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무 가슴아픈 사랑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 작가 에드워드 포스터의 인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보여서 소설 말미 모리스의 대사가 자신의 사랑을 인정받기 어려운 영국사회에 던지는,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간 전 애인들에게 날리는 항변인듯 싶었다.
신화적이며 숭고한 정신적 사랑을 추구하는 대학선배 클라이브에게 사랑을 배운 모리스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기존 가치관 밖으로 뛰쳐나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만족스러운 2년여를 보낸 시점에 자신의 기질이 바뀌었다며 갑작스레 결별을 선언하며 앤이라는 여자와 결혼해버리는 클라이브. 모리스는 정신적인 방황을 한다. 동시에 클라이브에 의해 억제되었던 육체적인 욕망이 폭발하며 어린 조카에게 이상한 감정을 갖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다.
클라이브는 모리스를 곁에 불러 돌봐주려 하지만 그에게 모리스는 여전히 순위 밖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앤과의 결혼생활에서도 클라이브는 자신의 플라토닉한 사랑을 완성하는 데에만 매진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모리스와 나눴던 충만함을 여전히 잊지못하고 나름 심적인 갈등을 하기도 한다.
모리스는 자신의 부정하고 치료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 최면술까지 받는다. 그러나 치료는 잘 되지않고 클라이브네 집 고용인 알렉과 하룻밤을 보낸다. 곧 사업을 위해 온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알렉은 모리스에게 한 번만 만나달라고 연락해오지만, 마음의 동요를 느끼는 모리스는 그를 피한다. 결국 둘은 다시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신분의 차이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알렉은 모리스를 떠난다. 사랑을 시인했으나 다시한번 홀로 남겨진 모리스. 이는 사랑하는 존재에게 두 번이나 버려졌던 작가 포스터의 경험과 일치한다.
읽으면서 인물들을 따라 감정이 널을 뛰는데, 개인적으로 포스터의 작품중에서 가장 울림이 큰 작품이었다. 과연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문제작. 성별 문제를 넘어서 누군가를 위해 마음이나 정신적인 교감, 교류 뿐만 아니라 자신을 던질 수 있는 행동까지 감행할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경험했던 실패한 사랑의 경험들을 돌아켜보는 계기도 됐던. 입으로만 말초신경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뼈를 깎는 고통과 뇌가 터질 것 같은 정신적인 고뇌와 압박까지도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 비소로 자격이 생기는 경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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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는 내게 얼마간은 마음을 쓰지. 하지만 그 얼마간에 내 인생 전부를 걸 수는 없어. 너도 마찬가지잖아. 너는 앤한테 네 인생을 걸고 있어. 너는 그 관계가 플라토닉한지 어쩐지 하는 건 걱정하지 않고 그저 그게 네 인생 전부를 걸 만큼 중요하다는 것만 알아.
나는 네가 앤과 정치에 쏟고 남는 5분 동안 써주는 마음에 내 인생을 걸 수는 없어. 날 만나는 일만 없다면 너는 나를 위해서 모든 걸 다 해줄 거야. 이 지옥 같은 1년 내내 그랬으니까. 너는 내가 네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고, 또 나를 결혼시키려고 아낌없이 수고할 거야. 그래야 손을 털 수 있을 테니까. 너도 나에게 얼마간은 신경을 쓰지. 나도 알아.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네가 원했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네 사람이었겠지만, 이제 내 인생은 다른 남자의 것이 되었어. 평생 한탄 속에 방황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그 남자는 네게는 충격적인 의미로 내 사람이야. 하지만 너도 이제 충격 같은 건 그만 받고 네 행복을 돌보면서 살기를 바랄게.
모리스 | 에드워드 포스터, 고정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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