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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의 금을 연주하는 악사 우륵과 그의 제자 니문의 이야기. 가야의 각 고을마다 자기 지방의 금이 있었고, 왕명에 의해 이러한 각 지방의 소리를 모으는 일을 맡은 우륵. 결국 네 줄짜리였던 금을 12줄짜리로 개선하여 가야국 전체의 소리를 한 개의 금 안으로 모아내는 데 이르른다. 금의 소리와 피리의 소리가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김훈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피리는 숨을 길게 내서 소리를 끌고 갈 수 있지만 금은 소리를 한 번 튕기면 그만. 또한 피리는 숨의 크기로 소리의 크기를 바꿀 수 있지만 금의 소리는 한번 울리면 크기를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어찌됐든 두 가지 모두 몸의 일로 소리를 끌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소리는 몸 속에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몸이 아니면 소리를 빌려올 수가 없다. 그저 잠시 빌려오는 것일 뿐. 소리는 곧 제자리로 돌아간다. 사람의 말소리도 마찬가지, 노래도 마찬가지다. 몸속의 숨이 세상의 바람과 부딪치고 비벼져서 떨리는 동간만의 소리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같은 말소리나 같은 노래란 없다. 북소리도 마찬가지다. 북소리가 한번 쾅 울릴 때, 세상은 그 이전에 없었던 세상으로 새로이 열리는 것이다. 사람의 몸이 소리를 빌리고 사람의 마음이 소리를 이끌어, 그 새로움은 언제나 새롭다. 새로운 소리에 사람이 실려서 사람도 새로운 것이다. 음... 그래서 풍물패들이 항상 길을 열 때 북을 치면서 등장하는 것이로구나 싶었다. 우륵은 가야가 신라에 패해서 멸망한 후에도 신라의 땅에서 가야의 금을 뜯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신라의 왕 또한 자신의 속국이 된 가야의 금으로 새로운 세상의 소리를 연주하라며 우륵을 독려하고, 심지어 신라의 유능한 악공들을 보내서 직접 그들을 가르치도록 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리는 멈추어 있거나 누군가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는 것. 그저 살아있는 동안만의 소리일 뿐. 가야 고을들의 소리를 배우고 난 신라의 악공들에게 ‘가야 고을들의 소리는 번잡하고 들떠서 아정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들은 우륵은 발끈하여 병색이 짙은 노쇄한 몸을 이끌고 직접 귀신같은 솜씨로 금을 연주하여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린다. “소리는 제가끔의 길이 있다. 늘 새로움으로 덧없는 것이고, 덧없음으로 늘 새롭다. 아정과 번잡은 너희들의 것이다.” 그리고 작별의 절을 올리는 그들에게 금을 주면서 마지막 카운트펀치를 날린다. “너희들의 나라가 삼한을 다 부수어서 차지한다 해도 그 열두 줄의 울림을 모두 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늘 새롭고 낯설지 않겠느냐.” 악공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을 가한 셈 아닌가. 정말 멋진 우륵 할아버지. 자신의 분신같은 금을 무식쟁이들에게 떠나보내며 하염없이 신라관원의 대열을 바라보는 우륵, 그런 스승을 끌어안고 소리내서 우는 아들같은 제자 니문. 흡사 <칼의 노래>의 마지막 장면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저런 독서 후에 김훈 선생님의 작품으로 독서 소화제 먹은 느낌이다. ___________ —이제 들리느냐?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지 않는 소리는 어디로 간 것입니까?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그래서 소리는 사는 일과 같다. 목숨이란 곧 흔들리는 것 아니겠느냐. 흔들리는 동안만이 사는 것이다. 금수나 초목이 다 그와 같다. —하오면 어째서 새 울음소리는 곱게 들리고 말 울음소리는 추하게 들리는 것입니까? —사람이 그 덧없는 떨림에 마음을 의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떨림과 소리의 떨림이 서로 스며서 함께 떨리기 때문이다. 소리는 곱거나 추하지 않다. —소리가 곱지도 추하지도 않다면 금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그 덧없는 떨림을 엮어내는 틀이다. 그래서 금은 사람의 몸과 같고 소리는 마음과 같은데, 소리를 빚어낼 때 몸과 마음은 같다. 몸이 아니면 소리를 끌어낼 수 없고 마음이 아니면 소리와 함께 떨릴 수가 없는데, 몸과 마음은 함께 떨리는 것이다. —그 떨림의 끝은 어디이옵니까? —그 대답은 인간세人間世 안에 있지 않을 것이다. 떨림의 끝은 알 수 없되, 떨림은 시간과 목숨이 어우러지는 흔들림이다. 그래서 목숨은 늘 새롭고 새로워서 부대끼는 것이며 시간도 그러하다. 소리는 물러설 자리가 없고 머뭇거릴 자리가 없다. 현의 노래 | 김훈 저 #현의노래 #김훈 #문학동네 #우륵 #가야금 #독서 #북스타그램
