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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 상세페이지

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

문학동네시인선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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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출간 정보
  • 2025.05.19 전자책 출간
  • 2025.04.30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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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4.3만 자
  • 21.3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10524
ECN
-
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

작품 정보

* 이 콘텐츠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웃고 싶은 거라면 해볼게”

이상하고 아름다운 혼잣말을 물고 태어난 미소 천사가
농담처럼 부려놓은 말들의 뒤통수
웃음 왕국에서 온 서귀옥 시인 첫 시집!

201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서귀옥의 첫번째 시집 『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을 문학동네시인선 230번으로 펴낸다. 당시 수상 소감에서 “대낮 길거리에서 번개를 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죽고 못 사는 애인 삼아 시를 좇”아왔다고 밝혔던 시인이 13년 만에 첫 시집을 펴내는 그 시간차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제의 뒤끝을 잡고 오늘을 시작하는” 각오로 선보이는 “쓰디쓴// 쇄신의 맛”(「리프레시」)이 시집 속에 번진다. 어제를 지우고 오늘을 새로이 시작하는 대신, 지난날의 그림자를 대롱대롱 단 채로 다시 태어나야 했던 것은 「유머」에서 언급되는바 “나답게,// 살아보”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였을 터이다. 즉,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이 첫 시집은 “나답게,// 살아보”기 위한 방책으로 ‘유머’를 장착한 시인이 우스갯소리인 척, 싱거운 농담인 척 짐짓 부려놓은 ‘유머 모음집’인 셈이다.
물론 그 유머는 “비행하는 새보다 비행을 저지르는 새가 웃”긴다며 “나는 거 그만두겠다고 날개 꺾은 타조의 극단적인 유머”(「유머」) 같은 구석이 다분하다. “사채 받으러 와선 쪼잔하게 새끼손가락만 달라는 어깨들이, 죽고 싶어도 못 죽게 뒤를 봐주는 것 같은…… 농담”(「지인들」), “꿈에서 추락하면 키 큰다는 말” “완전히 새 됐다는 유머”(「집이 날아갔다는 말을 들었다」)를 들으며 하하 웃고 돌아서는 뒤통수가 따갑다면, 이미 패기만만한 신인의 재기에 걸려들었다는 방증이다. “이번 생이야말로, 리미티드에디션”인데 “SALE, 그러니까 살래?”(「경영 철학」) 물론 “고객님이 주문한 생”이므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언박싱”(「클레임」) 후 반품은 사절입니다.
1부에 붙은 제목 ‘암암리에 여럿의 나를 옮겨다니는 동안’은 홀로 공글리던 혼잣말이 “죽다 살아날 때마다 새로 생기는 한 가닥 실낱처럼 희고, 경쾌”(「클레임」)한 웃음이 되기까지의 긴 세월을 어렴풋이 짐작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첫머리에 놓인 「貴玉」은 시인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시적 화자의 자기소개서로 읽어봐도 좋겠다.

벵골고무나무 화분에 노란각시버섯이 생겨났다

분실물을 되찾은 것처럼 흐뭇했으나

(……)

엄마가 아버지 몸에서 나를 빼돌린 이후, 나도 내 안의 타인을 떠돌았다 시도 때도 없이 발광해 스크래치가 잦던 열네 살을, 친구 연애 미래…… 포기한 것들이 가장 빛나던 스물네 살을, 영혼까지 털어도 생활에 윤기가 돌지 않던 서른네 살을……

암암리에
여럿의
나를 옮겨다니는 동안

퇴거 명령 아니면 병명 선고 받을 때 근근이 빛을 발하는 이름 하나 남았으나

돌아왔으니, 됐다
_「貴玉」 부분

화자는 화분 귀퉁이에 생긴 노란각시버섯을 보고 내심 반가워한다. 습한 환경에 놓인 화분에서 흔히 자라는 독버섯으로, 식용해선 안 되지만 당장 식물에 이렇다 할 해를 끼치지도 않는 작고 요상한 생명체는 시인과 닮아 있다. 버섯 포자가 공기중을 떠돌듯 그는 “내 안의 타인을 떠”돈다. 스스로를 호명하는 것으로 시집의 문을 열어젖힌 서귀옥은 1부에 수록된 시편을 통해 주류의 세계에서 누락된, 조금쯤 이상하지만 아주 드물지도 않은 존재들의 이름을 부른다. “세계는 넓고 아픈 사람은 많”으며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 속에서 기필코 “존재의 단서를 찾아”(「누락의 발견」)낸다. 그것은 시인이 “있어, 마땅한 사람”(같은 시)으로 세상에 자리매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2부 ‘벽 중독자’에 수록된 「사람이 서툴러 사람을 떠돌고 있다」는 1부에서 오랫동안 “내 안의 타인을 떠돌”던 배회의 대상을 “사람”으로 확장한다. 그간 내면과 불화하던 화자의 시선이 조금씩 바깥 세계를 향해가고 있다는 뜻이다.

