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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서 에게로 상세페이지

에게서 에게로

문학동네 시인선 225

  • 관심 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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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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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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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출간 정보
  • 2025.01.13 전자책 출간
  • 2024.12.18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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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4.7만 자
  • 38.7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08910
ECN
-
에게서 에게로

작품 정보

“집은 오래 비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꾸 말들이 온다.”

빛과 어둠 사이, 비명과 침묵 사이,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에서
흘러넘치는 감정을 비집고 생동하는 시어들

예측 불허한 상상력과 살아 움직이는 리드미컬한 시어들로 우리를 사로잡는 시인 김근의 다섯번째 시집 『에게서 에게로』가 문학동네시인선 225번으로 출간되었다. 김근은 첫 시집 『뱀소년의 외출』(문학동네, 2005)에서 도발적인 이미지로 신화적 상상력과 유년의 기억을 풀어내고, 두번째 시집 『구름극장에서 만나요』(창비, 2008)에서는 탄생과 죽음이 뒤엉킨 기괴한 설화들을 적극적으로 가져와 더욱 강렬해진 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번째 시집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문학과지성사, 2014)에서는 비일상적인 이미지들로부터 일상의 풍경을 환기하는 시들을 통해 마치 생생한 악몽처럼 독자들을 압도했다. 서라벌문학상 수상작인 네번째 시집 『끝을 시작하기』(도서출판 아시아, 2021)에는 한 마리의 짐승이 출현한다. 시집은 그 짐승과 함께 달려나가는 듯 질주하는 시들로 가득하다. 시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지만 시인은 어떤 극점을 향해 무한히 다가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인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운율감 있는 시어,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다가오는 제목처럼 ‘끝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보여주었다. 네번째 시집 이후 삼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흥미로운 점은 명확한 화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인은 정체가 불투명한 화자의 목소리로 특정 단어나 문구를 반복함으로써 혼란스럽고 불안한 인간의 내면을 그려낸다.

겹겹이 내가 없었다는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이 쌓여만 갔지 모든 잠자리마다
너를 눕히고 끔찍하게 나는 없었어 구역질
나게 모든 내장이 쏟아져나와 순식간에 썩어
버릴 것처럼 멀리 밤 기차의 불빛들은 냄새를
흘리고 기차를 뒤쫓는 모든 시선들을 너로
가로막았지 아무도 떠날 수 없었지 아무도
헤어질 수 없었지 너로 된 울타리 안에서
집은 낡아가고 헛간의 삐걱거림은 멈출 줄
모르고 나뭇가지들은 흉흉해지고 밤이 이윽고
오고 있었지 그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지 시작
되는 모든 것들 속에 너의 일그러진 표정을
발라놓고 펼쳐질 모든 시간 생겨날 모든 풍경
을 향해 말했어 나는 없었어 오로지 그 말만
오로지 또렷하게 이정표처럼 너를 박아 세워두고
_「언제든 어디에고」 부분

이 시에서도 화자와 화자가 처한 상황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다. 시에서는 “나는 없었어”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화자인 ‘나’는 모든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이 자리에 ‘없다’고 말한다. 반면 시에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 ‘너’는 ‘나’와 달리 어디에든 있다. ‘나’는 ‘너’를 “모든 검고 어두운 가지마다” “누런 먼지 바람 속에” 위치시키며 “또렷하게 이정표처럼” “박아 세워”둔다. 형체가 없으며 그 자리에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이 다른 인물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김근의 시에서는 논리적인 방식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처럼 다소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가득한 김근의 시는 우리가 예상한 것으로부터 몇 걸음 먼 곳에 있다. 그렇기에 김근의 시를 읽는 것은 우리가 지닌 상상력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 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번 시집의 시들이 무수한 중얼거림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상」은 모든 단어와 구절이 쉼표로 이어진다. 마지막까지 쉼표가 등장하는 이 시에는 마침표가 없기에 마치 시적 화자의 넋두리를 받아적은 듯한 느낌을 준다. 화자는 어떤 광경을 보고 “깊어져봤자 훤히 드러나는, 드러나고야 마는, 골짜기로, 이슥하지도 않은, 깡마른 나무들은 모두 흰, 빛으로 숨고, 흰, 흰, 물기 없이만, 바람에 베일 듯이, 빛, 빛, 뼈만 남은,”이라고 말한다. 마치 날것의 단어들을 정돈하지 않고 풀어놓듯이 화자는 쉼표를 통해 말을 이어간다. 어쩌면 시인은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상실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도 손상되지 않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막이 오르면 조명이 꺼진다. 어둠뿐인 무대. 무대 위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의자는 의자를 모른다. 웅크린 듯 놓여 있는 의자 옆에는 의자 하나가 쓰러져 있다. 쓰러져 있는 의자는 쓰러짐을 모른다.
(어둠뿐인 객석. 관객은 어디 있는가. 관객은 있는가.)
의자는 눈이 없지만 무대에서 눈을 뜬다. 의자는 눈이 없지만 의자는 눈을 깜박거려본다. 어둠뿐인 무대. 의자는 눈이 없지만 의자는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분간할 수 없다. 의자는 눈꺼풀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의자는 눈이 없지만. 의자는 눈꺼풀이 없지만.
의자는 손이 없지만 어둠 속으로 손을 뻗어 휘휘 저어본다. 의자는 바닥을 쓸어본다. 의자는 손이 없지만 손끝에 무언가 만져진다고 느낀다. 의자는 감각이 없지만. 의자는 곁에 쓰러져 누워 있는 의자가 있다고 느낀다. 의자는 쓰러져 힘없이 누워 있는 서서히 식어가는 의자를 더듬어본다. 의자는 손이 없지만.
_「의자는 의자가 없지만」 부분

