는 특이한 관계를 따스하게 묘사한다. 소통의 양상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듯 삶도 여러 면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때론 냉철하게, 때론 따스하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인도계 이민자들의 삶이 멀리 한국 독자의 가슴에 들어오는 이유다. 특수한 삶에서 보편의 모습을 무리없이 이끌어낸 작가의 솜씨가 탁월하다. 책을 덮고 이민자들의 삶이 더욱 극적인 이유를 생각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나 소수자들은 동일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는다. 그들의 삶을 하나로 덮어버리는 문제는 너무나 크다. 그래서 강고한 집단 의식을 바탕으로 뭉칠 수 있다. 대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하거나, 싸움에서 패배했을 때에는 단단했던 결집이 무너지면서 단단했던만큼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서로를 찌르며 상처를 준다. 너그러움과 관용은 이들이 가질 수 없는 덕목이다. 용서와 화해는 승자와 권력자만 베풀 수 있다. 이민자들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그들의 삶은 동질성을 추구하는 구심력과 그들을 둘러싼 외국의 환경이 자아내는 원심력이 교차하는 한 가운데 있다. 이 힘들은 안정적이지 않아서 태양을 도는 지구처럼 일정한 궤도를 따르지 못하고 심하게 요동친다. 이 상태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갈등과 아픔을 만든다. 저자의 탁월함은 이런 특수한 상황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엮어낸 데에 있다. 혐오가 만연하는 대한민국에서 살다보니 나 또한 어느새 혐오에 물들어 있다.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거부하는 감정이 들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혐오 대신 넓은 세상을 관조하는 마음이 그리워졌다.

    kra***
    2018.08.03
  •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편 소설들입니다. 마치 '화수분', '상록수' 같은 한국 근대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미국이라는 나라에 정착한 인도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와 아련함이 느껴졌거든요. 일상의 감정들을 잘 잡아내시는 작가분이네요. 읽으면서 즐거웠습니다.

    yar***
    2017.05.01
  • 띄어쓰기가 알맞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읽을 때 거슬리네요. 내용이 이해가지 않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요. 책 자체 내용에 대해선 아주 만족하며 읽어내려 가고 있는데 잘못된 띄어쓰기가 감상을 해쳐요. 수정해주셨으면 좋겠네요.

    rac***
    2016.11.10
  • 평이하지만 미세하고 섬세한 감정선들로 풍부한 읽기가 되었어요.

    gon***
    2016.04.23
  •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이어서 신선하다는 느낌. 끝이 허무한 단편들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몰입하며 읽을 수 있음. 분위기를 쉽게 상상하도록 만들어주는 단편들이 많음

    cli***
    2016.02.10
  • 축복받은 집은 정말 잘 짜여진 그물같은 단편글이 촘촘히 한권을 채워넣고 있다. 미국에서 사는 인도인들의 생활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국적을 떠나서 우리의 삶을 채우는 흐트러진 관계들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부부는 어쩌면 가장 내밀한 체험을 같이 했지만 가장 쉽게 멀어지는 관계일지도,,

    ywc***
    201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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