못 박는 일에 번번이 실패했다

벽에 부딪혀 튕겨나온 못마다 쓸쓸한 뒤통수가 생겼다

벽 보고 앉아 혼잣말 세게 하면 우주를 따돌린 것 같은 못, 된 기분도 그렇게 생겼다

젖은 벽지를 손보다 보았다
못 자국들
멋대로 흔적을 남긴 노크들

벽도 못을 견디었던 것이다
_「사람이 서툴러 사람을 떠돌고 있다」 부분

이번 시집의 제목 ‘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은 앞 시의 “벽 보고 앉아 혼잣말 세게 하면 우주를 따돌린 것 같은 못, 된 기분”이라는 시구를 변주한 것이다. 그것은 외로움을 걸어두려는 양 혹은 세상에 화풀이하려는 심산인 양 벽에 못을 박듯 내뱉은 혼잣말이 실은 바깥을 향해 노크한 흔적이었음에 대한 고백인 동시에, 못처럼 “차고 뾰족한 말끝”으로 주변 사람들을 상처 입혔을지도 모른다는 자기 반성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못, 된 기분”에서 활용된 쉼표의 기법이 서귀옥의 시에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글쓰기에 흔히 쓰이기에 독자에게 낯설지 않을 법한 중의적 의미 또는 동음이의어를 시인은 쉼표를 찍음으로써 다시 한번 멈춰 읽게 한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송현지는 이처럼 뻔하고도 엉뚱한 자리에 놓인 쉼표의 역할, 즉 “감추어진 것들을 꺼내어놓는” 시인의 ‘어설픈 위장’에 주목한다. 특히 “살고 싶어 죽겠어, 죽겠다고!”(「클레임」) 혹은 “살고 싶어, 죽겠다!”(「지인들」)와 같은 내적 외침이 드러나는 대목에서 “쉼표의 구분으로 ‘죽겠다’는 발화자의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살고 싶다’는 속마음을 감추고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을 헤아린다.
이어지는 3부 ‘삶을 연기할 땐 살아 있는 척’은 이러한 쉼표의 위장술을 시 전반으로 확대한다. TV 프로그램, 광고, 영화, 대중가요, 유행어를 시 곳곳에 등장시킴으로써 독자의 눈을 속인다. 이를테면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지속하기도 끝내기도 애매할 때 시트콤 엔딩의 로고송이 끼어들고(“Cuz you are my girl~ [제작지원: 카페베네]”, 「이건 너무하잖아」), 수치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릴 땐 영화 〈듄〉에 나오는 아라키스 원주민의 방식으로 인사를 한다(“퉤! 받은 게 너무 커서 돌려줄 방법이 없을 땐 다른 행성의 전략을 빌려 프레멘식으로 인사할 줄도 안다”, 「수완」).
4부에 이르러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웃고 싶은 거라면 해볼게”(「유머」) 하고 다짐하는 화자는 그러므로 “프로의 내공”(「공들」)을 갖추어 “사는 데 명수”(「낚시의 명수」)가 되었다고 말해도 좋겠다. 시인은 그러나 흐르는 대로 쉽게 살아가기를 거부한다. 웃음 뒤에 숨겨둔 민낯을 정말로 모른 체하며 웃고 넘어가려는 이들을 불러 세우고 “웃으면 우습게 보인다고 누가 그래요?”(「좋은 인상」) 하고 반문하며 삶이라는 거대한 농담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속없는 유머는 되레 더 무서운 법이다. 「법정에 가요, 쇼핑하러」는 스스로를 피고인으로 가장한 화자가 그간 저지른 죄들을 뻔뻔하게 고백하는 시이다. 엄숙한 법정에 선 화자는 돈 대신 “꼬박꼬박 적립해온 불운들”을 모아 “조목조목 진열된 죄들”을 브랜드 제품 지르듯 저지르고, “피팅모델”처럼 “수의”를 걸친 채 “난 VVIP가 될 거야”라고 공표한다. 재미있는 상황극이라 여기며 “좋은 게 좋다고” 읽어내려가다 “등골이 오싹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옆구리가 쫙 쪼개지는/ 쇠 맛”(「미안, 미안…… ^^」)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므로 활짝 웃는 얼굴 아래에 “죽상”(「좋은 인상」)을 숨기고 “눈물을 단속하는”(「솔루션─오은영 선생님께」) 시인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안타깝게 여겨져야 할 생이 아니라, “벽 보고 앉아 있던 날들이”(「밧줄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해」) 달아준 훈장이 아닐까. 미소와 눈물이 뒤섞인 채 구겨진 그 얼굴이야말로 그저 “사람으로만 살”(「위너」)기에도 버거운 삶 속에서 끝끝내 지켜낸 사람의 얼굴이므로.

사람으로만 살아요

외모 능력 재력 운…… 그건 사람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입체감을 주기 위해 연출한 포인트 펄 같은 거예요

반짝, 떴다 소멸하죠

강렬하고 화려하고 쨍한 것들 다 떼고 나면 비로소 시작되는 적나라한

사람, 그러고도 살아 있으면 이기는 거예요

천하의 왕세자비였던 사람이 비행기 화물칸에서 내렸다는 거, 알아요? 예우도 자비도 없죠 죽으면 한낱 수하물일 뿐이에요

루저면 어떻고 잉여면 어때요

얼어붙지 않으려고 멍을 옮겨 달고, 좀더 유연해지려고 구겨지는 거예요

차라리 새벽 첫 버스를 타요 출근이면 어떻고 퇴근이면 어때요

아주 잠들지 않게 열하나 열둘 열셋…… 가로등 폭죽을 터뜨리면서

자축하면서

살기만 해요, 우리
_「위너」 전문

작가

서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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