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 셋이 있다. 외모와 지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둘은 모든 면에서 경쟁자, 어느 것이든 빠지는 하나는 그들의 중재자다. 중재자이자 작품의 화자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된 두 친구의 지나친 경쟁심을 곁에서 지켜봐왔다. 학업과 놀이 나중에 연애까지 경쟁을 벌이던 두 친구의 치열함은 투명 인간 실험을 놓고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정반대의 방법으로 투명성이라는 목표에 다가서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국……
<책 속에서>
돌아보면 참 특별한 우정이었음을 깨닫는다. 우선 로이드 인우드, 키 크고 날씬하고 균형 잡힌 몸매에 신경이 예민한 흑발이었다. 그 다음은 폴 티클론, 키 크고 날씬하고 균형 잡힌 몸매에 신경이 예민한 금발이었다. 이 둘은 색만 빼고 모든 면에서 서로 판박이였다. 로이드의 눈은 검은 색. 폴의 눈은 파란색이었다. 흥분하면 로이드의 얼굴색은 올리브색, 폴의 그것은 심홍색을 띠었다. 그러나 이 색의 문제를 빼면 이 둘은 꼭 닮았다. 둘 다 신경과민에다 극도로 긴장하고 인내하는 성향이었고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 이 남다른 우정에 관여된 사람은 삼인이었다. 이 세 번째는 뚱뚱하고 땅딸막하고 게으른 남자로, 말하기가 내키진 않지만, 그게 바로 나다. 폴과 로이드는 서로 타고난 경쟁자였고 나는 그들 사이의 중재자가 될 운명이었다. 우리는 셋은 함께 자랐고, 나는 매번 두 친구가 서로를 겨누는 분노의 일격을 받기 일쑤였다. 그들은 늘 경쟁하면서 기를 쓰고 상대를 이기려고 들었다. 그리고 일단 이런 경쟁에 빠져들면 둘 다 끝없는 분투와 열정을 다했다.
이런 강한 경쟁심이 흔히 나타나는 것은 학업과 놀이에서였다. 만약에 폴이 『마미온』(스코틀랜드의 작가 월터 스콧의 시―옮긴이)의 한 구절을 외운다면, 로이드는 두 구절을 외웠다. 이로써 폴이 세 구절로 응수하고, 로이드도 역시 네 구절로 응수하면서 결국은 둘 다 시 전체를 외우게 되는 식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사건은 물살이 잔잔하고 깊은 곳에서 벌어졌는데, 그들 평생의 경쟁에서 비극적인 함축성을 지닌 사건이라 하겠다.
이 소년들은 3미터 수심의 웅덩이에서 다이빙한 뒤 바닥에 나 있는 수생식물의 뿌리를 붙잡고 누가 더 오래 잠수를 하나 시합을 벌였다. 폴과 로이드는 함께 물속에 들어갈 때까지 서로를 조롱했다. 나는 결기로 굳은 그들의 얼굴이 물속으로 사라지더니 재빨리 밑으로 잠수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섬뜩하고 불길한 전조를 예감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물결이 잦아들면서 웅덩이의 수면은 평온하고 잠잠해졌다. 그런데 공기를 찾아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흑발도 금발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점점 더 조바심이 났다. 숨이 가장 긴 소년이 세웠던 최고 기록이 깨졌지만 여전히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위로 올라오는 거품들이 그들의 폐에서 나오는 호흡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위로 또르륵 올라오던 그 거품들이 보이지 않았다. 1초가 천년만년이었고 그 긴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나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