김훈의 문장은 한 번에 읽기 어렵다. 여러 번 읽어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쉽지 않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어렵지만 마음을 뒤 흔드는 뭔가가 있다. 또한 그의 문장은 불편하다. 편하지 않다. 읽고 나면 뭔가 개운하지 않다. 찌릿하고 찜찜한 뭔가가 자꾸 남는다. 이것이 내가 받아들인 김훈의 문장에 대한 느낌. 박웅현 씨를 통해 김훈의 문장을 접했고, 「칼의 노래」를 통해 젓국 비린내 나는 소설을 접했고, 「자전거 여행」과 「라면을 끓이며」 라는 그의 붓 가는 대로 쓴 글들을 통해 그의 삶을 엿 보았다. 현의 노래를 읽으며, 불교의 공(空) 과 노자의 무위(無爲)가 계속 떠올랐다. 우륵, 아니 김훈에게 소리는 역설이다.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 텅 빈 충만, 함이 없이 행함. 우륵과 니문의 대화는 마치 선(禪) 문답을 보는 것과 같았다. 둘의 대화는 겉으로는 소리와 금(琴)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금강경(金剛經)과 반야심경(般若心經)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것(空)은 인간세(人間世)를 이루는 바탕이지만, 인간세의 근간은 언외(言外)의 영역. 그냥 거기 그렇게 존재하는 언어 이전의 바탕 그 자체일 뿐이다. 같은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는 요소들을 한 곳에 배치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소리를 상징하는 금(琴), 힘을 상징하는 쇠(金), 삼국유사에 단 몇 줄로 전해지는 우륵과 가야금의 이야기를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글로 담아낼 수 있는 힘. 이야기꾼의 영역, 예술의 영역이다. 강의 흐름과 나루터의 풍광은 순전히 그가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의 산물이리라. 비화와 아라로 상징되는 여성에 대한 그 만의 독특한 시선은 칼의 노래에 나오는 여진의 젓국냄새와 궤를 같이 한다. 그에게 여성성은 오줌소리와 같은 청각과 젓국 비린내와 같은 후각으로 체험되는 것 같다. 그의 수필에 포진된 산수유 꽃 그리고 울진 앞바다에 대한 묘사는 그의 앙칼진 눈매처럼 날카롭다. 단언컨대, 예술은 대상에 대한 관찰이 팔 할 이상이다. 표현방식은 그저 거들뿐. 관찰은 어디에서 오는가? 대상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온다. 혹자는 그런 관심을 사랑 혹은 천착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대상에 대한 인내(忍耐)라 생각한다. 대상에 대한 지루함을 견뎌내고 본질이 가슴을 무찔러 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힘, 거기서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시의 언어가 빚어진다. 뭔가를 진득하게 들여다 본 기억이 있는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머물며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는 경험을 해 보았는가? 말은 쉽지만 체험은 어려운 이상향 같은 얘기.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날뛰는 자아(自我)는 지금, 여기를 견디지 못한다. 과거와 미래를 쉬지 않고 넘나든다. 끊임없이 판단하고 평가한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불안에 떨며 미래를 걱정한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견디지 못 한다. 온갖 언어와 개념으로 반듯하게 조형된 틀에만 익숙한 나는 의미 없음, 지루함, 더럽고 추하며, 생로병사에 묶여 불편하고 성가신 진짜 삶을 견디지 못한다. 아마 바로 그것이 내가 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김훈의 문장을 불편해 하는 이유일 것이다. 진짜 삶을 견디는 묵직한 인내(忍耐)가 탈정(脫井)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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