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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빛 상세페이지

소설 프랑스 소설

여자의 빛

로맹 가리 장편소설

구매종이책 정가10,000
전자책 정가7,000(30%)
판매가7,000
여자의 빛

책 소개

<여자의 빛> 로맹 가리 만년에 탐닉한 사랑의 모습
하룻밤 새 벌어지는, 급조한 사랑의 실패기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택시에서 내리던 남자가 길을 지나던 여자와 부딪친다. 여자가 놓친 물건을 주워주던 남자는 택시 기사의 재촉에 못 이겨 때마침 여자에게 택시비를 빌리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수표책을 사이에 둔 채 인연을 터간다.
미셸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아내(야니크)를 둔 남자다. 아내는 죽음에 굴하느니 오늘 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미셸은 아내의 부탁대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카라카스로 떠나려 했지만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고 다시 아내에게 돌아가던 길이다. 그는 아내를 무척 사랑하기에 그 공백을 한시도 버틸 수 없다. 한편 리디아는 반년 전 자동차 사고로 어린 딸을 잃었고 그 충격에 남편은 실어증에 걸렸다. 그녀는 딸의 죽음이 고통스러워 남편과 헤어지려 하지만, 이제 와서는 헤어짐의 이유가 고통에 있는지 식어버린 사랑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두 사람이 서로의 고통을 털어놓고,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고, 사랑을 사유한다. 곧 있을 아내의 빈자리를 급조한 사랑으로 대체하려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의 구애를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는 여자, 이 두 사람이 하룻밤 동안 벌이는 ‘밀고 당기기’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새날을 맞을까?

1977년 프랑스에서 첫 출간된 『여자의 빛』은 매력 있는 사십 대 남녀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지새우면서 벌이는 짧은 사랑 이야기다. 파리를 배경으로 사랑에 대한 사색과 사변, 유머를 적절히 혼합한 로맹 가리 만년의 재기가 돋보인다.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시간의 빛을 따라 파리의 장소들을 옮겨가며 차츰 감정에 깊이를 갖추는 성숙한 남녀의 애정 행각이, 설레고 초조하고 애틋하다가도 실망감을 느끼는 연애의 복잡다단한 양상을 잘 드러낸다. 여자를 꾀려는 궤변 같기도 하고 진심 같기도 한 말을 늘어놓는 주인공 미셸, 그리고 도덕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리디아, 이들 둘이 벌이는 기 싸움 혹은 관념 싸움이 로맹 가리의 언어에 실려 냉소적이고 역설적인 매력을 뿜는다. 사랑은 갖은 설득과 노력을 배반하고 이따금 우연한 곳에서 온다.
『여자의 빛』을 출간했을 때 로맹 가리는 이미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였고, 그 3년 뒤 세상을 떴다. 요컨대 『여자의 빛』은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했던 로맹 가리의 애정관이 마침내 맺은 결실로도 읽을 수도 있다. 사랑을 표방하고 끊임없이 갈구하는 이 소설에서 작가 자신의 삶을 읽는 일이 즐거움을 더한다.
『여자의 빛』은 1979년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연출하고 이브 몽탕, 로미 슈나이더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감독은 원작을 각색하면서 책에 나오는 대화를 거의 그대로 살렸다. 이 영화의 각본에는 밀란 쿤데라도 참여했다.

‘불멸하는 것’으로 죽음의 조련에 맞서기
사랑 타령 이상의 사랑 소설


『여자의 빛』은 단조로운 연애 소설이기를 마다한다. 로맹 가리는 아픈 사연을 지닌 남녀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간다는 고리타분한 설정을 애초에 배제하고,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을 맞닥뜨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포개어 연애 소설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주인공 미셸은 딸이 죽은 충격을 이기지 못해 실어증에 걸린 남자, 가슴에 심근 경색이라는 죽음의 전조를 품고 초조하게 살아가는 남자 등 죽음에 굴복하는 사람들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죽음에 굴복하지 않을 것, 불멸하는 것, 그러니까 사랑을 그토록 애타게 좇는다. 그에게 사랑이 건재함을 확인하는 일은 곧 세상을 뜨게 될 아내를 영원히 기리는 일이다. 완벽하던 자기 부부를 갈라놓는 죽음 그 무뢰한에 저항하기 위해 미셸은 사랑이 불멸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야니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어떻게 여전히 흠 없이 처음 같지? 모든 게 퇴색하고, 모든 게 깨지고, 모든 게 진력이 난다고들 하던데…….’
‘그건 퇴색하고 깨지고 진력나는 사람들만 그런 거야.’
‘당신과 나의 문제는 뭐지? 커플이라면 으레 갖는 문제들, 그런 것들 말이야.’
‘커플이 갖는 문제라는 게 뭔데? 문제가 있으면 커플이 아닌 거 아닌가.’

“사랑했던 유일한 여자를 잃었다는 이유로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해보게. 그건 사랑이 없는 거라네.”

