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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상세페이지

필경사 바틀비

  • 관심 1
한들 출판
소장
전자책 정가
6,000원
판매가
6,000원
출간 정보
  • 2026.06.07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20만 자
  • 0.6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35603969
UCI
-
필경사 바틀비

작품 정보

벽을 마주한 자들 — 허먼 멜빌 단편선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이 남긴 단편의 정수를 한 권에 담았다. 표제작 「필경사 바틀비」를 비롯해 「베니토 세레노」, 「피아자」, 「피뢰침 장수」, 「엔칸타다스」, 「종탑」까지, 1850년대 멜빌이 잡지에 발표하고 한 권으로 묶었던 여섯 편을 새로 옮겼다. 거대한 고래를 쫓던 작가가 이번에는 한 변호사의 사무실, 한 척의 노예선, 폭풍우 치는 시골집, 화산섬의 군도, 르네상스의 종탑이라는 좁은 무대로 우리를 데려간다. 무대가 좁아진 만큼, 빛은 더 날카롭게 한 점에 모인다.

월스트리트의 어느 필경사는 어느 날부터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한마디로 모든 명령을 비껴간다. 거부도 항의도 아닌 이 나직한 한마디가 어떻게 한 사람의 세계를 송두리째 흔드는지, 「필경사 바틀비」는 보여 준다. 카프카와 카뮈가, 그리고 무수한 철학자들이 이 창백한 인물의 그림자 아래에서 태어났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예선 위에서 진실을 보면서도 끝내 읽어 내지 못하는 선량한 선장의 이야기 「베니토 세레노」는, 선의가 어떻게 맹목이 되는지를 노예제라는 미국의 원죄와 함께 응시한다. 멀리서 빛나던 행복의 창이 가까이 가면 스러지는 「피아자」, 천둥의 공포를 팔러 다니는 외판원을 그린 서늘한 우화 「피뢰침 장수」, 갈라파고스의 잿빛 화산섬에서 인간의 비참과 존엄을 함께 길어 올린 연작 「엔칸타다스」, 그리고 제가 만든 기계에 도리어 죽임당하는 오만한 장인의 「종탑」까지—여섯 편은 저마다 다른 무대에서 같은 심연을 들여다본다.

이 작품들이 쓰인 1850년대는, 『모비 딕』과 『피에르』가 잇따라 외면당하며 멜빌이 작가로서 가장 깊은 골짜기에 들어선 시기였다. 빚은 늘고 건강은 무너졌으며, 세상은 더는 그의 큰 배를 띄워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작은 보트들을 모아 내보냈다. 그러나 이 작은 보트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은 타인의 영혼을, 세계의 진상을, 제 손으로 만든 것의 결말을 끝내 알 수 있는가—멜빌이 평생 붙들었던 물음이 여기 가장 날카롭게 벼려져 있다.

멜빌은 이 물음에 선뜻 답을 주지 않는다. 바틀비의 속내는 끝내 봉인되고, 선장의 눈은 진실을 비껴가며, 거북은 가망 없이 바위에 부딪히기를 거듭하고, 모든 빈칸은 메워지지 않은 채 남는다. 오히려 그 메울 수 없음이야말로 그가 그리려 한 진실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결코 차갑지 않다. 바틀비를 끝내 외면하지 못한 변호사의 안타까움, 외딴섬에 홀로 남겨진 과부의 슬픔 앞에 피 흘리는 모든 가슴—멜빌은 알 수 없음의 심연을 응시하면서도, 그 가장자리에 선 인간을 향한 연민의 끈을 끝내 놓지 않는다.

멜빌의 문장은 라틴어풍의 장중한 만연체에서 사무실의 가벼운 희극으로, 다시 깊은 비가(悲歌)로 미끄러진다. 성서와 고전, 셰익스피어와 스펜서의 울림을 품은 그 문체는, 짧은 이야기 안에 장편 한 권의 무게를 응축한다. 이번 번역은 그 호흡과 격조를 살리되 직역의 어색함을 덜어, 오늘의 독자가 멜빌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따라 읽도록 했다.

발표 당시 외면당한 채 잊혔던 멜빌은, 세상을 떠난 뒤에야 19세기 미국 문학의 정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도 독자를 먼바다로 실어 나르는 그의 단편 세계로, 이 책이 안내한다. 벽을 마주한 자들의 이야기는, 결국 그 벽 앞에 선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죽은 벽을 마주한 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나직이 되뇌던 한 필경사의 목소리가, 가장 오래 우리 귓가에 남는다.

