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퍼킨스 길먼의 「흔들의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길먼이 초기에 쓴, 주목할 만한 고딕 단편 중에 하나다. 모리스라는 일인칭 화자와 그의 절친이자 직장동료인 할이 주요 등장인물. 이들은 거리를 지나다가 득달같이 셋방을 옮기기로 한다. 그 이유는 새로 옮긴 셋방 건물에서 아름다운 금발 미녀를 봤기 때문. 두 친구는 서로 내색은 안 해도 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그 여자를 몰래 만나는 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금발 미녀를 둘러싸고 기이하고 초자연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두 사람의 우정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찾아온 충격적인 죽음…… <책 속에서> 흔들리는 한 점의 햇빛, 그 표지등 같은 빛이 보잘 것 없는 주택가의 삭막한 지역에서 또 비좁은 거리의 음울하기 짝이 없는 어스름 속에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낮은 지붕들이 돌 벽 사이에 간격을 만들고, 그 지붕들 너머 막 지는 해의 눈부신 수평 광선이 어느 집 열려진 창문 안, 한 아가씨의 금발에 닿았다. 그녀는 흔들 때마다 반짝이는 황동 지지대에 높은 등받이가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머리 한번 들지 않고 천천히 앞뒤로 흔들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햇빛을 받은 머리칼이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거리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