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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우리들의》는 작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소련에서의 억압적인 현실과 미국 이민 이후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낸 자전적 에세이다. 작가가 되고 싶어 글을 썼지만, 그의 문학은 끝내 조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의 많은 문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팍팍하고 막막한 삶 속에서 그에게 남은 거의 유일한 위안은 술이었다. 독한 술에 기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을 돌보는 일도,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일도 점점 그의 몫에서 멀어져 갔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던 것은 아내였다. 그는 흔들리고 있었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위로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신의 일을 해나갔다. 어쩌면 그에게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실패 그 자체보다도, 그 실패에 대해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을지 모른다. 곁에 누군가가 있었지만, 그는 끝내 혼자였다. 마침내 아내는 결정을 내린다. 가난하고 희망 없는 삶 속에서 딸을 키워야 하는가를 오래 고민한 끝에, 미국 이민을 택한다. 그 선택은 상의가 아니라 통보에 가까웠다.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의 말투로, 남편에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다. 그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사람처럼, 자신의 삶을 앞으로 밀어붙인다. 그 와중에 그의 원고가 우연히 미국으로 건너가 출판되는 일이 생긴다. 그것은 성취라기보다 또 다른 문제의 시작. 그 일로 그는 러시아 정부의 눈 밖에 나고, 감시와 심문, 그리고 폭력에 가까운 압박을 견뎌야 했다. 글을 썼다는 사실 하나로, 그는 점점 더 좁은 곳으로 밀려 들어간다. 비록 그가 바라던 조국에서의 성공은 아니었지만, 작가로서 인정받는 순간, 바로 그 순간 그는 동시에 조국으로부터 배제된다. 출판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니라, 위험이 되어버린다. 결국 어머니와 도블라토프는 아내의 뒤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아내와 딸과 다시 한집에 머물게 된다. 마음으로는 이미 부부라기보다 남남에 가까웠지만,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일 년 뒤, 그들은 미국에서 아들을 낳는다. 관계는 이미 끝나 있었지만, 가족은 오히려 완성된 듯한 모습이 된다. 도블라토프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사건이 깔끔하게 정리되거나 오랜 노력이 어떤 결실로 이어지는 순간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삶은 뜨뜻미지근한 상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음 국면으로 미끄러지듯 이어진다. 뚜렷한 위기나 극적인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저 건조하고, 지지부진하게 계속될 뿐이다. 억울한 상황은 계속되지만, 그는 크게 반항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복수하듯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정하기보다는, 누군가가 내민 방향으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그쪽으로 떠밀리듯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처음에 바라던 소소한 바람은 어느 순간 이루어져 있다. 계획해서 얻은 결과라기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 쥐어져 있는 것에 가깝다. 얼렁뚱땅하고, 조금은 괴상한 인생이다. 웃기긴 한데, 큰 소리로 웃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함께 인상을 쓰고 고민하기에는, 그의 행동이 너무 터무니없고 때로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하다. 그래서 독자로서는 그저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웃음과 당혹, 그리고 묘한 연민 사이를 오가게 된다. 이렇게 살아가는 러시아 작가도 있었구나 싶어 낯설고 새로웠다. 그의 작품은 고뇌와 진지함 대신, 자조와 푸념 속에서 떠밀리듯 이어지는 삶을 보여준다.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 계속하다 보니 어찌어찌 무엇이 되어 있는 삶.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_______ 나는 방향을 잡아보려고 애썼다. 세상에는 두 개의 실제적인 극이 있었다. 명확하고, 친근하지만, 질식할 것 같은 − 여기와 아는 바가 없고, 반쯤은 판타지적인 − 저기. 여기는 친구들과 적들 가운데 있는 고통스러운 삶의 광활한 공간이다. 저기는 동요가 없는 침착함의 조그마한 섬인 아내가 전부다. 내 모든 희망은 저기에 있었다. 모르겠다. 무슨 대단한 걸 위해서 내가 비자 및 거주 등록 담당 부서장의 머리를 시끄럽게 했는지…. 우리들의 |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김현정 저 #우리들의 #세르게이도블라토프 #지식을만드는지식 #이민문학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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