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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상세페이지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관심 0
들녘 출판
셀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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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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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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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00원
판매가
13,300원
출간 정보
  • 2019.03.21 전자책 출간
  • 2019.03.06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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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8.9만 자
  • 15.6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59253904
ECN
-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작품 정보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여행은 정말 가능한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 앞에 쉽게 대답을 내놓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시간은 너무도 익숙해서 잘 알고 있는 듯 착각하게 되지만, 사실 시간이라는 개념만큼 알쏭달쏭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없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강한 호기심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정말로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우리는 〈터미네이터〉를 보며 시간여행의 짜릿한 긴박감을 느꼈다면, 〈인터스텔라〉를 통해서는 시간여행이 인간 상상력의 소산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최근 천체물리학의 놀라운 발견과 연구를 접하며, 시간여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결론을 의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간 개념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비롯한 물리학 이론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인류가 생성된 이래, 형이상학, 인식론, 언어철학, 물리철학, 논리학 등 제반 학문에서 시간은 늘 첨예한 쟁점을 이루는 핵심 논제였다. 이 책은 시간을 둘러싸고 이루어져온 인류 지성사의 맥락을 정리, 소개하면서 그 대표적인 주장들의 논지와 허점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해설해간다.

시간이론을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로 구분하여 논증한다

시간이론은 크게 ‘시간이 흐른다’는 3차원주의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4차원주의로 구분된다.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는 최근 영미권을 중심으로 철학과 과학 분야에서 흥미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론이지만, 정작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과학적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4차원주의를 주장하는 대중 물리학 책은 많이 나와 있고, 4차원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인터스텔라〉 등과 같은 SF영화는 많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제대로 소개하는 책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어설픈 4차원주의자가 되었고, 3차원주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이 책의 목적은 철학과 과학의 관점에서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오래된 쟁점으로부터 시간여행에 관한 최근의 쟁점에 이르기까지,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 사이에 벌어진 흥미로운 논쟁을 소개한다. 그리고 근대 시간이론과 3차원주의를 결합하여 새로운 3차원주의를 제시한다.
난해한 시간이론을 쉬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음의 4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터미네이터는 1984년으로 갈 수 있는가?
시간여행은 정말로 가능한가? 시간여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시간여행은 과거나 미래로 가는 여행인데,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쟁점에 대한 3차원주의자(도위와 다니엘스)와 4차원주의자(그레이와 밀러)의 입장을 살펴본다.

팀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는가?
시간여행자는 이미 벌어진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예컨대 만약에 시간여행자가 과거로 가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이면, 시간여행자는 태어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 쟁점에 대한 3차원주의자(비벨린)와 4차원주의자(루이스, 브라나스, 사이더)의 입장을 살펴본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과거의 자신을 만날 수 있는가?
엘비스 프레슬리가 과거로 가서 젊은 시절 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엘비스는 날씬하면서 동시에 뚱뚱하다”는 문장을 참이라고 해야 한다. 이 쟁점에 대한 3차원주의자(마코시안, 밀러, 캐롤)와 4차원주의자(사이더)의 입장을 살펴본다.

존 코너는 오로라 공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현재의 행위를 바꾸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특수상대성이론의 상대적 동시성 개념을 받아들이면, 과거/현재/미래는 결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어떤 행위를 하든 간에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벌어질 일은 어쨌든 벌어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쟁점에 대한 3차원주의자(스타인)와 4차원주의자(퍼트남)의 입장을 살펴본다.

책 속으로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는 최근 영미권을 중심으로 철학과 과학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고도 흥미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국내에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과학적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4차원주의를 주장하는 물리학 책은 수없이 나와 있지만,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철학과 과학의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조망한 책은 아마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현대 물리학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영화들이 개봉되었다. 특히 2014년에 개봉한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4차원주의의 핵심 이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SF 영화에 열광하면서 알게 모르게 어설픈 4차원주의자가 되었다. 하지만 3차원주의가 어떤 철학적 입장인지,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 사이에 어떤 철학적 논란이 있는지, 하는 점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재미있는 철학적・과학적 주제가 유독 국내에서만 소개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16-17쪽)

시간이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형이상학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시간이라는 놈은, 자신의 정체에 대한 조그마한 단서 하나도 그 누구에게 내보이지 않았다.
이럴 때에는 질문을 단답식으로 바꾸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은 흐르는가? 이러면 대답하기 한결 쉬워진다. 그에 대한 대답은 둘 중에 하나다. “시간은 흐른다”는 대답과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는 대답. 전자를 3차원주의(Three-Dimensionalism), 후자를 4차원주의(Four-Dimensionalism)라고 한다. (26쪽)

