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ㆍ전미도서상 수상 역사학자
미일 관계 전문가 존 다우어,
미국과 일본, 두 제국의 전쟁문화를 해부하다
★★★ 2010 전미도서상 ∙ 로스엔젤레스타임스도서상 ★★★
최종 후보작
◎ 도서 소개
— 현대 전쟁의 역학과 병리학
—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지적·역사적 뿌리
— 미국과 일본의 군사주의 비교연구
★ 2010 전미도서상 ∙ 로스엔젤레스타임스도서상 최종 후보작
★ 역사적 시각 자료 122컷으로 보는 전쟁의 문화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존 다우어는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관점에서 전쟁의 근원과 결과를 다루어 왔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논픽션)을 수상한 『무자비한 전쟁(War without Mercy)』(1986)에서는 태평양전쟁의 잔혹성, 비인도적인 양상을 세세하게 분석했다. 퓰리처상(논픽션), 전미도서상(논픽션), 페어뱅크스상(아시아사) 등 수많은 영예를 안은 『패배를 껴안고』(1999)는 태평양전쟁 직후 패전국 일본이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의 점령하에 폐허가 된 땅에서 새출발하기 위해 겪은 고투를 역사사회학적으로 재구성해 다루었다.
이제 더 큰 캔버스로 눈을 돌려, 존 다우어는 『전쟁의 문화: 미국과 일본의 선택적 기억, 집단적 망각(Cultures of War: Pearl Harbor/Hiroshima/9-11/Iraq)』(필로스 시리즈 34번)에서 현대전의 역학과 병리학에 대한 야심 찬 연구 프로젝트의 비교연구물을 내놓았다.
“진주만공격, 히로시마 폭격, 9·11 테러,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이라크 침공”이라는 네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전쟁의 문화를 검토하며, 현대 전쟁의 문화적 패턴을 분석한다. 저자가 ‘전쟁의 문화’로 검토하는 쟁점과 주제는 다음과 같다. 정보와 상상력의 실패, 선택적 기억과 집단적 망각, “전략적 멍청함(Strategic imbecility)”, 군사적·종교적 신념에 기반한 세속적 사고, 민주주의와 제왕적 대통령제 간 모순(“일원적 집행권”), 더욱더 노골화되는 성전(聖戰)의 수사, 비전투원 표적화(거부할 수 없는 대량 살상 논리) 등이다.
존 다우어의 『전쟁의 문화』는 전쟁계획가의 오만과 위선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표면상 “합리적 선택권”의 행사가 실제로는 어떻게 비합리와 무책임의 상징으로 나아가는지, 그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며 전쟁의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지속하는지를 밝힌다. 말미에는 “평화와 화해의 공유된 문화들”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전쟁의 문화를 넘어설 수 있는 희망을 모색한다. 저자는 이를 개인과 제도의 행태와 그 병리를 넘어서는 성찰로서 제공한다.
“나는 악을 진지하게 다루고자 한다. 이중 잣대와 위선은 되풀이되는 또 다른 테마이며, 기억과 비탄의 강력한 역할도 중요 테마다. 비극은 사회과학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개념이 아닌데 (양가적인 모호성과 비합리성처럼) 쉽게 모델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인문학으로 출발해 역사를 전공하게 됐고, 내게 비극은 악처럼 우리의 전쟁문화들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인 듯하다. 역사의 이용과 오용, 그리고 말 그대로의 무시는 또 다른 서브텍스트가 됐다.” —서문 「탐구의 진화」에서(45~46쪽)
◎ 시리즈 소개
Philos 사유의 새로운 지평
인문·사회·과학 분야 석학의 문제의식을 담아낸 역작들
앎과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우리 시대의 지적 유산
020 자유시장
제이컵 솔 지음 | 홍기빈 옮김
키케로에서 프리드먼까지, 세계를 지배한 2000년 경제사상사
당신이 몰랐던, 자유시장의 새로운 기원과 미래
132*204mm | 440쪽 | 34,000원
023 혐오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 홍성수ㆍ유민석 옮김
차별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해법은 ‘대항표현’이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가 역설하는 표현의 자유
132*204mm | 332쪽 | 28,000원
025 미국이 만든 가난
매슈 데즈먼드 지음 | 성원 옮김 | 조문영 해제
가장 부유한 국가에 존재하는 빈곤의 진실
사람을 섬기는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132*204mm | 416쪽 | 32,000원
028 뉴딜과 신자유주의
게리 거스틀 지음 | 홍기빈 옮김
뉴딜 질서의 폐허에서 출현해 전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역사에 대한 총체적 이해
132*204mm | 680쪽 | 40,000원
030 크랙업 캐피털리즘
퀸 슬로보디언 지음 | 김승우 옮김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의 요새를 만드는 법
