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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즐거운 상세페이지

은근히 즐거운

산지니시인선 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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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정보
  • 2015.04.20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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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PER
ISBN
-
ECN
-
은근히 즐거운

작품 정보

속화된 자본의 시간을 견뎌내고 얻은
시인의 ‘쇳밥’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표성배 시인이 『기계라도 따뜻하게』(문학의전당, 2013) 이후 2년 만에 새 시집 『은근히 즐거운』을 내었다. 이번 시집은 자연이 선물하는 계절의 바뀜에 대한 서정성과 더불어 전투적인 노동시가 아닌, 자본주의의 속화된 시간을 자연사물에 빗댄 시어들로 가득하다. “노동자의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시 속에는 사람살이의 따스한 시선”(이월춘 시인)이 느껴지는 표성배 시인의 목소리에는 노동자의 고단한 삶의 풍경들을 “은근히 즐거운” 일상으로 바꾸는 기쁨과 소박한 아름다움의 행보가 담겨 있다. “일상의 숨겨진 진실을 맛보는 즐거움이 잘 드러”(정훈 문학평론가)나는 표성배의 시들은 시간의 편린이 응축된 삶의 각성들을 담았다. 세상의 모든 관계들을 “헐렁했으면 좋겠다”고 성찰하는 시인의 자각과 성찰이, 생활인의 바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시간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의지’로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컨테이너 사무실 유리창을 바라보며
사람살이의 따스함, 그 온기를 느끼다

이번 시집의 3부와 4부는 실제 현장노동자로서 근무하고 있는 시인의 삶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표제작인 「은근히 즐거운」에서는 라면을 끓이는 사소한 행위가 시인에게 주는 즐거움이 담겨 있다. 노동을 하는 생활인으로서 휴일이 갖는 즐거움을 상상하는 시인에게 ‘일요일’이 가져다주는 시상은 “라면을 끓여서 (…) 회취를 하고 싶은”(「은근히 즐거운」) 욕망을 갖게 한다. 개인의 사적 공간이 인간 사이의 관계와 소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열다섯 살 처음 공장에 출근했던 내 모습을 떠올”(「체 게바라를 읽는 밤」)리기도 하고, “컨테이너 사무실 유리창에서 바라보는/ 비 내리는 야외 작업장”(「트랜스포터」)에서 운반용 기기를 바라보면서 감상에 젖기도 한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살펴봤더니/ 어라!/ 나보다 먼저 일할 준비를 끝”(「새 기계」)낸 기계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제복을 칼같이 차려입은 용역들”(「정리해고」)을 앞세우고 도착한 정리해고 소식에 관해서 초연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시인은 일상과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따뜻한 봄 햇살 같은 긍정성을 잃지 않는다.

나는 월요일부터 화요일을 지나 점점 다가오는 일요일이 즐겁다

일단 일요일에는 좀 늘어지게 방바닥에 배를 깔고 등을 붙이고 있다 보면 아침은 슬쩍 건너뛰고 그로부터 내 즐거움은 슬슬 시작되는데

생각만 하면 월요일부터 입가에 웃음이 침처럼 흘러내리는데 아이들도 아내도 없는 조용한 집에서 바로 라면을 끓이는 일인데

(…)

내 월요일은 지난 일요일과 다가오는 일요일 사이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라면을 끓여서는 윗집 아랫집 아재 아지매 할 것 없이 소리쳐 불러서는 회취를 하고 싶은데

라면가락이 좀 퉁퉁 불더라도 누구라도 올 때까지 기다려보는 일인데 기다리다 기다리다 안 되면 하느님이라도 불러보는 일인데
- 「은근히 즐거운」 부분

바쁜 일상의 한가운데, 속박을 거부한 채
자신을 놓아버리는 자유에 대한 갈망

인간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행위를 ‘노동’이라 한다면, 우리는 모두 노동자라 볼 수 있다. 일터에서 일을 하고(기계를 돌려 쇠를 깎다가 그만/ 망치를 내리쳐 굽은 쇠를 펴다가 그만-「그만 병문안 가자」 부분), 가정에서 휴식을 취하고(티브이에서는 프로야구가 한창이다/ 야구장이 너무 뜨거워서 그런가 조마조마해서 그런가 -「고마 뭐 쫌이라는 놈」 부분), 주말에는 밀양 얼음골로 드라이브를 떠나기도(사과가 익기 전에 모범운전수처럼 달려가서는 가뿐하게 달려가서는 얼음지기가 있나 없나 살살 살펴보고는 얼음을 양손 가득 떼어내어 화아─ 하고 불어보는 거야 -「얼음골」 부분) 한다. 그러나 생활인의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시민의 모습을 이어나가며 자본주의 톱니바퀴에 편승하기를 거부하고, 구차한 생의 형식을 끊어버리고자 하는 솔직함을 드러낸다.

멍에처럼 짊어진 노동의 무게

무거워 무거워서 어찌어찌 끌고 갈 수 없다면

툭 끊어 버리자

그림자라도 끊어 버리자

딱 하루만이라도 끊어 버리자
- 「월차휴가」 부분

자연과 자본주의의 시간을 관조하는
시인의 상념이 빛을 발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노래를 찾는 사람들, 「사계」 가사 중)를 불렀던 과거 산업화 시대 공장노동자의 이야기처럼, 노동자인 시인에게도 계절의 변화는 자연의 즐거움과 별개로 자본과 노동의 사회 시스템 속에 종속된 채 다가온다. 스스로 “쇳밥을 너무 먹어 온몸이 딱딱 쇳소리를”(「탓」) 낸다고 고뇌하는 시인의 현실적인 고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인은 ‘쇳밥’처럼 딱딱해져버린 자신의 언어를 반성한다. “옥상에 망루를 짓고 십자가를 진 세입자들이나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며 노구(老軀)를 던지는 주민들이나 쫓겨난 일터로 돌아가고자 신발 끈을 묶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달빛과 달맞이꽃 사이처럼 그런 아침과 저녁을 맞으면 좋겠다”(「헐렁했으면 좋겠다」)며 시인은 존재 사이를 가로막는 딱딱한 경계를 허물고 서로를 보듬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자신의 시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 서 있는지”(「시인의 말」) 물으며 오늘도 하루하루 세상의 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것이다.

노랗게 물드는 가을 들판처럼 내 말은 풍성하지 못하구나

입으로는 가을가을 하는데 겨울겨울 하고 서릿발이 솟구나

아무래도 탓은 쇳밥 탓이구나

그래도 가을이구나

가을이구나 하고 가을이구나
- 「탓」 부분

작가

표성배
출생
1966년
데뷔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
수상
2021년 경남작가상 수상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기찬 날』, 『기계라도 따뜻하게』, 『은근히 즐거운』 등이 있고, 시산문집으로 『미안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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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하다 (표성배)
  • 은근히 즐거운 (표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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