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말 일제의 수탈과 착취로 사회 전체가 빈궁화하는 가운데, 민족과 역사를 도외시하고 방탕한 생활을 영위하던 지주 계층의 몰락을 그려 낸 작품이다. 일제가 조장한 상업 자본주의에 기생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개인과 집안의 번영만을 도모하는 윤 직원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군상을 보여 줌으로써 당대의 왜곡된 사회 현실과 그 시대를 태평천하라고 믿는 부정적 인물을 조롱했다.
■ 줄거리
1930년대 후반의 어느 늦가을, 서울 계동의 윤 직원 영감은 명창대회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소작료와 수형(어음) 장사로 1년에 십 수만 원을 챙기는 큰 부자이지만 윤 직원은 타고 온 인력거에서 내리자마자 인력거꾼과 요금 시비를 벌인다. 그는 30전을 달라는 인력거꾼에게 억지로 깎아서 25전을 내준다. 그는 버스를 탈 때 일부러 큰돈을 내밀어 무임승차를 하기도 한다.
윤 직원은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부자이지만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다. 노름꾼이었던 아버지가 한몫을 잡아 가산이 일게 되면서부터 윤 씨 부자는 화적떼로부터 무수히 약탈을 당했던 것이다. 어느 날 밤 들이닥친 화적떼에게 아버지가 무참히 살해당하고 간신히 달아나 목숨을 부지한 윤 직원은 화적들이 돌아간 뒤에 “우리만 빼 놓고 어서 망해라.”라고 외친다.
그 후 시골 치안의 허술함과 후손들의 교육을 핑계 삼아 서울로 올라 온 윤 직원은 이만큼 돈을 번 것은 자신의 수단이 좋았고 시운이 따라 가능했던 것이지 결코 남의 돈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는 소신을 가진다. 또한 그에게는 든든한 경찰이 있어 도둑 걱정이 없고 자신의 고리대금업이 나날이 번창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태평천하’라 믿는다. 따라서 그는 사회주의 운동을 운운하는 자들을 가장 경멸하면서도 두려워한다. 윤 직원에게 남은 소원이 있다면 두 손자, 즉 종수와 종학이가 하나는 군수, 하나는 경찰서장이 되어 집안의 지위와 명성을 보태어 주는 것뿐이다. 사실 그의 직원이라는 직함도 시골에 있을 때 향교의 수장자리를 돈 주고 사들인 것이다.
윤 직원은 만수무강과 후손의 부귀영화를 위해 어린아이의 소변을 사서 마시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지만 사실 그의 집안은 엉망이다. 외아들 창식은 첩살림을 차려서 하는 일이라고는 노름과 주색잡기뿐이고, 외동딸은 20대에 과부가 되어 친정에서 살고 있다. 또 맏손자인 종수는 군수가 되리라는 명목으로 시골 군청의 고원으로 취직해 있으면서 역시 첩살림과 주색잡기로 가산을 탕진하고 있다. 둘째 손자인 종학은 일본 유학 중으로, 공부를 잘해서 윤 직원이 가장 기대하는 인물이지만 본부인과 이혼하겠다고 성화를 하는 중이다.
한편 윤 직원은 회춘을 하려고 여러 차례 동기(童伎, 어린 기생)를 바꿔 가며 동접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망신만 당하다가 이번에 열다섯 살짜리 춘심을 반지까지 사 주면서 꼬드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실은 춘심은 윤 직원의 증손자 경손과 연애를 하는 중이다.
부자인 자신의 삶에 대단히 만족해하는 윤 직원에게 맏아들 창식이 동경에서부터 날아온 전보를 들고 온다. 거기에는 ‘종학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이라는 내용이 찍혀 있다. 즉 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사회주의에 집안의 가장 큰 희망이었던 종학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안 윤 직원은 격노하여 비틀거리며 이 태평천하에 부잣집 자식이 왜 사회주의에 가담하느냐고 소리를 지른 후 사랑으로 사라진다.
작가 소개
채만식
[蔡萬植, 1902. 6. 17. ~ 1950. 6. 11.]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 전북 출생. 1920년대부터 30년대 초까지 우리 농촌의 현실, 지식인의 궁핍한 삶, 노동자의 갈등에 대한 단편들을 주로 발표하였다. 1940년대 후반에는 광복, 분단, 전쟁으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의 엄청난 변화를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려 냈다. 카프(KAFP)의 회원은 아니었으나, 프롤레타리아 문학 사상과 비슷한 길을 가는 ‘동반자 작가’의 경향을 보이며 혼란스러운 사회를 묘사하였다. 대표작으로는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 <보리방아>, <태평천하>, <치숙>, <민족의 죄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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