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니? 태양과 솔로의 공통점.”
SF 만화 하나는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만약 평생의 업(業)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준다면? 「은하철도 999」는 어린이에게 어떤 삶을 꿈꾸게 할까?
여기, 「은하철도 999」 때문에 천문학의 길을 걷는 20대 젊은 연구자가 있다. 세계 최대의 과학 토크 페스티벌 페임랩(FameLab)에 최초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에서 우주 덕심을 제대로 보여준 과학 커뮤니케이터, 지웅배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정모,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 있네’의 원종우(파토), 천문학자 이명현,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작가 이은희 등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발히 활동하는 저자들의 차세대 인물로도 주목받는 지웅배. 그는 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도다. 저자는 별을 관측하면서 ‘사랑’이 별들의 생애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아이디어에서 착안하여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좀 더 재미있게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주가 130억 년 동안 반복해오는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담아 첫 책 『썸 타는 천문대』를 썼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랑의 과정을 되새겨보며 천문학의 원리와 개념을 익힌다. 현대의 의미 있는 천문학 이슈에 관한 정보를 얻고, 천문학이 별을 관측하는 일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여기에 있음’을 알리기 위한 과학임을 알게 된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가 모두 별의 일부’임을 깨닫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 열릴 것이다.
사랑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우주의 130억 년
책의 제목으로 내세운 ‘썸’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의미는 연인이 되기 직전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 놀이를 뜻한다. 요즘 말로 “썸을 탄다(Some-thing)”는 말을 할 때 쓰이는 그 ‘썸’이다.
‘솔로-상대 발견-썸 타기, 상호작용-상태 유지-이별’이라는 사랑의 과정은 별이 생성되었다가 소멸하는 순서와 다르지 않다. 저자는 관측 가능한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도로 살며 수많은 사람들의 삶, 특히 사랑이 지구 밖 무수한 별들의 생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닮은 점을 동력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사랑의 시작부터 끝이 나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눈 것이다. 독자가 사랑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우주와 별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1장 태양이 별에게 묻다’에서는 별의 생성 원리를 알려준다. ‘2장 지구에서 우주까지’에는 그동안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한 시도들에 관한 역사를 정리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해온 관측 기술, 통신, 우주선 기술, 그리고 최근의 천문학 이슈들이 정리되어 있다. ‘3장 우주에서 운명처럼 만나’는 별과 행성으로 분류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지를 천문학사의 가장 큰 이슈들을 통해 설명했다. ‘4장 은하는 상호작용을 원한다’에는 암흑물질, 빛의 속도, 행성들의 중력, 은하의 상호작용 등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힘에 관한 설명을 담았다. ‘5장 130억 년 우주의 시작과 끝’에는 색깔로 예측해보는 은하의 수명과 상태, 별의 소멸과 폭발 등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이 장에서 “별은 폭발로 인해 소멸됨과 동시에 새로운 별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짚으며, 우주가 원형으로 순환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썸’의 또 다른 의미는 천문학도와 우주의 관계를 의미한다. ‘썸(Σ)’은 과학에서 합계의 의미로 사용하는 서메이션(Summation)의 약자다. 그리고 천문학자는 우주를 보며 스스로를 한없이 작은 존재라고 느끼는 우주의 일부이자, 우주를 세밀하게 관측하고 분해하는 사람이다. 속내를 쉽게 들춰내지 않는 우주를 알기 위해 천문학자는 0부터 무한대까지를 차례로 더해보면서 우주의 비밀을 파헤친다. 이 둘 역시 연인처럼 오묘하게 썸을 타고 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천문학자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며, 앞으로 천문학을 접하는 데 꼭 알아두어야 할 단어, 인물, 개념을 꼼꼼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인류가 그동안 어떻게 우주를 연구해왔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천문학을 별자리를 보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을 독자의 개념을 넓히고,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음’을 알리고 발견하는 일임을 알아채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과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문화의 다양성에 보탬이 되다
저자는 과학창의재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TEDx, 빨간책방, 그리고 수많은 중・고등학교 과학 강연에서 자신을 과학 커뮤니케이터라고 소개해왔다. 외국에서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로 불린다. 대표적인 인물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진행자 닐 타이슨이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공연, 영상 등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2014년과 15년에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저자가 함께 기획한 19금 성인 과학 공연 SNL(Sience Night Live)이 그런 예다.
저자는 해외 수많은 학회와 온라인으로 연결된 공대 개그, 그리고 한참 유행했던 미드 「빅뱅이론」의 유행을 보며 한국 과학 문화의 미래를 그려봤다. 역사에 남을 발명과 이론이 순수 학문으로서의 과학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저변이 튼튼해지려면 한국 사회가 과학을 ‘몰라도 괜찮은 분야’로 남겨두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꼈다.
저자는 첫 책 『썸 타는 천문대』를 빌어, 천문학이 세상을 재미있게 보는 시야를 하나 더 갖게끔 하는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누구나 천문학을 즐기고 우주를 대수롭지 않게 느끼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앞으로 밤하늘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별의 일생을 말하고, 블랙홀과 갈색왜성의 이야기에서 인생의 진리를 비유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NASA의 인스타그램에서 성운 사진을 보며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색깔이 생겨날 수 있는지를 떠올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밤하늘을 보기 위해 천문대로 훌쩍 떠나보는 낭만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