그런데 왜 갑자기 시간여행 이야기지?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엔 사실 재미있는 이유가 있다. 시간여행의 가능성에 대해서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 사이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3차원주의자들은 시간여행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와 미래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4차원주의자들은 시간여행이 (적어도)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미래가 거기에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3차원주의자들은 시간여행이 여러 가지 논리적 모순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4차원주의자들은 지적된 모순이 진짜가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한다. (44-45쪽)

시간여행이란 무엇인가? 시간여행은 간단히 말해서 과거나 미래로 가는 여행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자다. 우리는 매일매일 내일로 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모두 시간여행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여행에 대한 정의를 달리 내릴 필요가 있다.
시간여행의 정의를 처음으로 내린 사람은 미국의 대표적인 분석철학자 루이스(David Lewis, 1941~2001)다. 그는 시간여행을, 시간여행자의 개별시간과 외부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여행으로 정의했다.
개별시간(personal time)이라는 용어 때문에, 그것이 주관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관적인 시간은 감정 상태에 따라 뒤죽박죽 흐른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는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전역을 며칠 앞둔 말년 병장의 시간은 (거꾸로 매달리지 않아도) 한없이 더디게 흐른다. 여기에서 개별시간은 개별자의 객관적인 시간을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개별시간이 객관적일 수 있는가?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45-46쪽)

시간여행자가 과거를 바꾸려는 이야기는 SF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터미네이터는 과거로 가서 미래의 인류 지도자 존 코너의 어머니를 죽이려 한다. 존 코너의 출생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12몽키스〉에서 주인공 콜은 과거로 가서 미래에 인류를 멸망시킨 바이러스 샘플을 구하려 한다. 인류의 멸망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벌어진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마따나, 그것은 신(God)조차도 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이 점에서는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도 동의했다. 그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면 과거가 뒤죽박죽될 것이기 때문에, 시간여행을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어떤 물리법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79-80쪽)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는 20세기에 들어와 구체적으로 형성된 이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20세기 이전에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와 같은 사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두 이론으로 분류될 수 있는 수많은 이론들이 있었다. 그 많은 이론들이 형이상학, 인식론, 언어철학, 물리철학, 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넓은 사상의 스펙트럼을 가진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는 하나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세계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쟁점을 사이에 두고 논란을 벌였다. 변화와 운동에 대하여, 시간과 공간의 본질에 대하여, 개별자의 존재방식에 대하여, 특수상대성이론의 해석에 대하여 등. 그래서 두 이론이 차지하고 있는 지형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두 이론을 관통하는 중심 사상은 비교적 일관적이기 때문이다. (151쪽)

우리는 지금까지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를 다루면서 철학과 과학 사이에 난 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왔다. 이 길을 오는 동안 우리는 시간여행에 관한 여러 쟁점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사의 맥락에서 두 이론을 조망해보기도 했다. 언어의 관점으로도 접근해보았고, 각각의 이론이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지도 살펴보았다. 그리고 상대성이론에 대한 해석의 관점으로도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3차원주의와 4차원 주의를 다양한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려 하였다. 나는 3차원 주의와 4차원주의 사이에서 대체로 균형을 잡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4장에서 나는 3차원주의를 변호하는 입장에 섰다. 뉴턴, 라이프니츠, 칸트와 같은 근대 철학자의 시간이론과 3차원주의를 연결한 관계적 3차원주의를 제안하였고, 이를 우주선 사고실험과 쌍둥이 사고실험을 통해서 설명하였다. 물론 시간을 다시 되찾으려는 나의 이러한 시도가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것은 아닐 것이다. 논증이 어딘가 잘못되어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상대성이론을 잘못 이해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고 내가 3차원주의가 옳다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4차원주의를 받아들여야만 설명이 되는 더 많은 현상이나 사고실험이 있다. 몇몇 사고실험을 근거로 제시하였다고 해서 갑자기 3차원주의가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그 점을 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3차원주의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입장에 선 이유는, 상대성이론과 관련된 몇몇 현상들 때문에 3차원주의가 과소평가를 받고 있고, 믿기 어려운 이론일수록 더 믿는 요즘 사람들의 경향 때문에 4차원주의가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31-332쪽)

작가

김필영
국적
대한민국
학력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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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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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과 공간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정리하신 부분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일반상대론으로 이미 해소된 쌍둥이 역설을 특수상대론 관점에서 길게 논의하며 잘못된 결론에 이른 점은 안타깝네요. 인간의 선험적 인식이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미에 언급하셨듯이 일반상대론도 포함한 관점에서의 후속 작업을 기대합니다.

