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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라는 시집을 처음 읽으면서 김혜순 시인을 알게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뒤에 남겨진 딸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한 시들. 김혜순 시인은 알고보니 우리나라 문학계, 특히 시인들 사이에서 ‘선생님’ 소리를 들으시는 유명한 시인이었다. <김혜순의 말>은 황인찬 시인과의 인터뷰를 기록한 것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지, 여성의 시 쓰기와 동물, 죽음, 문학과 정치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인터뷰중에 ‘네 문학이 누굴 위로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김혜순 시인은 당황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면서 ‘위로를 받으려면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 가야’한다고 일갈하는 모습이 자못 충격이었다. 시인에 따르면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것도 아니고, 읽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을 종용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철저하게 시와 독자 사이에서 자신을 숨기며 사라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 시는 연대할 수 있지만 위로할 순 없어요. 저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가 말하게 하는 것이 시이고, 시는 언어적 사건이라 생각하는 저로서는 시인마저도 언어수행적 주체, ‘시하는’ 존재로 생각하니까요. ” 어려운 말이면서도 상당히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시란 무엇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는 일일 따름이며, 섬세하고 정확하게 존재하는 일 일테니까. 그렇다면 시인의 역할은? 시인이 아끼고 골라쓰는 시인의 언어에 그 비밀이 있는듯 하다. “ 우리는 시를 쓰면서 한 사람인 ‘나’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을 꺼냅니다. 이것은 정말 작은 사건, 아니면 어떤 사건의 분자여서 절대로 누구도 관심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작은 사건의 분자 때문에 이 글을 쓴 사람은 한 인간이 아니라 여러 사람인 한 인간, 자신마저도 벗은, 이미 존재를 탈각한 무엇의 방향으로 움직여 가게 됩니다. 그 작은 사건의 분자가 그렇게 하게 하는 것입니다. 주어가 없는 문장처럼 여러 곳에 이 사건을 출몰하게 합니다. 익명의, 어쩌면 명사를 벗은 동사로, 움직이는 시의 언어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리듬으로 쓰인 시의 언어가 한 사람을 여러 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탈존의 존재의 글쓰기, ‘나’를 죽임으로 여럿이 된, 죽은 후에 복수적 인간이 된 글쓰기의 모습입니다. ...... 유령이 된 화자는 거듭 출몰합니다. 동시적으로 여러 곳에, 그리고 다양한 ‘너(희)’를 향해, 독자를 향해. 그러니 우리는 시를 쓰면서 거듭 어딘가를 향해 열려 있겠지요. ‘내’가 없는 곳을 향해. “ 이런 마술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런 경험을 이미 해 본 사람이라면 시를 쓰는 일에 평생을 걸고싶지 않을 리 있을까. 이런 마술같은 문학이 시인에게는 어떤 형상, 어떤 느낌으로 머물고 있는지 ‘문학을 문학이게 하는 것, 시를 시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살펴보니 이 또한 예술이다. 이 국가체제에 매일 사형을 언도하는 것. 매일매일 이 나라에서, 이 세상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것. 이 세상에 없는 기계를 위한 기술자가 되는 것. 일각일각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것. 일각일각 시간을 멈추어보는 것. 피가 흐르지 않는데 피를 흘리는 것. 도망 중인 것. 말을 말로부터 해방하는 것. 우리의 생존이 이런 모습이 아니라고 하는 것. 죽은 이를 살리는 것. 망자를 망자이지 않게 하는 것.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평등한 것. 써나가면서 영원히 살아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이 아닌 것. 여성인 것(여성이라서 여성이 아니라 그 시가 여성이어서 여성인 것). 새인 것. 모래인 것. 나를 지워보는 것. 나를 버리러 가는 것. 멀리 나를 보내는 것. 나 아닌 나를 고백하는 것. 평소에 나도 쓰는 말인데 어쩐지 고급지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인의 입에서 나온 ‘시인의 언어’이기 때문인듯. 모처럼 값진 시론을 귀동냥으로나마 얻어들은 느낌이다. ______ 시는 이 언어사회에서 쫓겨난 고통에 찬 자들의 비명이라고 말하고 싶었지요. 타자가 된 자들 말입니다. 김혜순의 말 | 김혜순 저 #김혜순의말 #김혜순 #마음산책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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