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무엇이 되는가? 삶이 먼저고 그 속에 과학자가 있다
K-과학자가 들려주는 5인 5색 ‘나는 그렇게 물리학자가 되었다.’
물리학자의 길 찾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무엇이 되는가’ 하는 길 찾기의 보편 원리와 인생을 살아가는 중요한 이치를 깨닫게 된다.
[책소개]
물리학자이자 아인슈타인 연구가이기도 한 존 스타첼은 “아인슈타인에 관해 가장 오래 지속된 신화는 그가 나이를 먹어 태어났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책은 다섯 명의 물리학자가 쓴 ‘나의 길 찾기’이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 초등학교부터 석사과정까지 국내에서 마친 K-과학자들은 ‘나는 어떻게 물리학자가 되었나’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신화화되지 않은 과학자의 삶을 들려준다.
수학과를 가려다 함께 어울려 놀던 친구들 따라 물리학과에 갔다가 물리학의 재미를 발견한 김영기 시카고대 석좌교수, 고3 때까지 시만 쓰다가 뒤늦게 물리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인하대 물리학과 김현철 교수, 어릴 때부터 과학책을 탐독하고 별과 우주를 동경했던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뭔가 해야 한다면, 그게 뭘까?’ 애써 고민하고 선택하며 어렵게 물리학자라는 길을 찾은 서강대 물리학과 정명화 교수, 재미를 느끼고 할 수 있는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물리학자가 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최무영 교수, 이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과학자가 되는 일도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그래서’ 사이를 오가는 고민의 결과임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과 망설임과 후회와 아쉬움과 약간의 운과 몇 차례 중대한 결단이 얽히고설켜 짜인 것이 우리 인생이듯, 삶이 먼저고 그 속에 과학자가 있다”는 진리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러므로 ‘그렇게 물리학자가 되었다’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우리는 어떻게 무엇이 되는가’에 관한 책이자 동시에 삶에 대한 책일 수밖에 없다. 저자들을 사로잡은 “가장 멋진 학문” 물리학과 물리학자로서 느끼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추천의 글]
이 책은 각자의 인생 궤도 속에서 과학자의 길을 발견하고, 물리학이라는 향연을 즐긴 이들의 진솔한 고백을 담은 자서전이다. 전공 분야도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연이었다고 강조한다. 인생은 ‘운이 7할, 노력이 3할’이라는데, 운이란 게 다름 아닌 적당한 때 바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독자가 이 책을 만나는 것도 그 7할의 운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_한정훈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물질의 물리학』 저자)
[상세 리뷰]
과학자 ‘이모’와 과학자 ‘삼촌’에게 듣는 생생한 경험담
‘나는 어떻게 물리학자가 되었나’
“때때로 집에 놀러 와 저녁밥을 함께 하며 과학의 미묘함을 친근한 언어로 풀어 주는” 과학자 ‘이모’와 과학자 ‘삼촌’이 있다면? 이 책의 저자들이 바로 그런 이모와 삼촌이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한 저자들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민과 자신들만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렇게 물리학자가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물리학자 하면 떠오르는 위인과 천재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물리 과목을 배워 본 적이 없다. 대입 면접 중 면접관이 물리학과에 지원한 동기를 묻자 앞이 깜깜했다. 생각 나는 거라곤 아인슈타인 이름밖에 없어서 “아인슈타인을 좋아해서요”라고 대답했다.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면접관 교수님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_11쪽
분명히 문제를 풀었는데, 내가 선택한 답은 모두 오답이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성적표에 내 수학 성적은 ‘가’가 되었다. 그러니 물리학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내가 넘어야 할 첫 번째 벽은 수학이었다. _김현철, 90쪽
시만 쓰다가 고2 때 수학 시험에서 영점을 받고, 대입 면접 중 물리학과에 지원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생각 나는 거라곤 아인슈타인 이름밖에 없어서 “아인슈타인을 좋아해서요”라고 대답하고, 수학과를 가려다 함께 어울려 놀던 친구들이 물리학과에 간다고 해서 따라갔던 학생이 물리학자가 되었다니!
방학만 되면 해외로 가 버리는 지도 교수님 때문에 애가 타고, 신인 배우가 캐스팅을 위해 오디션 보러 다니듯 정규직을 구하기 위해 대학으로 연구소로 세미나 하러 다니며 자존심 상해하는 물리학자의 모습은 또 얼마나 현실적인지!
