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로메로 이전 최초의 본격 좀비 영화는 「화이트 좀비White Zombie」(1932)일 것이다. 할리우드의 제작자 빅터 핼퍼린은 유니버설 픽처스가 「드라큘라Dracula」와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돈이 될 만한 공포 영화의 소재를 찾고 있었다. 이런 그가 가넷 웨스턴을 「화이트 좀비」의 시나리오 작가로 기용한 것은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가넷 웨스턴은 좀비 개념을 최초로 서구에 도입한 윌리엄 시브룩의 『마법의 섬』에 매료된 나머지 「노예에게 소금은 금물」이라는 뛰어난 좀비 단편을 가넷 웨스턴 허터라는 필명으로 《고스트 스토리스》에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시브룩의 『마법의 섬The Magic Island』에 대한 평론을 썼는데, 이것이 핼퍼린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시브룩의 책을 통해 접하게 된 좀비는 영화화된 적이 없는 독특한 소재였다. 핼퍼린은 윌리엄 시브룩과 가넷 웨스턴의 도움을 받아 영화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그 결과 아이티에서 부두교의 신비한 함을 직접 경험하는 두 명의 젊은 미국인과 불길한 ‘좀비 마스터’가 등장하는 영화 「화이트 좀비」가 탄생한다. 이 영화는 꽤 성공을 거두었고, 좀비 영화의 고전으로 좀비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웨스턴의 단편 「노예에게 소금은 그물」은 먼저 소개한 시브룩의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시체들」, 「투셀의 창백한 신부」( 「마법의 섬」의 일부)와 비슷한 흐름을 지닌다. 아이티라는 배경도 그렇고, 좀비가 짠맛(소금)을 느끼면 스스로 시체라는 것을 자각한다는 설정도 그렇다. 호텔에서 일하는 노파 일명 “마리 할멈”은 어딘지 묘한 구석이 있는데, 화자는 그 궁금증을 풀고 싶어 한다. 평생 동안 자신의 비밀을 누설한 적이 없는 마리 할멈은 어떤 예감 때문이지 화자에게 철저히 숨겨왔던 섬뜩한 사연을 알려준다. <책 속에서> 나는 전에도 몇 번 그 노파를 봤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가 까불거리는 젊은 흑인들과 완전히 동떨어져 지낼 만큼 많지는 않다는 듯이 언제나 다른 하인들 근처에서 그들과 가능한 한 거리를 둔 채 낮은 걸상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짐작이 안됐다. 그녀는 이 섬의 역사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것 같았다. 실제로 그녀는 이 섬의 일부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 아이티의 산과 계곡이 어려 있었다. 또 역사의 어둠과 미스터리가 그녀의 눈에 담겨 있었다. 그 눈은 놀라우리만큼 활력 넘치고 강렬했다. 살아 있는 눈이든 죽어 있는 눈이든 내가 그때까지 봐온 어떤 눈보다 더 영원성이 느껴지는 눈이었다. 구부정하게 시든 육체에 그런 눈이 남아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호텔 식사에 쓸 파인애플을 썰거나 비둘기와 뿔닭의 깃털을 뽑을 때도 노파는 길고 앙상한 손가락을 빠르게 놀리는 것 빼고는 돌상처럼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눈으로 확인하면서 일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 그녀의 눈은 언제나 저 멀리 검푸른 산봉우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유리 없는 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어서 열대의 해가 저물기를, 그래서 뒤뜰의 콘크리트 수영장에서 저녁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크레올 노파가 노발대발하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그때였다. 잔뜩 겁에 질린 얼뜨기 장이 짧은 다리를 종종거리며 황급히 노파한테서 도망치고 있었다. 노파가 앉아 있는 걸상 주변에 몇 개의 소금 통이 나뒹굴었고, 잔디밭엔 소금이 흩뿌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