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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26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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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410-ECN-0111-2017-800-000612977
미정고 장편 ; 나도향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정보
미정고(未定稿)장편 ; 나도향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글 미리보기>
가을의 세검정(洗劍亭)은 더한층 사람을 쓸쓸하게 함이 있 다. 세검정의 역사적 내력을 말할 것은 없으나 우리로서 그 자리에 서서 옛일을 돌아보는 이의 마음 가운데 물들듯이 스며드는 감상이 있다고 하면 그것이 곧 우리의 마음속에 속살거려 주는 새검정의 말일 것이니 그것을 듣는 이에 따 라서 그 말의 빛이 엷고 진함이 다르기는 할는지 모르겠으 나 그 말이 그 말일 것은 다시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날이 아직 더웁지는 아니하였으나 높다라니 개인 벽옥색 하늘에는 서쪽으로 넘어가는 저녁해가 장엄한 오색빛을 서 편 산 위에서 하늘을 향하여 흠뻑 퍼뜨리었다. 그 빛을 다 시 이쪽 산이 가리어 산은 산 그림자를 넣지 못한 산골짜기 위에 검은 포장을 눌러 놓듯이 높은데 얕은데 나뭇가지 시 내속 틈틈 사이사이 남겨놓지 않고 가려놓았는데 우뚝바위 위에 말없이 서 있는 세검정의 그림자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늘여서 기름하게 가로 놓았다.
꽃이 봄에 아름다운 것이라 하면 단풍이 가을에 귀한 것이 니 먼 산 가까운 언덕에 누르고 붉게 피어 있는 단풍은 돌 아가는 여름이 선지를 물었다가 흠뻑 내뿜은 듯이 처참하기 도 하고 겨울을 맞는 가을이 여름 한 겁을 두고 봄을 뒤집 어 복사한 듯이 알 수 없는 감회를 일으키기도 한다.
바람은 분다. 을씨년스러운 생각이 난다. 단풍은 바람에 떨 때 바위 틈을 기어나고 모래로 숨어들어 은방울 울리듯이 흐르는 가을 물은 그것을 비쳐서 마치 뜨거운 볼은 피가 모 였다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벌거벗은 산에는 울퉁불퉁 내어밀은 바위가 멀리서 와서 멀리 가는 바람이 스칠 때마다 서늘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 듯하다.
그 위 소림사(小林寺)에서 저녁 종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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