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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의 뜨거움에 저도 한참을 허우적대다 나왔습니다
이런 책을 발견하는 재미때문에 셀렉트를 끊을수가 없습니다.
‘의학계의 계관시인’ ‘스토리텔러’ 올리버 색스와 늘 붙어 다니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그의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본 건 『온 더 무브』 70대 후반에 쓴 자서전이 처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왜 그 수식어가 그에게 붙었는지 알만하다 싶었다. 특이한 글쓰기다. 분명 의학과 과학 용어인데 그리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 정도. 색스는 자기 글쓰기를 “보편성과 특이성을 접합하는 글쓰기 방식(환자들의 임상 사례에 신경과학을 결합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자서전(自敍傳) 『온 더 무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만남’의 이야기였다. 사람과의 만남뿐 아니라 증상과의 만남, 각종 약과의 만남, 취미와의 만남, 자기 성 정체성과의 만남까지. 각종 의학용어와 약 이야기가 난무하는 걸 보면 의학과학자의 글쓰기 티가 난다. 글에서 드러나는 리듬을 보면 예술가의 글쓰기 티가 난다. 그 역시 시와 음악을 사랑한 사람인 것이다. 책의 초반부터 색스는 자기 성 정체성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다. 18세에 성 정체성을 가족에게 밝혔다고 하니 시기는 정석이다. “나는 일과 결혼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75세에 빌 헤이스를 만났다기에 생애 후반기에 이르러 자기 성 정체성을 깨달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환자들을 사랑하고 연구만 열심히 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놀 만큼 놀기도 한 사람이었다. 모터사이클을 즐겼고, 헬스를 열심히 하고 스쿼트가 특기인, 270kg 역기를 자유자재로 들고 내리는 ‘육체파+지식인+시인’이 올리버 색스였던 것. 아 참, 마약에 중독되어 아주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했다니 그것 역시 의외다. 그러니 여기 ‘방탕한 예술가’도 추가다. 모든 자서전이 그렇듯이 『온 더 무브』의 중반부를 지나가니 좀 지루함이 있기는 했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별로 없이 계속 연구하고 글 쓰고 책 나오는 이야기만 지속되니. 그러다 후반부에 병이 ‘갑툭튀’ 나타나면서 급 흥미진진해졌다. 2000년 후반대에 나타난 오른 눈의 안구 흑색종, 즉 심각한 암 말이다. 색스의 매력은 여기서 폭발한다. 흑색종과도 흥정하는 긍정성. 그리고 이 치료 과정 가운데 나타난 망막 손상과 시지각 증상도 신기한 현상과 연구로 받아들여 『마음의 눈(The Mind’s Eye, 2010)』을 쓰는 호기심. 이런 생의 긍정성과 유머가 색스 인생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뿐인가, 2008년 75세에 만난 빌 헤이스 이야기는 드라마틱과 로맨틱의 극치다. “가끔 돌아보면 내 인생이 일상의 즐거움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느껴지곤 했는데, 이것이 빌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달라졌다. 스무 살에 처음 리처드 셀리그와 사랑에 빠졌고, 스물일곱 살 때는 멜을 만나 애만 태웠고, 서른두 살에 만났던 카를과의 관계는 정체가 불분명했고, 그리고 지금 나는(맙소사!) 일흔일곱 살이 되었다.” 올리버 색스는 20대의 연애 이후 35년간 싱글이었다고 하는데 그런 걸로 치면 나는… 앞으로 멀고 멀었다는 이야기다, 답이 없다는, 망했다. 『온 더 무브』를 읽으며 뼈저리게 남은 건, 역시 글은 쓰고 봐야 한다는 것. 잘 쓰나 못 쓰나 글쓰기는 일단 ‘남는다’ 올리버 색스는 안 되어도 끄적거리기 쟁이는 될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호기심 넘치게, 신나게 쓸 것. “어렸을 때 사람들은 나를 보고 먹물쟁이라고 했는데, 잉크로 얼룩져 있기는 지금이나 70년 전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이 현재 1,000권에 육박한다. 늘 들고 다니는 작은 수첩형 일기장에서 큰 책만 한 것까지 모양도 크기도 가지각색이다. 나는 꿈속이나 밤중에 생각이 떠오를 경우를 대비해 항상 머리맡에 공책을 놔두고, 수영장이나 호숫가, 해변에도 웬만하면 한 권 놔둔다. 수영은 생각이 굉장히 활발해지는 활동이어서 특히 완성된 문장이나 단락으로 떠오르면 곧바로 나가서 써놔야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글을 완성하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었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과 감정이 분명하게 정리된다. 내게 글쓰기는 정신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요소다.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이 꼴을 갖추어가는 과정 전체가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내가 쓰는 일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뿐더러 나 스스로 지난 일기를 꺼내 읽는 것 또한 좀처럼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일기는 내가 자신과 단둘이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신과의 대화에 필수적인 형식의 글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종이 위에서 생각한다고 꼭 공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편지봉투 뒷면도 되고 메뉴판도 되고, 손에 잡히는 아무 종이에든 쓰면 그만이다. 나는 마음에 드는 글귀가 나오면 밝은색 색종이에 옮겨 적거나 타이핑해서 게시판에 압정으로 꽂아놓기가 다반사였다. 시티아일랜드에 살 때는 그렇게 베껴놓은 글귀가 첩첩이 쌓여 바인더 링에다 꿰어 사무실 책상 위 커튼 봉에 주렁주렁 매달아놓기도 했다. 나는 이야기꾼이다. 좋든 나쁘든, 그렇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향, 서사를 좋아하는 경향은 언어 능력, 자의식, 자전기억autobiographical memory과 더불어 인류의 보편적 특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쓰기는 잘될 때는 만족감과 희열을 가져다준다.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쁨이다.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잡념이나 근심 걱정 다 잊고, 아니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오로지 글쓰기 행위에 몰입하는 곳으로. 좀처럼 얻기 힘든 그 황홀한 경지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쉼 없이 써내려간다. 그러다 종이가 바닥나면 그제야 깨닫는다. 날이 저물도록, 하루 온종일 멈추지 않고 글을 쓰고 있었음을. 평생에 걸쳐 내가 써온 글을 다 합하면 수백만 단어 분량에 이르지만, 글쓰기는 해도 해도 새롭기만 하며 변함없이 재미나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거의 70년 전의 그날 느꼈던 그 마음처럼.”