아내 야니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 날, 미셸은 사랑의 불멸성을 입증하기 위해 아내의 권유대로 새로운 사랑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길에서 우연히 부딪친 리디아와 하룻밤 여정을 함께하며 끊임없이 구애하고 아내의 사랑을 전이시키려 한다. 하지만 리디아는 왠지 이 남자의 태도가 미심쩍다. 사랑이 과연 설득하고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무리하게 사랑을 이루려는 데에는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닐까? 그는 그저 자기 아내의 대용품이 필요한 게 아닐까? 이런 암묵적 물음들이 두 사람 사이에 자리해 조심스럽고 사색적이며 때로는 대담한 애정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당신은 나를 지독히 대충 파악하고 있어요. 나에 대해 잔인한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죠. 당신은 다시 한 번 사랑에 성공하려고, 다시 한 번 다른 여자를 사랑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낑낑거리며 대양을 헤엄쳐 건너는 당신을 보면 물속에 뛰어들고 싶어지죠. 당신이 익사하는 걸 막기 위해서요.”

‘로맹 가리’와 가명 ‘에밀 아자르’ 사이의 줄타기
가면 뒤에서 새어나오는 로맹 가리의 웃음


『여자의 빛』이 출간된 1977년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1975년 공쿠르상을 받은 『자기 앞의 생』을 포함해 이미 세 권의 소설을 출간한 뒤다. 그는 조카 폴 파블로비치를 에밀 아자르로 내세워 활동했는데, 『여자의 빛』이 나왔을 때 비평가들 중에는 로맹 가리가 잘나가는 조카를 표절한다고 힐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예컨대 『여자의 빛』과 『자기 앞의 생』에는 아래처럼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오. 사랑 없이 살 수 있소. 다만 그게 몹시 지루하다는 거요.”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해야 한다.”
『자기 앞의 생』에서

이런 비판을 들었을 때 로맹 가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로맹 가리가 흘렸을 냉소를 짐작해볼 수 있다. 『여자의 빛』을 쓸 무렵 로맹 가리는 비록 다른 필명이지만 다시 한 번 전성기를 구가하던 중이다. 거기에 세월이 가져다준 성찰을 얹어 『여자의 빛』을 완성했다. 여전한 필력, 여전한 반항 기질, 완숙한 성찰. 이미 예순 중반에 다다른 나이였지만 로맹 가리의 작품에서 여전히 젊고 진실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그 이유에서다.


저자 프로필

로맹 가리 Romain Gary

  • 국적 프랑스
  • 출생-사망 1914년 5월 21일 - 1980년 12월 2일
  • 수상 1975년 공쿠르 상
    1962년 최우수 단편상
    1956년 공쿠르 상
    1945년 비평가상

2015.01.21.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 로맹 가리(Romain Gary, 에밀 아자르)
유대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대전 참전 영웅으로, 외교관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알리다 권총 자살로 극적인 삶을 마감했던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1914년 러시아에서 유태계로 태어나, 14살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 니스에 정착한 후 프랑스인으로 살았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군인, 외교관, 대변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데, 파리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장교양성과정을 마친 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유 프랑스 공군에 입대하여 종전 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참전 중에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같은 해 이등 대사 서기관으로 프랑스 외무부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프랑스 외교관으로 불가리아, 페루, 미국 등지에 체류하였다. 1956년에는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공쿠르 상 수상에 대해 프랑스 문단과 정계는 그를 혹독하게 평가했다. 이후로도 로맹 가리에 대한 평단의 평가가 박해지자, 그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대 아첨꾼』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당시 프랑스 문단은 이 새로운 작가에 열광했다.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하여 한 사람이 한번만 수상할 있다는 공쿠르상을 다시 한 번 수상하였다. 원래 공쿠르 상은 같은 작가에게 두 번 상을 주지 않는 것을 규정으로 하고 있는데, 그가 생을 마감한 후에야 그가 남긴 유서에 의해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동일인물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평단에 일대 파문을 일기도 했다.

당시 로맹 가리는 재능이 넘치는 신예 작가 에밀 아자르를 질투하는 한 물 간 작가로 폄하되었으며, 두 사람에 대한 평단의 평은 극과 극을 달렸다. 또한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 외에도 '포스코 시니발디'라는 필명으로도 소설 한 편을 발표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사랑, 강한 윤리 의식, 풍자 정신으로 채색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새벽의 약속』, 『하얀 개』, 『연』, 『레이디 L』,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등이 있다. 그가 자신이 각색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와 직접 쓴 시나리오 「킬Kill」을 연출, 영화로 만들기도 하였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페루의 리마에서 북쪽으로 10Km쯤 떨어진 해안에 널부러져 퍼덕이다가 죽어가는 새들과 자살을 시도하는 한 여자, 그리고 그녀를 구해준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그는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인 아내 진 세버그가 자살한 지 1년 후인 1980년 12월 2일, '결전의 날'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권총 자살했다.

역자 -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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