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하임」은 스티븐슨의 대표작들에 공통적인 특징을 잘 반영한 단편.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인물들을 미리 보는 단편이 「시체 도둑」이라면, 인간본성의 이중성 즉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주제의식은 「마크하임」에서 포석을 마친다.
공포 분위기에 살인 사건을 버무려놓는 스티븐슨의 전반적인 특징도 뚜렷하다. 마크하임이라는 남자가 성탄절에 골동품 상점을 찾는다. 단골손님인 그는 결혼할 여자에게 줄 선물을 사고 싶다지만 실상은 금품을 노리고 골동품상 주인을 살해한다.
인물(마크하임)과 플롯(살인 범죄)이 지극히 단순하고 단면적인데 이마저도 전반부에 다 꺼내서 보여준다. 이후부터 마크하임의 심리와 서사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다양한 은유와 상징들이다. 빈집의 적막을 파고드는 빗소리, 상점 안의 수많은 시계 소리, 거울들에 비추는 이미지들. 상점주인을 죽인 후 불안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마크하임에게 불가사의한 방문자가 찾아와 완전범죄를 도와줄 테니 한 번 더 살인을 하라고 유혹하는데…… 마크하임의 분신, 악마, 천사, 그리스도 등등 이 방문자를 해석하는 관점도 다양하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결핵으로 고통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품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던 스티븐슨은 자신이 자라난 장로교적인 환경에 반발심을 느꼈고, 사회적인 명령과 관습적인 속박을 거부하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1886) 등의 명작을 남겼다. 1888년 남태평양 사모아 아피아에 정착해 행복한 시절을 보낸 후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으나 1950년대에 이르러 비평가들 사이에서 독창성과 힘을 가진 작가로 호평 받게 되었으며 인간의 심리와 행위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서스펜스 속에 녹여낸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대표작으로 「보물섬」(1883)이 있고, 그 밖에 「발란트래경」, 「유괴」,「물방앗간의 윌」, 「마카임」 등의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며 미완성작 「허미스턴의 웨어」는 극한에 이른 심리적 통찰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