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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 초반에는 여장 좀 했다고 갑자기 '전형적인 여자'가 된 것처럼 구는 게 굉장히 불편했는데, 뒤로 갈수록 저자는 남자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보고 여자들이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지만 여자들에겐 별로 남는 게 없을 책...
남자도 이렇게 예민해질 수 있는거군요. 여장을 한 뒤로 레이더가 예민해졌다는 저자 말대로 여자들은 남자들이 실수를 가장한 신체 접촉이나 힐끔 쳐다보는거 다 알아챕니다. 아마 신체적 위험에 더 잘 노출되기 때문이 아닐런지. 저자 경험이 여자중에서도 극단적이긴한데 살면서 저자가 당한 경험의 80% 정도 겪은것 같아요. 성별을 벗어던지면 인간은 똑같다는 저자 의견에 동감합니다. 비록 인터넷상이었지만 남자캐릭터로 게임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ㅎㅎ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입니다. 한 남자가 우연한 계기로 1년간 여장을 하면서 여성을 체험하는 내용인데, 이 남자는 트랜스젠더도 아니고, 동성애자도 아니며, 여자가 되고 싶은게 아니고 남자임을 자각하고 있는 일반 남자입니다. 그런 남자가 여성이 되었을때 변하는 것들에 대해서 쓰는데, 철학적이라거나 깊이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직접 체험한 것을 풀어놓음으로써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여성이 되었을때 느끼는 것들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본문 발췌 [남자였을 때 나는 근처에 있는 여자에 대해 친구들과 소곤거렸고 우리 얘기가 그 여자 귀에는 들리지 않을 거라 믿었다. 곁눈질을 감지하지 못할 거라고, 내 생각을 알아채지 못할 거라고, 내 거짓말을 꿰뚫어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여자로 입장을 바꾸자마자 마치 내게 레이더 안테나가 생겼다. 여자들은 모든 걸 감지했다.] [여자로 변신하니 나의 오감이 송신 스위치 대신 수신 스위치를 켰다. 계속해서 뭔가를 송신해야 하는 남성적 습관이 사라졌다. 심지어 뒤통수에서도 안테나가 자라는 것 같았다. 세 남자가 나의 금발 머리와 미니스커트 아래로 쭉 뻗은 긴 다리를 뚫어져게 보고 있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시장을 믿을 수가 없어." 트리오 중 하나가 말했다. "가지고 있는 주식을 다 팔았어. 이제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할지 모르겠어. 금이 괜찮을까?" 아하, 남성 트리오는 섹스어필을 돈으로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 우연을 가장하여 자꾸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들은 전문가 냄새가 물씬 나는 어투로 경제위기에 대해 얘기했고, 그러는 동안 그들의 시선이 언뜻언뜻 내 가슴 부위에 머물렀다. 나는 지하철 창을 통해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커다란 압정이 되어 나를 벽에 꽂는 듯 했다.] [정말일까? 내가 남자였을 때보다 더 연약하고 더 무방비로 노출된 것처럼 느끼는 것이 과연 여자의 삶일까? 단지 새롭기 때문에, 내가 어떤 식으로든 상상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냥 새로운 경험에 속하기 때문에 혹여 나는 이런 무방비 상태의 노출을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 생각, 그리고 투사가 공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신체적인 접촉에서 실제로 쉽게 노출되었다. 그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여자들에게는 보통 있는 일일까?] 그리고 남자들에 대한 시각도 새롭죠. [남자는 그냥 살기만 하면 안 되었다. 남자는 늘 뭔가를 성취해야만 했다. 심지어 하느님 앞에서도 뭔가 성과를 보여야 했다. 한 여자와 결혼을 하고(반드시 한 여자와!), 아이를 낳고(많이!), 나무를 심어야 한다(제대로!). 어쩌면 그래서 남자들은 탈선을 하고, 바람을 피우고, 거짓말을 하고, 갑자기 우울해하고, 여자들에게서 도망치고, 우스꽝스러운 모험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모두 과하기 때문에, 그들 앞에 놓인 장벽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지 모른다.] [나는 남자로서 인정을 받고자 했다. 특히 여자들에게. 나는 여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썼다. 멋진 행동으로, 잘난 척으로, 똑똑해 보이는 어려운 말들로. 나는 모든 걸 성취하고자 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단지 여자로 살기도 했기 때문에 여자들의 반응패턴에 적응하는 나를 목격했다. 틀림없이 나는 과거에도 그렇게 나를 남자 역할에 적응시켰을 터이다. 나는 복사기처럼 외부세계를 내게 복사했다.] 실제로 글쓴이는 여장을 하고 돌아다니면서 남자다움에 대한 압박을 받던 걸 버렸는데, 그러고 나니 남자로써 늘 느끼던 섹스, 외도 등등의 욕구가 매우 없어졌다고 말합니다. 즉, 남성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여성성을 억누르고 남성다움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자라면서 자연히 욕구를 분출하지 못하게 된게 다른 쪽으로 나쁘게 변질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데 매우 흥미롭고,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녀차이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입니다.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칙칙한 내복을 입기 싫어서 여성복 매장에서 우연히 스타킹을 신다가 여장을 하게된 이야기.
그동안 당연한듯 받아들였던 모든 일들에 대해 색다른 관점에서의 관찰력을 보여주네요. 깊은 내용은 없지만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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