작가 소개

허먼 멜빌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년 8월 1일 ~ 1891년 9월 28일)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며 시인이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의 초기 소설들인 South Seas adventures에 대한 인기는 많았지만, 후기작들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고 세상을 떠날 즈음에는 거의 세상에서 잊혀졌지만, 그의 최고 걸작인 《백경》(모비 딕)이 사후 수년이 흐른 후 "재발견"되어, 현재 그는 미국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존중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피에르, 혹은 모호함》,《빌리 버드》, 《타이피》, 《오무》, 《마디》, 《흰 재킷》 등이 있다.

허먼 멜빌은 1819년 8월 1일 앨란과 마리아 갱스부르 멜빌(Allan and Maria Gansevoort Melville) 사이의 셋째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그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할아버지인 토마스 멜빌 소령은 보스턴 차 사건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외할아버지 피터 갱스부르(Peter Gansevoort) 장군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James Fenimore Cooper)와 친했으며 1777년에 스탠윅스 요새를 방어한 인물이다.

아버지가 어린 멜빌을 다소 발달이 느린 아이로 묘사한 바 있듯이, 멜빌은 성홍열로 인해 쇠약해졌고, 그 병으로 인해 시력도 영구적으로 나빠졌다. 멜빌 집안은 직물(French dry goods) 수입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1830년에 파산했으며, 그 뒤에 가족은 뉴욕주 올버니로 이사갔다. 거기에서 허먼은 올버니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 전에는 뉴욕 맨해튼의 콜롬비아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아버지가 1832년 세상을 떠난 이후, 8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모두는 허드슨강이 있는 뉴욕주의 랜싱버그로 이사 갔다. 허먼과 그의 형제인 갱스부르는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일을 해야만 했다. 그 곳에서 허먼은 1835년까지 있었고, 올버니 고전학교(Albany Classical School)을 몇 달 동안 다닌 적이 있다.

멜빌의 방랑 기질과 가족의 생계를 스스로 도와야겠다는 소망 때문에, 그는 에리 운하에서 측량사 일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대신 그의 형이 도움을 주어 리버풀로 가는 뉴욕 여객선의 선실 승무원 일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배로 항해하여 런던까지 갔다가 같은 배로 돌아왔다.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1849년 소설 《레드번》(원제: Redburn: His First Voyage)을 출판했다.

이후 멜빌은 1837년부터 1840년까지 3년간 학교 교사로 지내면서 성공적인 좋은 때를 보냈다.

그 후 멜빌은 리처드 헨리 데이나(Richard Henry Dana)의 《최후의 지옥선》(원제: Two Years Before the Mast)을 읽고서 모험 정신이 되살아났다. 그 책은 1840년 출간했으며, 그 즉시 인기를 얻었다. 멜빌도 그 시기에 그 책을 접했음이 틀림 없고, 그로 인해 선원이 되는 경험을 하고픈 마음을 키워갔다.

1840년, 그는 태평양으로 가는 포경선을 타고 이듬해부터 태평양을 항해하였다. 후에 멜빌은 그의 인생은 이 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열여덟 달 간의 여행을 통해 그는 《모비 딕》을 쓰게 된다). 혹독한 환경에 염증을 느낀 그는 1842년 7월 9일에 마라케스 제도의 누크히바에서 도망쳐 원주민 부족인 타이피족들과 만났다. 8월에 오스트레일리아 포경선 루시안 호에 구조되었지만 타히티 섬에서 승조원 폭행 사건에 말려들어 영국 영사관에 체포되었다. 10월에 다시 도망친 멜빌은 에이메오 섬으로 달아나 숨었다. 이 파란만장한 항해는 11월, 미국 포경선에 구조되어 이듬해 1843년 4월 하와이에 닿을 때까지 이어졌고, 이 18개월의 항해와 탈주, 체포의 과정은 그 뒤 그의 저작에 큰 영향을 주었다.

1843년 8월에 호놀룰루에 있던 멜빌은 미국 해군의 수병으로 채용되어 이듬해 1844년에 린딘버그로 돌아왔다. 그가 없는 동안 집안의 생계도 나아져 형제들도 독립했다. 삶에 여유가 생긴 멜빌은 글쓰기에 다시 몰두해 당시 유행하던 해양소설에 손을 댔고 마라케스 제도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1845년 7월, 첫 번째 작품인 《타이피 족》(Typee)를 써낸다. 이는 원주민 여인과의 불륜적인 사랑을 포함하고 있다.

1850년 8월, 존경하던 선배 문호 나다니엘 호손과 만났다. 그는 모비딕에 호손에게 이 책을 받친다는 헌정사를 넣었다. 멜빌은 이듬해 《모비딕》을 발표하는 등 정력적인 창작활동을 계속했지만, 그의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문인으로 이름도 얻지 못했다. 멜빌은 외국 영사나 해군직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등 생활에 쫓기면서도 틈틈이 소설이나 시를 발표하였고, 남북전쟁 때 견문록 《전쟁물과 전쟁의 양상》(원제 : Battle Pieces and Aspects of the War)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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