현대 자본주의 역사 연구의 걸작
132*204mm | 476쪽 | 36,000원
033 전쟁의 유령
조너선 해슬럼 지음 | 우동현 옮김
제2차세계대전 발화의 비밀
전 세계 문서보관소에서 복원한 전간기 외교 현장의 기록
*** 필로스 시리즈는 계속 출간됩니다.
◎ 책 속에서
“진주만”은 알고 보니 다른 것들—예를 들어 미국의 무고함, 희생자화, “예외주의”의 신화와 더불어 상상력과 상식의 실패—의 코드이기도 한 까닭이다. 편견과 선입견은 구조적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이 보통 인정하는 것보다 잠재적 적들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평가를 왜곡한다. 인종, 문화, 종교의 차이들이 개입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게다가 그러한 편향들은 적대자들이 품은 불만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그들이 그런 불만을 호소해 지지를 동원하는데도 말이다.(67쪽)
뒤집어 보면 비합리적인 동양인이라는 이런 스테레오타입은 이성, 질서, 문명화된 행위의 계몽주의 이상들이 실제로 현대 서양인의 사고와 행위를 이끌어 왔다는 변치 않는 가정을 반영한다. 서양인들은 때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근대 전쟁과 평화의 역사만큼 이 점이 더 명백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도덕적 쟁점들은 차치하고라도, 과학기술적이고 기술 관료주의적인 정교한 사고가 수뇌부의 희망적 사고와 망상, 무리 행위와 나란히 가는 경우는 허다하다.(73쪽)
텃밭 싸움, “연통형 정보 전달”, 강박적 비밀 유지, 단순한 개인적 오만과 무책임은 문제의 일부였을 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9월 11일과 12월 7일에 불시에 당한 것처럼 이라크를 해방하는 대신 결국 갈가리 찢어 놓은 2003년의 정보 대참사는 역시 상상력의 거대한 실패, 즉 9월 11일 이후 몇 달 동안 줄어들기는커녕 확대한 실패를 반영했다.(100쪽)
상상력의 실패에 관한 사후 부검의 진단적인 언어는 오래전 진주만과 직면하여 관계자들이 보인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묘사하면서 분석가들이 사용한 언어, 즉 심리적인 미비 상태, 편견과 선입견, 적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심각한 과소평가와 동일하다. 거의 동일한 증상을 설명하며,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병리학자의 진단 서류철을 보는 기분이다. 그러므로 로버타 월스테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9월 11일 이전에 미국의 분석가들과 (일부 주변적인 예외들은 제외하고) 정책결정자들은 한마디로 “적의 대담성과 창의성을 예상”하지 못했다.(123쪽)
종교 책자들은 필리핀 정복을 “올바른 전쟁”으로 옹호한 한편, 엘리후 루트(Elihu Root) 전쟁장관은 “행복과 평화, 번영”을 촉진할 식민 행정부 수립을 더 세속적인 표현으로 설명했다. 그는 필리핀이 “민주주의의 전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것들은 조지 W. 부시의 유령 작가들〔연설문 대필작가들〕뒤에 있는 유령들이었다. 이라크 침공 준비 기간에 그리고 이후로 수년 동안 대통령의 문장가들과 지지자들이 쏟아 낸 말의 향연에 진정으로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다. “자애로운 글로벌 헤게모니”가 “자애로운 동화”를 대체했다. “백인의 짐” 같은 가부장적인 수사는 노골적인 인종주의를 빼고 그냥 미국의 “짐”이 됐다. “제국”은 “가벼운 제국”이 됐지만 미국만의 독특한 선(善), 사명, 명백한 운명의 신비는 여전했다.(150쪽)
진주만은 큰 전쟁(Big War)을 가리키는 하나의 코드나 상징 또는 제유가 됐다. 이는 1970년대에 쓰인 표준적인 군사사 서술이 “전멸 전략”이라고 부르는 세계관으로서, 제2차세계대전 훨씬 전부터 “특징적인 미국식 전쟁 방식”이 된 것이다. 그것은 9・11에 대한 럼즈펠드의 즉각적인 반응(“크게 가자—싹 정리하자—유관한 사 안과 무관한 사안 전부를”)을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어 준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큰 전쟁은 테러리즘이나 반군 활동과 맞서 싸울 때 요구되는 것이 아니었다.(239쪽)
