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나지 않는 내면의 여름 속에 서 있다.”
비극적인 가족사의 환영이 끝없이 되살아나는 골목길 너머의 환상과 공포
※청주시영상위원회 제작 지원 단편영화 「골목 저편」 원작 소설※
어린 시절 연달아 발생한 가족 실종 사건의 트라우마가 재현되는 기이한 골목길을 둘러싼 환상적인 공포가 돋보이는 단편소설 「골목 저편」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공포 테마 앤솔러지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 참여 저자이자 호러 매거진 《오드》 필진, 시나리오 작가로서 다채로운 창작 행보를 이어 나가는 일월명 작가의 신작 단편으로, 비극적인 가족사가 촉발된 근원이자 미지의 공포가 발현되는 공간으로서 골목길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재조명한다.
숨 막히는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8월은 ‘나’에게 더위만큼이나 끈질긴 저주가 반복되는 시기다. 여름이면 어릴 적 사라진 가족들의 환영이 낯선 골목길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며 치유되지 못한 상실감과 죄책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제 실종 사건의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끈적한 여름날의 풍경과 결부시켜 서글픈 애수와 이색적인 공포를 자아내는 「골목 저편」은 청주시영상위원회 지원을 받아 촬영을 마친 동명 단편영화의 원작 소설로, 일월명 작가가 직접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여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내 시선은 골목에 머무른다. 건물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골목들. 그래서 뙤약볕이 내리쬐는 다른 곳과 달리 서늘하고 좁고 깊어 보이는 골목들.”
―「골목 저편」 본문 중에서
과거에 유폐된 상처를 직면하는 성장 서사이자
형식적 참신함이 돋보이는 트렌디한 공포소설
골목 저편 공간의 실체는 알 수가 없다.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온갖 지역과 시간대가 뒤섞여 있고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아우성이 메아리치는 폐쇄적이고 환상적인 장소다. 처음엔 ‘나’에게만 보였던 골목길의 환영은 점점 더 다른 이들에게 전이되며 현재의 삶을 잠식해 나간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는 섬망 속에서 오랜 상처를 자꾸 소환하지만, ‘나’는 낡은 부채감과 열패감에 빠져들지 않고 과거의 그늘로부터 뚜벅뚜벅 걸어 나오기로 결심한다. 지금 내게 더욱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골목 저편」은 각종 안전안내문자와 실종 가족 찾기 팻말, 메신저 등 여러 시대상이 반영된 도구들을 비중 있게 활용함으로써 형식적으로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권말에 수록된 리뷰는 작품의 메시지를 일곱 가지 키워드로 해제함으로써 더욱 풍성한 해석을 즐길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줄거리
작열하는 태양이 최고조의 열기를 발하는 8월의 어느 여름날,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어머니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나흘 동안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지내던 중, 고층빌딩 사이로 난 유난히 좁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익숙한 사람들의 형체를 발견한다. 나는 평생을 시달려 온 ‘그것’들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려 하지만, 이내 골목 저편의 기이한 공간으로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구구단편서가 ONE 소개
전자책 큐레이션 단편집 시리즈 구구단편서가에 이어, 신진작가와 기성작가의 다채로운 단편소설을 출간하는 황금가지의 전자책 시리즈 ‘구구단편서가 ONE’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SF, 판타지, 호러, 로맨스,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한 편의 단편소설에 감상의 폭을 더해 줄 리뷰를 함께 곁들여, 짧지만 충만한 재미와 여운을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의 참신한 스펙트럼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