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산책 39-고전소설.산문
숙향전, 운영전
신분 질서를 초월한 사랑을 통해
봉건 사회 속의 탈출을 꿈꾸다!
신분 질서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봉건 사회의 신분 질서에서 벗어나고자 한 백성들의 열망을 드러낸 작품들이다. <숙향전>에서 숙향은 지상에서 헤어진 선을 다시 만나기 위해 온갖 시련을 다 견디다가 마침내 애정을 성취한다. <운영전>은 신분을 초월한 운영과 김 진사의 비극적 사랑을 통해 당대의 억압된 신분 질서의 단면을 보여 준다.
■ 줄거리
숙향전
송나라 때 김전은 거북이를 죽을 위기에서 구해 주고 진주 구슬 두 개를 얻는다. 이후 김전은 장 씨와 결혼해 숙향을 낳는다. 금나라가 송나라를 위협하여 피란 중 도적을 만난 김전 가족은 도망치다 숙향을 버린다. 숙향은 도적이 마을에 업어다 주고 동물들이 도와주어 살아남는다. 새의 안내에 따라 후토 부인을 만난 숙향은 사슴을 타고 장 승상 집 뒷동산에 도착하고, 장 승상 부부는 숙향을 양녀로 삼는다. 숙향은 계집종 사향의 계략으로 집을 나오게 된다. 숙향이 물에 몸을 던져 죽으려 하자 용녀가 나타나 구해 준다. 숙향은 태을의 현세 모습인 위공의 아들을 만나야 액운을 넘길 수 있다는 말에 태을을 찾아 나선다.
숙향은 갈대밭에서 불이 나 죽을 뻔했으나 화덕진군이 구해 주고, 길 가던 노파를 만나 함께 살게 된다. 어느 날 숙향이 잠들자 파랑새 한 마리가 숙향을 천상으로 이끈다. 잠에서 깬 숙향은 그 광경을 수로 남기고, 조적이란 사람이 이 그림을 비싼 값에 사 간다. 한편, 위공과 왕 부인은 오래도록 자식이 없다가 태을을 점지받아 이름을 선이라 하였다. 선이 꿈에서 왕모의 잔치 구경을 따라가는데 숙향의 꿈과 똑같았다. 마침 조적이 찾아와 수놓은 족자에 어울릴 글을 부탁하자 선은 이화정의 노파를 찾아 소아(숙향)와의 만남을 부탁한다.
노파는 선의 진심을 알고 결혼을 허락하고, 선의 고모도 선의 소원대로 결혼을 시키나, 위공은 허락하지 않고 낙양 태수에게 숙향을 죽이라고 명한다. 낙양 태수는 김전으로 숙향이 자신의 딸인 것은 몰랐으나 이상한 느낌이 들어 문초를 하지 못한다. 선의 고모가 위공을 말리러 궁에 가고, 위공은 선을 서울로 불러들여 공부시키며 숙향과 떨어뜨려 놓는다.
얼마 뒤 노파는 숙향에게 자신이 마고할미였음을 밝히고 떠나고, 도적이 마을을 침범하게 되자 숙향은 마고할미의 무덤에서 통곡한다. 선의 유부가 지나다 사연을 듣고 위공 부부에게 데려가니 그들은 숙향의 인물됨을 마음에 들어 하고 며느리로 인정한다. 한편 과거 시험에서 좋은 성적으로 급제한 선은 고향집에 숙향이 있어 놀라고 기뻐한다.
이후 김선은 황후의 병을 구할 선약을 구하러 봉래산으로 갔다 돌아와 죽은 황후를 살려 낸다. 선은 여행 중 설매향이 천상에서 자신의 부인이었음을 알고 제2 부인으로 맞는다. 셋은 화락하다가 칠십 세가 되자 선녀가 준 약을 먹고 하늘로 올라간다.
운영전
선비 유영은 어느 날 안평 대군의 옛집 수성궁에 놀러갔다 한 소년과 미인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듣게 된다.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 대군은 글솜씨가 뛰어나 수성궁에는 문사들이 몰려들었다. 안평 대군은 여자에게도 재주가 있을 수 있다며 어리고 아름다운 궁녀 열 명을 골라 손수 글을 가르쳤다. 소옥, 부용, 비경, 비취, 옥녀, 금련, 은섬, 자란, 보련, 운영이 그들이다.
안평 대군은 이들을 사랑하여 외인과 만나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하였다. 하루는 열 명의 궁녀가 시를 지었는데 운영의 시에 다른 남자를 그리워함이 있다고 의심받는다. 자란은 운영의 얼굴이 날로 수척해지자 사연을 물어 보고, 운영은 일 년 전 가을에 김 진사를 만났던 이야기를 한다. 안평 대군이 김 진사가 어리고 착하여 궁녀들을 물리치지 않았던 것이다.
운영은 김 진사의 자태와 시 솜씨에 크게 반하여 상사병에 시달리고, 이후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모의 정을 키운다. 운영은 궁 밖으로 빨래하러 나가는 날을 틈타 무녀 집에서 김 진사와 해후하고, 서쪽 담을 통해 만날 것을 약속한다. 담 넘기를 어려워하는 김 진사에게 종복인 특이 사다리를 만들어 주어 일을 성사시킨다. 특은 함께 궁에서 도망치기로 한 김 진사와 운영을 죽이고 운영의 재산을 빼돌리려는 계획이었다.
도망치기로 한 날에 운영은 불길한 꿈을 꾸고, 자란의 만류로 떠나지 못한다. 시에서 안평 대군의 의심을 산 운영은 자살 시도를 하고, 김 진사에게 이별을 고한다. 일이 일단락되는 듯하였으나 특이 운영의 재산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안평 대군이 알게 되고 궁녀들을 문초한다. 궁녀들이 모두 자기의 잘못임을 호소하며 운영을 용서할 것을 부탁하자 안평 대군은 노여움이 풀어져 운영을 별당에 가두기만 했다. 그러나 운영은 그날 밤 목을 매고 죽는다.
김 진사는 특에게 사면의 의미로 운영을 위해 불당에서 재를 올리는 일을 시켰다가 특이 절에서 패악질을 일삼았다는 말을 듣고, 특에게 벌을 주라는 발원을 한다. 칠 일 뒤 특은 우물에 빠져 죽고, 식음을 전폐한 김 진사는 곧 운영의 뒤를 따른다. 이야기를 마친 둘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유영에게 주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