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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괴수인가, 미식가 도련님인가
편지로 처음 만나는 인간 허균
『홍길동전』의 저자, 조선 최고의 이단아,
그리고 술과 게를 사랑한 미식가 도련님,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허균을 처음 만나는 책이다.
* 조선 최고의 ‘문제적 인간’ 허균의 편지글 완역 출간
* 고관대작부터 서얼, 승려, 기생 등 신분과 남녀를 초월한 진솔한 우정
* 21세기 AI 시대에 400년 전 천재지식인이 남긴 ‘날것의 목소리’ 복원
* 고전문학자이자 문헌학자인 노경희 교수의 고증과 생생한 번역
천지간의 한 괴물,
허균의 진짜 목소리를 듣는다
이 책은 조선 최고의 이단아이자 ‘역적 괴수’로 역사에 박제된,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남긴 편지를 완역한 책이다. 오랜 기간 허균을 연구해 온 울산대 노경희 교수의 치밀한 고증을 거쳐, 1596년부터 1613년까지의 편지를 읽으며 격동적이었던 허균의 삶과 사유를 독자가 함께 실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편지 속에서 허균은 거침없는 혁명가의 모습이 아닌, 사랑하는 여인과 마음을 준 벗을 향한 그리움을 숨김없이 토로하고, 주위의 시선에 전전긍긍하기도 세속의 출세와 이익에 초탈하기도 하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진솔한 면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명필 한석봉을 유혹한 안주, 기생 이매창과의 정신적 교감,
유배지에서도 멈출 수 없었던 ‘미식가 도련님’의 까다로운 입맛
우리가 미처 몰랐던 허균의 사생활은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아도 지극히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그는 류성룡, 이항복 등 지체 높은 재상부터 최립, 권필 등 문단을 주도한 문인에 이르기까지 17세기 조선의 명사들과 폭넓은 교유를 펼쳤다. 그에 더해 당대 최고의 명필로 이름을 날리던 한석봉(한호) 또한 허균의 둘도 없는 술친구였다. 허균은 한석봉에게 편지를 보내 “잘 익은 술과 잉어회, 죽순, 자라를 장만해 두었으니 어서 빨리 오라”며 떼를 쓰듯 손짓한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 앞에서는 체면을 던져 버리던 천진난만한 지식인의 실루엣이 편지 곳곳에서 묻어난다.
또한 당대 최고의 명기(名妓)이자 시인이었던 이매창과의 친밀한 관계도 눈길을 끈다. 유교 국가 조선에서 허균은 이매창과 남녀의 사랑을 넘어선 정신적 교감, 즉 ‘지기(知己)’로서의 교류를 나눴다. 매창의 재능과 예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마음을 터놓았던 허균의 편지는,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열린 사고의 소유자였는지를 증명한다.
허균의 ‘맛에 대한 집착’은 절망적인 유배지에서조차 꺾이지 않았다. 관직에서 쫓겨나 귀양을 간 상황에서도 그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현지의 음식 맛을 혹평하는 예민한 미식가의 면모를 보였다.
관직의 등용과 파직이 반복되는 숨막히는 정쟁의 한가운데,
그가 진정 바란 것은 마음 맞는 벗들과의 ‘한가로운 삶’이었다
관직의 등용과 파직, 유배와 복직이 쉴새없이 벌어지던 17세기 파란만장한 정계 한가운데서, 그가 바란 것은 그저 마음 맞는 벗들과 마주 앉아 갓 잡은 생선회에 잘 익은 술을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 편안한 삶이었음이 편지 곳곳에 드러난다.
이 책은 허균의 설렘과 불안, 주저함과 열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오랜 시간 허균의 글을 읽어온 한 연구자의 집념어린 번역을 통해 독자들은 400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허균이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남김없이 살필 수 있다.
역모죄가 적힌 ‘결안’의 서명을 끝내 거부하며 ‘할 말이 있다’고 외쳤으나 형장으로 끌려가 처형되었던 17세기 한 비극적 인물이, 수백 년 전 조선땅에서 다하지 못했던 말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소개한다. 독자들은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허균의 편지를 읽었다’가 아니라, ‘허균을 만났다’는 특별한 경험을 할 것이다.
