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수많은 좋은느낌들로 매일 조금씩 더 견고해진다
◎ 도서 소개
“당신의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좋은 느낌은 무엇인가요?”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그린
매일의 좋은 느낌에 대한 단상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다섯 명의 작가가 만나 일상의 ‘좋은 느낌’이라는 키워드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에서 작가들은 ‘좋은 느낌’이라는 키워드를 자신만의 언어로 새롭게 재해석한다. 김민철 작가에게는 켜켜이 쌓인 좋은 순간의 모음, 김하나 작가에게는 은유로 가득한 삶을 새로운 렌즈로 바라보는 일, 하미나 작가에게는 동양인이자 여성인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 홍인혜 작가에게는 온전한 나만의 왕국에서 나의 좋음을 누리는 것이기도 하며, 황선우 작가에게는 여생의 시간들을 가늠하면서 지금의 순간에 충실해지는 노력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현재의 일상을 치밀하게 관찰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다섯 종류의 좋은 느낌을 차곡차곡 담아냈다. 누구에게든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분투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좋은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소중하게 지켜가고자 하는 다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결국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들은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모든 여성의 목소리로 확장된다. 작가들의 글은 또 다른 글과 맞닿아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좋은 느낌을 찾아내 다정하고 편안한 기억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자신만의 숨겨진 좋은 느낌을 발견하고, 그렇게 덧입혀진 순간들로 더 나은 시간과 세상을 만들어보자.
☞ 함께 읽으면 좋은 21세기북스의 책들
▶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양유진 지음|21세기북스|2024년 3월 20일 출간|18,800원
▶ 마르지 않아도 잘 사는데요|노은솔 지음|21세기북스|2024년 6월 19일 출간|19,800원
▶ 힘들어?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아찔 지음|21세기북스|2024년 9월 4일 출간|19,800원
◎ 책 속으로
결국 나의 최선은 이것이다. 우연히 나의 환경이 된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들을 배우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나에게 좋은 순간을 구축한 것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을 모아서 나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것.
_28쪽, 좋고도 나쁜, 나쁘고도 좋은
그런 사람들이 있다. 척박한 나에게서 기어이 좋은 부분들을 끄집어내는 사람들.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좁은 마음에 한 톨 남은 좋음일지라도 기어이 찾아내서 나무로 키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건 위선일까. 그게 위선일지라도 그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그런 사람을 내 곁에 더 많이 두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럼 어느 순간 나에게도 좋은 면이 이식되는 것 아닐까.
_36쪽, 한 뼘의 좋음을 늘리기 위해
인류 문명이 태동할 때 그 중심에 창과 칼 대신 바구니와 그릇이 있었다는 인식은 내게 무엇보다도 큰 안도감을 주었다. 매일같이 잔학하고 파괴적인 뉴스들을 접하며 느끼게 되는 ‘인류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라는 일종의 자기혐오감도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종교적 상징이 사람의 마음을 집중시키듯, 이 인류 태초의 바구니와 그릇 들을 상상하면 나의 정신세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늘어서는 것만 같았다.
_50쪽, 인간 진화의 장바구니론
관습과 상식을 비집고 문득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거기에는 분명 어떤 진실이 있다. 관습과 상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의 첫 신호는 ‘느낌’으로 온다.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느낌’은 인생에 쌓인 일종의 빅 데이터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낌새임을 알 것이다. 르 귄은 “여자가 살아온 경험을, 여자의 판단으로 쓰는 것보다 더 전복적인 행동은 없다.”라고 말했다.
_59쪽, 좋은 느낌을 붙드는 법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한국어로 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정확히는 두 명의 디아스포라 작가인 서 경식과 다와다 요코가 함께 쓴 『경계에서 춤추다』라는 책이었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사람의 이야기, 한글로 쓰인 책을 읽자 마음이 곧바로 진정되더라고요. 저의 육체를 둘러싼 윤곽선이 다시 또렷해지고 선명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언어라는 끈으로 현실에 안전하게 안착한 느낌이었죠. 한동안 책을 읽다가 편안하게 잠이 들었어요.
_72쪽, 다시 위치시키기, re-locate
인간의 ‘좋음’을 수치화해서 순위를 매긴다면 내 인생 최고의 열락이었다. 그 좋은 느낌의 근원에는 내 삶의 키를 드디어 내가 틀어쥐었다는 주체적인 감각이 있었다.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 일을 스스로 돌파해 삶의 주권을 되찾아왔다는 감각. 모럴 해저드 집주인이나 지엄한 법의 처분에 인생을 맡길 필요가 없다는 독자력.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는 희열. 마침내 나만이 나를 통솔하고 지휘하고 거역하고 배반할 수 있었다. 내 사적인 우주의 황제는 나였다
_95쪽, 전세를 역전하다
좋은 느낌에 대해 생각하자면 자연스레 싫은 느낌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어떨 때 삶이 싫을까? 그것은 주체성을 잃었을 때였다. 전세 사기에 시달리며 경제권을 잃고, 이주권을 잃고, 삶의 결정권을 잃었을 때가 싫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원하지 않는 직위에 도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때, 등 떠밀리듯 원치 않는 자리로 가야 할 때가 싫었다. 가족과 살며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릴 때, 그를 의무로 생각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때가 싫었다. 나라는 배의 방향을 결정할 키를 내가 잡지 못했을 때가 늘 싫었다.
_112쪽, 스스로를 장악하다
내 또래 여성들은 성장하면서 처음 생리를 시작할 때, 그 불편함과 아픔의 증상들을 공유하거나 이해받기보다 혼자 말끔히 처리하고 얼마나 시치미를 잘 떼느냐에 따라 교양과 매너, ‘여자다움’을 평가받았다. 임신 기간의 불편이나 출산 과정의 적나라한 고통에 대해서도 말을 아낀다. 30년 넘게 이어온 생리의 끝이 곧 닥칠 시점까지도 그러고 싶지는 않다. 여자들은 다이어트 말고 진짜 몸 이야기를 더 많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_122쪽, 임플란트
인생의 전반기는 선명해지고 단단해지려는 시간이었다. 추구하고자 하는 멋, 차림새에서 드러나는 감각과 취향, 말투에 담기는 재치, 일할 때 성실한 사람이고자 노력하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하는 배려와 노력… 그런 것들이 분명 한 사람의 느낌을 형성하는 시기가 있다. 그 것이 지나가고 난 인생 후반기에는 대신 잘 흐려지고 부드럽게 사라져가는 연습을 다짐한다. 나 자신과 타인들의 한 발 늦는 영혼을 관대하게 기다려주기로 한다.
_140쪽, 어떤 밤과 어떤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