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과 보리수… 경전 속 식물들의 시원을 찾다
불교의 경전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식물을 기억하는가? 경전 안에서 살아 숨 쉬며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전달하는 연꽃, 부처님 탄생기에 등장하는 룸비니 동산의 무우수, 보리수 아래서의 깨달음, 열반에 든 사라수 아래. 이처럼 불교 경전 속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식물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경전의 가르침이자 깨달음인 불교 식물
이러한 식물들은 비단 경전의 배경에서 풍광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황의 묘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도구로서, 혹은 진리나 논지를 명확히 이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작용한다. 흔히 연꽃을 일러 불가에서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이요, 화과동시(花果同時)의 꽃이라 한다.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오염에 물들지 않고 본성을 유지하여 마침내 세상을 정화하는 맑고 향기로운 꽃이라는 의미이며, 일반 꽃들과 달리 연꽃이 꽃과 열매가 동시에 핀다는 사실을 들어 깨달은 이후 이웃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우며 이웃을 위해 사는 삶 자체가 깨달음이라는 의미로 그 상징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식물은 그 자체로 곧 경전의 가르침이자 깨달음이다.
이 책은 그간 크게 이목을 끌지 못했던 불교 경전 속 식물을 집대성해 독자들에게 꽃과 나무의 이야기, 나아가 우리 삶 속의 진리를 전달한다. 식물분류학적 체계에 의해 구성된 콘텐츠로 식물학적 정보 전달 또한 놓치지 않았으며, 식물의 모습을 단순한 사진이 아닌 섬세한 일러스트로 표현해 고유의 색과 모양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했다. 독자들에게 불분명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경전 속 식물을 끄집어내어 생생하게 되살리는 이 책이 불교 경전 속 식물들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하는 기폭제가 되어 줄 것이다.
중앙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여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다 식물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불교 경전에 수록된 식물들을 인도와 네팔의 식물을 중심으로 정리해 건국대학교 분자생명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보고서와 자료집으로만 존재하였던 경전 속의 식물과 관련한 불교 최초의 학위 논문이었다. 동국대학교에서 대승 경전에 나타난 식물의 식물학적 실체와 교학적 의미를 불교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동 학위 논문으로 제8회 대원불교문화상(학위논문 부문)을 수상하였다. 또 「대승 경전에 나타난 식물들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한 교법(敎法)이해 모형 연구」로 제6회 불광 전법학술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동국대학교 인문학술연구 교수이자 한국불교식물연구원(www.kbpi.org)원장으로 불교 경전과 불교 사서에 수록된 식물의 자원식물학적, 종교적 활용과 식물문화콘텐츠 개발 등 식물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불교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비주얼 인문학의 실현-『삼국유사』 속 식물문화원형을 바탕으로 조성하는 역사테마식물원」, 「『법화경』에서 ‘공덕의 과보’로 나타나는‘천화’의 의미 연구」를 비롯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저서로 『경전 속 불교 식물-자비의 향기를 전하다.』(네이버 지식백과 정보제공 도서)와 『마음을 밝히는 붓다의 식물 108가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