    fis***
    2021.02.06
  •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을 하는것이 우리가 살아가는데에 철학의 다른 부산물을 기대했습니다. 경험의 시간, 객관적 시간 , 베르그송과 같이 시간의 의미를 다룰 줄알았는데, 과학의 질문에 대해 전부 말장난같은 논리학으로 이리틀고 저리 비틀어 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과학의 질문에 대해 준비안된 철학 같습니다.

    cha***
    2021.01.23
  • 드니 빌뇌브가 감독한 영화 <컨택트(원제 : Arrival)>는 테드 창의 SF <네 인생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영화와 소설 모두 훌륭하다. 주인공 루이스는 언어학자로 지구에 방문한 외계인의 언어를 연구한다. 그녀는 외계인의 언어 구조가 지구인과 달리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표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외계인의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기억’한다. 루이스는 미래에 자신이 결혼을 하고 딸을 낳지만, 딸이 젊은 나이에 사고로 죽는다는 사실도 ‘기억’한다. 나는 자식을 잃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짐작조차 못하겠다. 가능하다면 그러한 삶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기억대로 살아간다. 그녀가 기억하는 미래 그대로 삶을 이끈다. 왜일까? 나는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자아는 그가 살아온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녀의 기억이 아무리 미래라도, 미래의 일이 자신의 기억을 이루는 이상, 그녀는 기억에 어긋나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 바로 그 미래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기억한다는 말은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우주의 실제 속성이라면 제아무리 뛰어난 외계인이라 한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는가? 이 작품이 보여주는 우주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모든 시간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모든 시간대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래야만 작품 속의 상황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이런 시간관을 시간에 대한 4차원주의라고 한다. 이 책 <시간 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지, 가능하다면 어떤 형태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물리학이 아니라 논리철학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따진다. 그러면서 시간에 대한 여러 관점을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시간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인 통념처럼 시간이 과거-현재-미래로 흐른다는 생각은 3차원주의라고 한다. 반면, <컨택트>처럼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하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관점은 4차원주의다. 저자는 책에서 시간 여행을 둘러싼 학자들의 여러 논증을 살펴보고,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 사이에서 벌어진 다양한 논쟁을 정리한 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간관을 제안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3차원주의자인데,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3차원주의가 아니라 이전-이후를 중심으로 하는 관계적 3차원주의를 시도한다. 시간에 대해 더 공부한 후에 저자의 제안도 다시 고찰해 보려고 한다. 한편, 책이 다룬 내용이 너무나 재미있고,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서 따로 논증과 쟁점을 자세히 정리하기도 했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현대 물리학이 밝혀낸 시간의 모습을 소개했다. 제목만 봐도 시간의 4차원주의 관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카를로 로벨리는 물리학에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주장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통계역학으로 증명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시간 여행>에서도 저자는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시간에 관해서 4차원주의자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직관을 통해서 본 세계는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는가? 나는 <컨택트>를 보고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당연하게) 시간이 흐르며, 인간의 삶은 자유의지에 따라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을 다룬 SF를 읽으며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미래를 바꿀 수도 없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물리학이 밝힌 시간의 속성을 이해하면서 세계가 나의 직관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유의지도 허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 개념은 한 사람에게 하나의 단일한 자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신경과학이 밝힌 바에 따르면 단일한 자아가 착각임을 드러냈다. 자유의지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 아니라 의식이 만들어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바꿀 수는 있다. 자유의지가 아니라 자기인식이 우리의 삶을 의미있게 만든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4차원주의 세계에서 미래를 기억할 수 있게 된다 해도 같을 것이다. 과거를 바꿀 수 없는 미래도 바꿀 수 없지만, 과거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바꾸듯이, 미래에 대한 태도와 생각 역시 바뀔 수 있다. 자유의지가 없다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닫혔다고 우리의 삶이 의미 없어지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의 한계는 우리가 상호작용하는 범위 내라고 말했다. 우리와 상호작용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일부이기도 하다. 결국 우주를 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기도 하다. 이또한 자기인식이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결국 자기인식으로 흘러갔다. 인간이 우주를 탐구하는 이유도 우리 스스로를 더 잘 알기 위해서다.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는 말은 곧, 나의 세계가 커진다는 말이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시간을 공부하면서 실제 시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를 알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인식은 결코 내 피부의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로 확장할 수 있다. 나를 아는 일이 곧 세상을 아는 일이다.

    kra***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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