「언제든 어디에고」와 「영상」이 상황을 감각적으로 묘사한다면 「의자는 의자가 없지만」은 감정을 배제하고 눈앞에 보이는 상황만을 그려낸다. “막이 오르면 조명이 꺼진다. 어둠뿐인 무대. 무대 위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는 시의 도입부를 읽으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화자가 연극이 상연되는 극장 객석에 앉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연에서 화자는 “관객은 어디 있는가. 관객은 있는가”라고 묻는다. 화자는 관객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의자 또한 “무대에서 눈을” 뜨거나 “바닥을 쓸어”보는 등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의문의 존재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이 의자를 지켜보는 화자 역시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화자는 천장에 매달린 조명일 수도 있고 무대를 가리는 커튼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의자 그 자신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화자와 상황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기에 독자는 자신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훨씬 유연하게 이 시를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김근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상황을 파악해나가는 일을 넘어 시의 정서에 흠뻑 빠져들어 스스로 규정하지 못했던 복잡한 감정을 살펴나가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김근의 시는 상황과 감정을 명료하게 지시하지 않는다. 즉, 상황과 감정을 언어에 가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희끗”(「희끗,」)하고 “어슴푸레”(「어슴푸레」)한 감각이다. 이 감각들은 쉽사리 규정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에 방점을 찍는다면 단어가 아니라 행과 행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여백에 찍어야 할 것이다. 어둠과 빛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어슴푸레한 영역, 비명과 침묵이 교차하는 찰나, 김근의 시는 그런 곳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김근의 시를 읽은 후 우리 앞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난데없는 세계가”(「가려진 문장」) 우리를 반기고 있을 것이다. 환하면서도 어둡고, 어두우면서도 환한 세계가 말이다.

내가 도무지 남아나질 않아도 이 생면부지의 닿을 수 없는 시간의 진창에서 발이 빠지며 도무지 한 발짝도 그쪽으로는 내디딜 수 없는 자세로 이런 막다른 슬픔이 어떤 슬픔인지도 오직 모른 채 너에게 가야 한다는 가서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만 남아 허우적거리며 생면부지 이전과 이후의 아득한 경계에서 못 알아본 너를 어쩐지는 알아본 적이 있었을 것만 같다는 가려운 기분으로, 아무리 긁어도 긁어도 긁힌 자국에 피가 배어나와도 가려움 좀처럼은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우리가 아는 몸인가요 물으면 몸만으로 멀리서 꽃 졌다는 소식이 오고 난데없는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기분으로,
_「가려진 문장」 부분



김근의 새 시집 『에게서 에게로』는 불명과 미상 그리고 흐름 속에 있다. 대개의 시에서 발화자의 윤곽조차 종잡을 수 없고 시가 발화되는 장소 역시 특정할 수 없다. 누가 누구에게 어디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명료하지 않고 발화자의 신원은 미상이다. 더욱이 발화된 음성조차 분명하게 분절되지 않고 때로는 소리가 혀 속으로 말리고, 때로는 반복되며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발성된 소리조차 계속 흐름 위에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불명과 미상 그리고 단속 없는 흐름을 원리로 삼고 있는 한 장소를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정동적(affective) 공간이 그것이다. 김근의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정확히 정동적 공간에서 발신되고 있다.
_조강석, 해설에서

작가

김근
데뷔
1998년 문학동네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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