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괴담」 세 번째 에피소드는 ‘귀 없는 호이치’. 원작은 라프카디오 헌의 단편집 『괴담』에 수록된 「귀 없는 호이치 The Story of Mimi-Nashi-Hoich」다. 두 번째 에피소드 원작인 「설녀 유키온나」와 마찬가지로 「귀 없는 호이치」도 일본의 널리 알려진 전설. 비파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평곡) 비파법사 호이치에 관한 이야기다. 맹인 호이치는 뛰어난 비파 연주와 평곡 ‘헤이케의 이야기(헤이케모노가타리)’에 능해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헤이케의 이야기’는 일본 헤이안 시대 말 1185년 벌어진 단노우라 전투를 포함하는 헤이케 가문의 흥망성쇠가 그 내용. 어느 날 호이치는 자신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는 사무라이를 따라 어느 지체 높은 다이묘(영주)와 귀인들의 모임에 불려간다. 그런데 앞을 보지 못하는 호이치가 불려간 곳은 실상 그가 생각하는 장소가 아니다. 호이치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 때문에 망혼들에게 죽음을 맞게 될 위험에 처한 셈. <책 속에서> 700년도 더 거슬러 간, 시모노세키 해협 단노우라에서 오랫동안 대립해온 헤이케(다이라 가문)과 겐지(미나모토 가문)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투에서 헤이케는 가문의 여자와 아이들은 물론 지금은 안토쿠 천황으로 기억되고 있는 어린 천황까지 모조리 죽음을 맞았다. 그렇게 이 바다와 해안은 700년 동안 망혼들로 물들어 있었으니…… 나는 다른 지면(단편집 『교토』를 말함―옮긴이)을 빌어, 그곳에서 헤이케 게라는 기묘한 게가 발견됐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게들의 등딱지에 사람의 얼굴이 있는데, 헤이케 무사들의 영혼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해안 일대에서 보이고 들리는 기묘한 일들은 많다. 깊은 밤이면 해변 주변에서 유령 같은 불빛들이 무수히 떠다니거나 파도 위를 날아다닌다. 어부들은 이 어스름 빛을 도깨비불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바람이 일 때마다 바다에서 전투의 함성처럼 요란한 외침들이 들려온다.
라프카디오 헌Lafcadio Hearn(1850~1904,〈유령 폭포의 전설〉)은 가장 일본적인 것에 천착한 그리스 출신의 괴담 소설 작가이다. 일본 괴담의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렸으며, ‘외국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일본 관찰자’로 칭송받다가 1904년, 심장마비로 54세의 나이에 생을 마쳤다. 지은 책으로는《괴담(怪譚)》,《동쪽 나라에서(東の国から)》,《일본잡기(日本雑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