<뉴욕 타임스>가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부른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며 진료한 환자들 이야기를 여러 권 책으로 펴냈다. 나도 그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뉴욕 타임스>의 찬사는 빈말이 아니다. 색스가 쓴 글은 환자 개개인이 앓고 있는 질환을 삶의 부분으로 보여주며 따스한 온기를 뿜어낸다. 의학 지식과 환자의 삶과 저자의 진료가 조화롭게 어울려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사람과 자연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관찰하는데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된다. 색스는 안타깝게도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 <온 더 무브>는 역동적인 삶과 학문적 탐구의 여정을 그가 직접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자서전이다. 신경과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삶을 소재로 한 다른 책을 읽었을 때에는, 저자가 다른 취미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의사로서 하는 일에만 열중하는 줄 알았다. 자서전을 읽으며 그가 모터사이클, 운동, 음악, 탐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의 삶은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찼다. 심지어 마약에 탐닉한 때에도 신경과학 연구에 몰두했다. 운동으로 말하면 그는 한때 캘리포니아 스쿼트 신기록도 수립했다. 스쿼트 자세로 270킬로그램 역기를 어깨에 올렸다! 이런 괴물 몸을 가졌는데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는 저술까지 여러 권 쓰다니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아침에 1시간 가볍게 운동하는 일조차 게을러하고,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일도 온갖 핑계로 미루다 겨우 허접스레 쓰는데 어쩜 저럴 수 있을까? 놀랍고 부럽다. 책을 더 읽어보니 색스의 업적이 저절로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신경과 전문의가 되고 뉴욕에 있는 두통클리닉에서 처음 임상을 시작했다. 한 젊은 남자가 전형적인 고전적 편두통을 호소해서 적절한 처방을 내렸다. 환자는 처음엔 좋아하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불평을 했다. 환자는 매주 일요일마다 심한 편두통을 앓았는데 그러면 온 가족이 방문하고 자신의 편두통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으니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그 환자는 다음 일요일에 천식 발작을 일으켰다. 색스가 놀라서 천식약을 처방하려니 환자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일요일마다 아플 필요가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색스는 환자와 두 달에 걸쳐 ‘일요일마다 아프려는 욕구’를 탐구했다. 이 과정에서 편두통은 점점 줄어들고 나중에는 거의 사라졌다. 색스는 이 사례가 “무의식적 동기가 때로는 생리적 경향과 동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증이자 어떤 사람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패턴과 맥락, 그 인생의 유기적 질서에서 하나의 질환 또는 그 치료법만 따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증”이라고 썼다. 그는 평생토록 이 교훈을 가슴에 새겼으며 이런 마음으로 ‘병례사’를 구성하는 글을 썼다. 색스가 만성질환 클리닉인 베스에이브러햄병원에서 근무할 때 입원환자 중 80여 명 가량이 1920년대 세계를 휩쓸었던 기면성뇌염의 생존자였다. 이 질병에서 회복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수십 년이 지난 후 기이한 뇌염후증후군에 시달렸다. 중증 파킨슨증을 앓는데 일부는 특정 자세로 몸이 굳어서 무의식 상태는 아니지만 공격받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의식이 정지된 상태에 빠졌다. 이 환자들에게 파킨슨병 치료약 엘도파를 투여하니 의식이 ‘깨어나면서’ 되살아났다. 이들을 돌보고 관찰하면서 색스는 앞서의 교훈을 더욱 깊은 형태로 깨달았다. “이례적인 장애를 지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와도 같지 않은 특별한 존재, 특별한 삶의 양식으로 느껴지곤 했다.” “신경질환을 다룰 때는 개별 환자의 삶으로 들어가 전체를 기술하지 않는 한 그 질환의 특성과 영향을 밝혀낼 수 없다.” 색스는 뇌염후증후군 환자들이 수십 년만에 깨어난 이야기를 <깨어남(awakening)>이란 책으로 펴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로버트 드 니로,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된다. (한국에는 ‘사랑의 기적’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이때부터 색스는 환자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글을 쓴다. 그의 글을 읽고 나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꼈다. 나는 특히 색스가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다웠다. 그는 환자를 무언가 부족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신체에 이상이 있거나 결핍된 사람을 모자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인격으로 소우주를 이루며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고 뼈속깊이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그의 글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감동을 얻는다. 자서전을 읽으며 색스가 어떤 경험과 깨달음으로 이런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색스는 죽기 몇 달 전, <나의 생애 My own life>란 짤막한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기고문 말미에 색스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나는, 느끼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왔으며 이는, 그 자체로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다. 이 자서전 제목처럼 “나아가는 삶(On the Move)”을 충만하게 살았던 색스의 일생을 통해 감동과 교훈을 얻었다. 한의사로서 색스의 1/10만큼이라도 환자의 삶을 아우르며 진료하려 노력해야겠다. 그래, 오만하지 않아야,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보아야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아름다운 삶을 누린다.
인생은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하지만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보아야한다. 책 앞머리 말처럼 그와 나를 이해할 수 있었던 책 누구나 책을 쓸 필요는 없지만 누구나 문학적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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