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괴상한 작가 커트 보니것. 오래전에 그의 공상과학 디스토피아 단편소설 <2BR02B>를 읽고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단편도 상상초월이다. 일반적인 상식의 선을 마구 넘나드는 자유로운 문인이라는 생각.
값싸고 효과가 좋은 노화 방지약이 개발된 이후, 인류는 노쇠와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영원에 가까운 생명을 누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2158년의 세계는 과도한 인구 증가로 인해서 음식과 자원의 고갈, 거주 공간의 부족 등의 문제를 겪게 된다. 사회는 근대 이전의 제도로 회귀하여 혈연을 기반으로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체계로 재편되고, 나이와 사회적 계층에 따른 양극화가 심각해진다. 또한 젊은 사람일수록 사회적 경쟁에서 밀려나 부모 세대에 의지해서 살게 되는 사회적 퇴화가 일어나게 된다.
주인공 루는 22명의 친척들과 함께 할아버지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라는 최고의 자산과 연금이라는 고정적 수입을 가지고 할아버지는 가족 모두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는 가장 강력한 권한인 유산에 대한 분배권이 존재한다. 예기치 않은 말실수로 유산 분배에서 제외된 루는 할아버지의 노화 방지약에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음을 알아 차리게 되지만, 오히려 루 자신이 의심을 받는 상황에 처한다.
노쇠와 질병에서의 해방이 과도한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로 귀결되는 아이러니가 보니것 특유의 블랙 코메디적 전개 속에 잘 녹아 있다. 특히 고령 사회로 접어 드는 우리의 상황 속에서 이 소설이 단순한 블랙 유머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SciFan 시리즈의 전작 <2BR02B>와 함께 읽으면 보니것의 아이러니적 세계관이 펼쳐 지는 두 개의 방식을 감상할 수 있다. <2BR02B>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인구수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미래사회. 아이를 낳으려면 그 아이 수만큼의 사람이 죽어야만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엄격한 인구통제로 인해 모두 쾌적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의 제일 중요한 정책. 죽음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전화 한 통이면 친절하게도 원하는 처리는 해주는 별도의 부서도 마련되어 있다. 연락번호는 바로 2BR02B.
세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한 남자는 아직도 아에 셋 중 한 명을 위한 자리밖에 구하지 못했다. 아이들 모두를 무사히 살리기 위해 충동적인 결정을 하고, 이를 목격한 화가는 더 이상 행복한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기 힘들어져서 결국 자살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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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짜리 감방에 갇힌 에머랄드와 루는 평화롭게 그들의 간이 침대 위로 몸을 뻗었다.
”에머랄드.“ 루가 파티션 너머로 조용히 물었다. ”당신 세면대도 있지?“
”그래요. 세면대, 침대, 그리고 전등까지 모두 있어요. 할아버지의 침실이 대단한 것일 줄 알았지만 여기가 낫네요. 여기에서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을까요?“ 그녀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지난 40년 만에 처음이에요. 손이 떨리지 않아요. 이것 좀 봐요!“
”같이 기도하자고.“ 루가 답했다. ”변호사가 우리한테 1년형은 얻어 주겠다고 했어.“
”세상에나!“ 에머랄드가 꿈 꾸듯이 답했다. ”독방에 갇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드 패밀리 | 커트 보니것, TR클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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