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보물섬』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고딕 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듯이 스티븐슨은 스코틀랜드의 고딕 전통에 강렬한 자취를 남겼다. 장편뿐 아니라 스티븐슨의 단편들도 고딕 소설을 대변하는 하나의 전범이 된다. 이 작품집엔 깊이와 넓이에서 지금도 현대 작가들에게 고딕 영감을 주고 있는 스티븐슨의 고딕 단편들을 수록한다. 「시체 도둑」 1828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실제로 벌어진 엽기적인 범죄 사건이 모티프다. 의과대생의 해부학용 시신이 부족한 현실에서 윌리엄 버크와 윌리엄 헤어가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이 피해자들의 시신을 해부학 실습용으로 로버트 녹스에게 팔아넘긴 사건. 오래 전에 이 사건과 연루됐다가 현재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두 의대생, 페터스와 맥팔레인의 우연한 만남이 이 소설의 단초가 된다. 이들의 만남을 통해서 시체 도굴이라는 인면수심의 범죄 과정이 드러난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결핵으로 고통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품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던 스티븐슨은 자신이 자라난 장로교적인 환경에 반발심을 느꼈고, 사회적인 명령과 관습적인 속박을 거부하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1886) 등의 명작을 남겼다. 1888년 남태평양 사모아 아피아에 정착해 행복한 시절을 보낸 후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으나 1950년대에 이르러 비평가들 사이에서 독창성과 힘을 가진 작가로 호평 받게 되었으며 인간의 심리와 행위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서스펜스 속에 녹여낸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대표작으로 「보물섬」(1883)이 있고, 그 밖에 「발란트래경」, 「유괴」,「물방앗간의 윌」, 「마카임」 등의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며 미완성작 「허미스턴의 웨어」는 극한에 이른 심리적 통찰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