이제, 이 책을 통해 수백 년 전 끝내 하지 못한 말을 세상에 전하는 허균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_「옮긴이 서문」에서
허균의 살아 숨쉬는 맛난 문장들
그 누구의 글도 아닌, 나는 ‘허균의 글’을 쓸 것이다
: AI 글쓰기가 넘치는 2026년의 세상에서, 400년 전 조선을 살아간 인물의 육성을 그대로 듣는다.
저는 저의 시가 당시나 송시와 비슷해질까 두려우며, 남들이 ‘허균의 시’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습니다. _「이달에게 보내다」(1609)
유배지에서도 반찬 투정을? 음식만 맛있으면 유배지도 천국, 고을 원님이 되려거든 기왕이면 맛있는 곳으로
: 먹을 것에 늘 진심인 사람, 단 하루라도 맛없는 음식을 먹을 순 없다.
이달 15일에 유배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새우도 부안만 못하고, 게와 가재는 벽골제 것만 못합니다. 먹을 것을 탐하는 사람은 굶어 죽겠습니다. _「기윤헌에게 보내다」(1611)
부여는 바닷가에 있어 궁벽한 지역이기는 하나 생선과 게가 풍부하니 군수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공주목사도 같은 시기에 임명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은 번잡한 곳인데다가 게가 없으니, 부디 제 이름은 거론하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_「최천건에게 보내다」(1607)
좋은 경치에 잘 익은 술, 맛있는 음식, 마음을 나눈 친구,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서얼이든 승려든 기생이든, 뜻이 통하면 모두가 친구다.
봄이 이미 지나 그윽한 꽃들이 그대를 기다리다 모두 가버렸습니다. 초록이 저리 무성하고 꾀꼬리 소리 진정 고우니, 봄빛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어찌 반드시 냇가 가득 핀 복숭아꽃만 있겠습니까? 섬돌에 난만한 붉은 꽃 또한 볼만하니, 보낸 것을 타고 서둘러 오시기 바랍니다. 수수로 빚은 술이 한창 익었기에 그물을 엮어 냇가에 나가 함께 잉어를 잡아 회를 치고자 합니다. 죽순과 자라도 안주로 장만하겠습니다. 저는 평생 입만 위하는 사람이기에 맛좋은 술과 안주로 초대하니, 부디 먹기만 탐한다고 비웃지 마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_「한호를 맞이하다」(1605)
연못에 이제 물이 불어 넘쳐나고 버들 그림자가 한창 짙으며, 연꽃은 반쯤 붉은 꽃잎을 토해내고 푸른 나무가 새파란 연잎에 비칩니다. 때마침 동동주를 빚어 젖빛같이 하얀 술이 동이에 방울방울 떨어지니 빨리 와서 이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바람이 잘 드는 마루를 벌써 쓸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_「권필에게 보내다」(1610)
출세보다 소중한 것은 오직 그리운 친구일 뿐
: 벼슬보다는 한가함과 즐거움을 구하며, 오직 벗을 향한 그리움만 쌓이네.
벼슬할 뜻은 식은 재처럼 싸늘해지고, 세상맛은 씀바귀처럼 쓰며, 조용히 사는 즐거움이 벼슬살이보다 나으니, 어찌 제 편안함을 버리고 남을 위해 수고하겠습니까. 오직 벗을 그리워하는 정만이 제 마음속에 맺히지만 거리가 멀어 만나기 어려우니 회포를 다 풀 수가 없습니다. 가을 기운이 점점 짙어가니 부디 양친을 잘 모시고 효도를 다하시기 바랍니다. 글로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합니다. _「권필에게 보내다」(1603)
허균 전문가의 독자 맞춤형 편집
* 편지를 시간 순서대로 배치한 구성: 독자들은 17세기 초반(1596~1613) 격동적인 허균의 생애를 따라가며 간접 체험할 수 있다.
* 허균의 목소리를 실감할 수 있는 번역: 어려운 한자어를 정확한 의미로 쉽게 옮기고, 편지의 맛을 살리는 표현들을 다양하게 고민했다.
* 편지 속의 인물과 사건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 수신자의 관직과 정치적 배경을 설명하여 편지를 보낸 의도를 심층적으로 살필 수 있다.
* 문헌 자료의 실물 도판 수록: 허균의 문집 『성소부부고』의 다양한 판본과 그의 장서인, 작은형 허봉과 누이 허난설헌의 저술 등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