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행성계 밖으로 보낸 탐사선이 만난 미지의 우주 비행체,
낯선 외계 우주 문명과 조우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따뜻하고 희망적인 SF
한국추리작가협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조나단 작가가 미지의 외계 문명과의 조우를 따뜻하고 희망적인 시각으로 그린 SF 단편 「링구아 코스미카」가 구구단편서가 ONE 시리즈로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초기 SF가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찬미하며 세계의 무한한 확장과 낙관주의를 노래했다면, 현대의 SF는 기술이 초래한 문명의 위기나 파괴된 사회를 조명하는 어두운 디스토피아적 서사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조나단 작가의 「링구아 코스미카」는 거칠고 냉혹해진 SF계의 흐름 속에서 보기 드물게 따뜻한 휴머니즘을 고스란히 품어낸 작품이다. 다수의 장편을 출간하고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한 조나단 작가는 YA! 장르문학상, 제11회 대한민국 과학소재 단편소설 공모전 대상 등 유수의 장르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오랜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고 하나가 된 연방 문명이 낯선 외계 문명과 조우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류가 과거에 쏘아 올린 희망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게 된다. 상호 파멸과 혐오의 메시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 작품은 타자와의 이해, 그리고 시공간을 초월한 연결의 가능성을 야심 차게 제시하고 있다. 미지의 외계 문명의 흔적을 추적하고 해독하는 과정은 이 아득한 우주적 고독 속에서도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깊은 연대를 불러일으키며, 결말에서 드러나는 반전은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함께 울림을 선사한다.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성간 우주선을 보냈다면
별 너머의 외계 종족이 읽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연방의 성간 탐사선이 태양권계면을 넘어선 그날, 정체불명의 외계 비행체 하나가 거짓말처럼 발견된다. 「링구아 코스미카」는 행성 통합 100주년 축제 날, 이 미지의 조우품을 전 세상에 공개하는 행사에서 시작한다. ‘링구아 코스미카’는 네덜란드의 수학자 한스 프라우덴탈의 저서 『린코스Lincos』에 등장하는 용어로 ‘우주적 언어’라는 뜻의 라틴어다. 프라우덴탈은 외계 지성체와의 통신을 위한 인공 언어로 ‘린코스’를 제안하면서, 이를 인류가 지구 밖의 지성체(SETI)와 만났을 때 문화적·생물학적 장벽 없이 오직 논리와 수학만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줄거리
오랜 반목과 갈등의 시기를 지나 국가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인종과 민족과 종교 간의 갈등을 풀고자, 그리고 기후 위기와 경제 차별을 개선하고자 하나의 행성 국가가 탄생한 뒤, 연방은 이제 별빛 너머의 우주로 관심을 돌린다. 처음으로 태양권계면을 지나 행성계 밖으로 나선 순간, 무인 탐사선 하나가 기적처럼 미지의 우주 비행체와 조우한다. 고민 끝에 포획해 온 이 우주 비행체는 상식을 벗어난 이질적인 구조물로, 내부에는 생명체의 흔적 대신 알 수 없는 언어가 적힌 금속 상자와 원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동력원도, 비행 성능을 향상시키는 부품도 아닌 이 짐을 실은 채, 외계 우주선은 왜 그토록 광활한 우주를 외롭게 항해하고 있었을까?
본문 중에서
- 탐사선이 외계 비행체를 포획해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에서 과학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외계 지적생명체의 실증과 마주할 기회를 놓치고 싶은 과학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11개월 뒤 탐사선이 여기 우주정거장으로 귀환했을 때, 우리는 그 실물을 보고 감격했습니다. 우리의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구조체였고 너무나 이질적이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감동할 수 있었습니다. 북방대륙 출신의 한 연구원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치더군요.
“오, 레가요프!”
그녀의 감탄은 적절한 비유였습니다. 레가요프는 그녀의 고향 민간 설화에서 다른 세계에 들어가 모험하는 인물로, 외로운 여행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성간 우주를 건너 우리에게 온 이름 모를 여행자였습니다.
이후 이 정거장에 있는 연구자들은 비행체와 그것을 만든 존재들을 ‘레가요프’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 우리는 금속판 케이스에 새겨진 것을 연구했고, 그를 위해서는 레가요프인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성간 우주선을 보냈다면 별 너머의 외계 종족이 읽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메시지를 새겨 놓았을까요?
그것을 해독하고 해석하는 과정에는 다시 과학자들의 믿음이 작용했습니다. 레가요프인들이 분명, 우리 같은 외계 종족이 읽을 수 있는 단서를 함께 남겼을 거라는 믿음입니다.
- 우리는 그들로 인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광활한 우주에서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우리 은하에는 ‘우리’가 살고 있고, 저 수많은 별들 너머 어딘가에 우리와는 다르지만 함께 별을 꿈꾸는 존재가 있다는 진실을 말입니다.
■ 구구단편서가 ONE 소개
‘구구단편서가 ONE’ 시리즈는 신진작가와 기성작가의 다채로운 단편소설을 출간하는 황금가지의 전자책 브랜드입니다. SF, 판타지, 호러, 로맨스,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한 편의 단편소설에 감상의 폭을 더해 줄 리뷰를 함께 곁들여, 짧지만 충만한 재미와 여운을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의 참신한 스펙트럼을 제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