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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이별이네요. 작가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많은 위로와 통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은 작은 소망도 가져봅니다. 혹시…..
대작가가 삶의 끝자락에서 독자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감사의 말. [ 우리 모두 기억이 정체성임을 알고 있다. 기억을 가져가 버리면 우리에게는 뭐가 남는가? 그저 그 순간의 어떤 동물 같은 생존뿐이다. 기억이 없으면 정체성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자신하지 못한다. 기억이 있고, 그리고 죽음이 있고, 이것은 모든 기억을 지운다. ] 사랑하는 순간에도 그 사랑은 당사자들끼리도 서로 다르게 기억되고, 죽은 가족에 대한 기억조차 점차 희미해지고 왜곡되기도 한다. 기억을 좀먹는 노화의 과정은 그야말로 죽음에 점점 다가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이자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병과 노쇠를 ‘그저 우주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뿐, 자신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 담담하게 일갈한다. [ 나를 철학적으로 만드는 게 나에게 무르익음이 도래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쇠퇴를 인정하는 것이다. ] 노쇠와 질병은 작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게 하는 과정이었음이 틀림없다. 억지로 피하려하기보다 그저 인정함으로써 쇠퇴는 공포와 좌절의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한결 품위있고 고상하게 자신의 작가일생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다. 말이 쉽지, 이런 결론에 이르게까지 얼마나 깊은 고뇌와 사유의 시간이 있었을지를 생삭하면 그저 존경스럽다. [ 대신 당신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준 것에 감사하고 싶다—나의 암과 마찬가지로, 보이지는 않지만 늘 그곳에 숨어 있는 것에 대해. ] 줄리언 반스 작품을 애정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이렇게 점잖고 품위있게 애정을 되돌릴 줄 아는 작가의 팬이었다는 것이 참 뿌듯해지는 마지막이었다. 그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벌어놓은 것같아 안심이 된다. _______ 소설가는 더 큰 지혜를 가정한 자리에서 독자를 내려다보며 말하면 안 된다. 대신 나는 어딘지 모르는 어느 나라의 어딘지 모르는 어느 소도시의 한 카페 실외석에 앉아 있는 작가와 독자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따뜻한 날씨고 우리 앞에는 시원한 음료가 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우리 앞을 지나가는 다양하고 많은 삶의 표정을 바라본다. 우리는 지켜보다 생각에 잠긴다. 가끔 나는 중얼거린다. “저 한 쌍을 어떻게 생각해—결혼했을까, 아니면 바람?” “저 패션의 피해자들을 봐, 자기가 자기라는 데 너무 만족한 모습이 거의 감동적이야.” “저 사제는 어디를 저리 급히 갈까?” “저 키스는 무슨 의미일까?” … 보통의 대화에 섞여 있는 중얼거림, 그 가운데 하나가 이야기로 전이할 가능성이 있을지도(또는 없을지도) 모른다. 흘끔 보니 당신도 나와 함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대답은 거의 듣지 못한다 —당신은 나의 안 들리는 귀 쪽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안된 일이지만. 그럼에도 오랜 세월 당신이 우리의 관계를 기쁘게 여겼기를 바란다. 나는 분명히 그랬다. 당신이 있어서 나는 즐거웠다. 사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 팔에 잠깐 손을 얹었다가 —아니, 당신은 계속 구경하고 있어라—나는 슬쩍 사라지겠다. 아니, 계속 구경하고 있어라.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정영목 저 #떠난것은돌아오지않는다 #줄리언반스 #다산책방 #줄리언반스마지막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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