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 이후 에드워드 포스터의 작품으로는 두 번째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하워드 엔드>에서도 역시나 남성이지먄 섬세하고 세밀한 감정묘사로 특히나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1910년 발표된 작품이고, 당시의 계급간 갈등, 남녀 성별간의 갈등 특히 이 모든 갈등을 ‘단지 연결하라‘는 주문으로 혁파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열망이 녹아있는 소설. ’연결‘은 곧 ’역지사지‘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영국의 조용한 시골마을에 자리잡은 고풍스러운 ’하워드 엔드‘라는 저택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만큼 충분한 지성을 가진 교육받은 슐레겔 집안의 숙녀들인 마거릿과 동생 헬렌. 현실적이기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던 그녀들은 절대적인 남성의 권위와 부유한 귀족출신이라는 환경에서 오는 월콕스 가문의 힘을 느끼기 시작한다. 세속적이고 성실한 가장 헨리, 그의 부인과 자녀들이 이루는 안정적이고 견고해보이는 월콕스 가문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인 동생 헬렌은 집안의 둘째아들 폴과 약혼을 하려다 해프닝으로 끝난다. 이후 그녀는 월콕스 가문에 원한을 느끼고, 월콕스 부인의 사망 이후 헨리와 재혼하겠다는 언니를 못마땅해한다.
헨렌보다는 생각이 깊은 언니 마거릿은 문화적인 교양을 연마하며 공리공론만을 늘어놓는 그녀 주위의 사람들에 비해 윌콕스가의 남자들은 그들의 대담함과 결단성, 진취적인 자세로 문명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헨리 윌콕스의 청혼을 받은 마거릿은 그녀의 문학적, 예술적 감수성이 이 상처한 문명의 건설자에게 위로가 되리라는 생각에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늘 반듯하고 올바르기만 할 것 같았던 헨리의 과거 부적절한 행실이 드러나 위기가 찾아오지만, 너그럽게 용서하고 결혼을 감행한다. 이 모든 것이 ‘연결’을 위한 그녀의 결단이었던 것. 그러나 동생이 똑같은 부정을 저지른 것을 알고 감싸주지 않는 남편에게 실망한다.
영국소설이어서 그런건지 당시 시대상이 그래서 그런건지, 20세기 초 작품인데도 해피엔딩을 견인하는 것은 항상 여성의 인내와 참을성, 포용력이라는 사실이 불만스럽다. 결국 반복하던 자매 헬렌-마거릿과 갈등을 빗던 부부 헨리-마거릿 모두 하워드 엔드에 함께 모여 사는 것으로 결말이 지어지고, 하워드 엔드는 헬렌의 아들이 물려받는다. 헨리가 얼마나 처제 헬렌을 이해하고 인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작품 후반부에 무능한 아들 찰스의 범죄로 충격받은 헨리를 마거릿이 거둔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 모든 결말을 만든 것은 결국 포용력있는 아내 마거릿의 힘이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마이너들인듯.
당시의 사회통념상 신분이나 계급, 성별간의 차이를 무릎쓰고 모든 것을 연결하고자 하는 생각을 한 것은 어쩌면 혁명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드워드 포스터는 남성간 동성애를 다룬 소설 <모리스>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제임스 윌비, 휴 그랜트 등이 출연했고,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출품해 남우주연상, 은사자상(감독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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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장점으로 그를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 그저 그의 영혼에, 그리고 모든 사람의 영혼에 잠재해 있는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 주기만 하면 되었다. 단지 연결하라! 그녀의 설교는 그게 전부였다. 산문과 열정을 연결하라. 그러면 그 양쪽이 모두 고양되고, 인간의 사랑은 정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다시는 조각난 삶을 살지 마라. 단지 연결하라. 그러면 고립을 먹고 사는 짐승과 수도승은 생명줄을 잃고 죽을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진지한 이야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조용히 알려 주는 일만으로도 다리는 세워지고 그들의 인생은 아름다움으로 뻗어 갈 것이다.
개정판 | 하워즈 엔드 | 에드워드 포스터, 고정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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