게다가, 저자들은 모두 국내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쳤지만, 학부를 마친 대학이 각기 다르고 박사과정을 밟은 나라도 대한민국, 일본, 미국, 독일로 다양하다. 입자물리, 핵물리, 중력이론, 응집물질물리, 통계물리로 연구 분야도 서로 다르다. 각기 다른 경로로 물리학자라는 곳에 당도한 저자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과학자라는 길을 염두에 두고 탐색 중인 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물리학 안에서도 다양한 세부 전공에 따른 연구 분위기와 진로, 나라마다 다른 연구실 제도와 문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무엇이 되는가?_각기 다른 물리학자의 길 찾기 속에서 발견하는 길 찾기의 보편 원리
우리는 어떻게 무엇이 되기로 결심하고 그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 우리와 같은 교육 제도와 동일한 사회 문화 속에서 공부하고 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물리학자라는 길을 향해 걸어간 K-과학자들의 이야기는 꼭 물리학자가 아니더라도,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고민하고, ‘우리는 어떻게 무엇이 되는가’ 궁금해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 찾기의 보편 원리를 넌지시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 보는 것일 수도 있고,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서서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일 수도 있으며, 새로운 두근거림을 지나치지 않고 그 신호에 귀 기울이는 일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들의 길 찾기에 동행하다 보면 “매일매일의 노력은 계획된 의도나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가슴에서 곧장 나온다”는 아인슈타인의 말도 되새기게 된다.
‘뭔가 해야 한다면, 그게 뭘까?’, ‘맞아, 난 물리학과 학생이니까 일단은 물리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 딱히 원하는 것도 이루고자 하는 것도 없었기에 일단 주어진 것부터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_정명화, 20쪽
“책에 있는 대로 가르치니 조금 감질납니다. 우리, 여기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봅시다.” 그리고 교수님은 제2 양자화라는 것을 가르치셨는데, 양자역학 때 배운 내용보다 훨씬 깊은 내용이었다. 그때 물리학에서 입자가 생겼다가 다시 사라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그날 나는 난생처음으로 물리학이란 학문에 매력을 느꼈다. _김현철, 92쪽
완성된 AMY 검출기에서 전자-양전자 충돌로 인한 신호가 잡혔을 때 그 흥분과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해 여름을 보내면서 ‘이게 내 일인가 보다’ 싶었고, 결국 입자물리 이론 전공에서 실험 전공으로 방향을 틀었다. _김영기, 132쪽
“가장 멋진 학문” 물리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
이 책은 물리학에 대한 송가이기도 하다. 물리학은 복잡해 보이는 현상들 이면에 숨어 있는 보편 원리를 발견하는 학문이다. 저자들은 저마다 물리학의 본질과 조우했던, 일종의 에피파니의 순간을 증언한다.
“혼자서 전자기학과 상대성이론을 공부하던 중에 나는 처음으로 눈앞에서 마치 지평이 열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건 일종의 에피파니였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맥스웰 방정식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야말로 온몸에 전율이 일 만큼 짜릿했다”_김현철, 95쪽
“기준틀을 정하고 일관성을 지켜서 뉴턴 방정식을 적용하면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문제라도 풀린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보편지식 체계와 그것을 활용하는 분석적 사고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_최무영, 166쪽
물리학은 그러한 보편 원리로 다양한 물질 현상은 물론이고, 인간을 포함한 이 우주를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입자물리학은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나’, ‘어떻게 세상이 만들어졌나’,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여기에 있나’ 하는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하고자 하는 학문이다.”_김영기, 125쪽
“물질과 생명, 사회, 그리고 인간을 모두 포함한 세상을 넓고 깊게 보도록 해 주는 눈으로서 물리학을 배우고 익히며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_최무영, 198쪽
이러한 물리학의 본질과 목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오정근 박사의 말처럼 거대 강입자 가속기나 중력파 실험같이 “많은 인력과 비용을 소요하는 프로젝트들이 생겨나면서 오늘날에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함께 과학 연구를 하게 되었다. 개개의 연구자들이 하나하나의 뉴런이 되고, 그 뉴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집단 지성의 천재가 되는 방식의 연구가 새롭게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일한 의미에서 김영기 교수는 다양성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려면 각자 자신이 아는 것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배워야 한다. 서로의 다른 생각과 경험이 만날 때, 그 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곤 한다. 그런 경험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 정신을 고양시킨다. 당연히 연구 결과도 좋아진다.”
물리학에 대해 들으면 들을수록 물리학을 향한 저자들의 애정에 독자들도 전염되고 만다. 그리고 어느새 “물리학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학문입니다”라는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