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장르에 들어온 유령이 공포가 아닌 다른 감정을 더 돋운다면? 프리먼의 유령들은 슬픔, 난처함 같은 감정을 더 강하게 일으킨다. 이번에 소개하는 「길 잃은 유령」에선 슬픔이 주된 감정이다. 아동 학대의 피해가 의심되는 여자아이가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 어린 유령은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안쓰러운 행색과 목소리로 엄마를 찾는다. 집과 방이라는 공간, 사회적 약자인 등장인물(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과 힘없는 아이), 등장인물들이 모이는 방식인 하숙과 임대 그리고 초자연적 현상. 프리먼 특유의 요소들이 잘 짜여있는 단편이다.
<책 속에서>
존 에머슨 부인은 바느질감을 가지고 창가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다가 로다 미저브 부인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는 그 걸음새와 머리의 기울기로 미루어 자기 집 대문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또한 로다 미저브 부인의 전체적인 태도에서 보이는 특징—목 앞으로 내밈, 어깨의 빠른 들썩거림—으로 미루어 중요한 뉴스를 가져왔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로다 미저브는 언제나 뉴스거리가 생기자마자 그것을 입수했고 보통은 그녀가 제일먼저 그 뉴스를 전해주는 인물이 존 에머슨 부인이었다. 두 여자는 미저브 부인이 사이먼 미저브와 결혼하고 이 마을로 와 살기 시작한 이래 친구로 지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