9월 11일 이후로 이러한 제2차세계대전의 역사는 점차 의식에서 밀려났다. 그라운드제로는 사악한 세력들, 다시 말해 “우리와 달리” 인명의 신성함을 인정하지 않고 무고한 남녀노소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이질적인 민족과 문화들의 희생자가 된 미국을 가리키는 코드가 됐다. 그러한 이슬람주의 야만성은 서구적 가치관과 비서구적 가치관 간의 심오한 차이를 드러내는 가장 분명한 예시로서, 문명 충돌의 소명된 〔반증이 없는 한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채택되었다는 뜻〕 증거로 제시됐다. “그라운드제로 2001”이 과거로부터 그 이름을 가져옴과 동시에 그 이름이 유래한 장소와 대상에 도달하는 모든 시선을 차단하는 하나의 벽이 되어 버렸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256쪽)
새로운 폭탄을 시험할 준비가 되기 두 달 전인 5월 중순에 “맨해튼계획(Manhattan Project)”의 과학 감독으로 미 육군의 후원하에 그 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했던 J.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는 다른 방향에서 폭격기 탑승원만이 직면할 수 있는 특별한 위험을 다루었다. 오펜하이머가 “장치(The Gadget)의 방사선학적 영향들에 관해” 군사 계획가들에게 발표한 내용은 회의록에 다음과 같이 요약되어 있다. “(1) 방사선학적 이유에서 어떤 항공기도 기폭 지점으로부터 2½ 마일〔 4킬로미터〕보다 더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되며(폭발 기류상의 이유로 거리는 그보다 더 멀어야 한다) (2) 항공기는 방사능물질 구름을 피해야 한다.”(“장치”는 프로토타입 폭탄에 널리 쓰이는 암호명이었다.) 나중에 다른 기회에 오펜하이머는 임시위원회에 방사능이 “최소 3분의 2마일〔1.07 킬로미터〕 반경 이내에……위험할 것”이라고 알렸다.(312쪽)
“세계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이 주는 능력이 그 자체로 인류에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당신이 지식의 확산을 돕는 데 그 능력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과학자가 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고상한 수사이자, “죽음, 파괴자”에 관한 오펜하이머의 더 섬뜩한 성찰의 이면이었다.(378쪽)
개인을 뛰어넘는 거대 기계(mega-machine)는 또한 특히 현대 첨단 전쟁에서 두드러지는, 문자 그대로의 거리 두기나 추상성을 상기시킨다. 제2차세계대전에서 군인 대다수는 실제로 적과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다는 것을, 폭격기들이 폭발물과 소이탄을 투하할 때 목표물 위로 아주 높이(이른바 저고도 공습일 때도 대략 1.5킬로미터 이상이었다) 떠 있었다는 것을, “수 제곱마일의 파괴” 지역을 확인하기 위해 공중정찰 사진들에 의존하는 것이 시가지 폭격의 실제 참상을 무균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을, 워싱턴의 계획가들과 로스앨러모스, 시카고, 오크리지(Oak Ridge), 핸퍼드(Hanford)의 폭탄 제조자들이 “인간의 공포와 고통, 죽음”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거리 두기는 비유적인 것, 즉 전체적 그림 속에서 고립과 소외, 의문 제기에 적대적이 고 반대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제도적 기후 속에서 개인의 자율성 포기에 이르는 개인과 소집단의 종속과 자기 몰입도 의미하게 됐다.(384쪽)
현대전은 여전히 대체로 대량 살상이다. 관료조직들은 영역 다툼을 하는 세력권들의 집합이다. 정치적 도덕성이란 흔히 모순어법이다. 그리고 부시 임기 마지막 몇 달에서 드러났듯이 “시장 합리적인” 자본주의는 상당 부분 신화다. 전통적인 종교와 상관없는 믿음과 행위가 세속의 사제들에 의해 설파되고 강요되면서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6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