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함구한 죄책감이 발목을 잡았다. 해묵은 정이 주저 앉혔다. 작은 어촌 마을. 오래된 파란 대문 기와집. 꿈꾸던 대학 생활을 포기한 은소의 집은 여전히 그 곳이었다. 평생 그럴 것 같았다. 백지함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그 키스 내가 먼저 했어.” 어린 날의 왕자님 같던 첫사랑. 다시 만난 근사한 오빠. 그녀를 막무가내로 가지려 드는 이기적인 남자. 사랑에 빠진 애틋한 연인. 그를 알아갈수록 은소의 세상은 부서진다. 그러나 파괴가 아니
소장 1,500원전권 소장 12,300원(10%)13,500원
※본 작품은 작품의 특성을 살리고자 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쓰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너 걔 좋아해? 남자로 만날 거야? 걜 남자로 만날 생각 하고 있는데 지금 나랑 왜 이러고 있냐, 너.” 우리 사이가 그다지 간단한 사이가 아니란 거, 당사자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우리 사이가 대체 뭔 사이인데? 따위의 관계 정립을 위한 말을 정해청과는 장난으로라도 나눠 본 적 없었다. 이 관계는 무어라 한 가지로 정의할
소장 4,200원전권 소장 8,400원
“어릴 때 얼마나 귀여웠는지. 지금은 밖에서 봤다면 절대 못 알아봤을 거야.” 거의 15년 넘게 만나지 못했는데 어린 시절 이야기만으로 금세 시간이 흘렀다. “내가 너무 많이 컸어요?” “그렇지. 진짜 요만했었잖아.” 손으로 대충 키 높이를 재서 말하자 연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정돈 아니었는데.” “아니야. 진짜 이만했는데? 아, 맞다. 그거 기억나? 너 그때 화이트 데이 때 나한테 사탕 주면서 나중에 크면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소장 2,000원
*[도서 안내] 본 도서는 2018년 9월 14일자로 도서 오탈자가 수정되었으며 종이책(18.09.19 출간)과 동일합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낯선 시골 마을, 나양. 도슨트로 일하는 수연은 그곳에 도착한 첫날 밤, 폭우에 길을 잃고 동네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이 군이라고 불리는 청년, 종하와 마주친다. “너, 왜 자꾸 나한테 너라고 해?” “설마하니 나한테 아줌마 소리 듣고 싶은 건 아니지?” “아줌마 소리 들어도 별로
소장 3,500원
주원은 어느 날 고모에게 갑작스러운 부탁 겸 거래를 제안 받는다. “내가 가진 회사 지분 전부 줄게. 대신 윤재이, 이 아이의 후견인이 되어 주었으면 해.” 후계자인 주원을 계속해서 저울질하는 조부. 더 이상 조부에게 놀아나지 않기 위해선, 압도적인 지분이 필요했다. “확실하게 해 둘 게 있는데, 전 돈으로만 후원할 겁니다.”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지낸다는 아이의 사정엔 관심 없다. 주원에게 후견이란, 고모의 지분을 얻기 위한 수단. 그 이상
소장 3,150원전권 소장 6,300원(10%)7,000원
# 비오네 빌라 101호 이름은 유서하, 빌라 주인입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일곱 살 딸 서아린 양과 동거 중입니다. 낡긴 했어도, 나름대로 빌라 월세 받는 건물줍니다. # 비오네 빌라 201호 비오네 빌라의 당당한 첫 입주자입니다. 이름은 강주헌. 과거에 뭘 했는지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 # 비오네 빌라 102호 장기대 할아버지와 윤말순 할머니의 보금자리. 평
소장 3,000원전권 소장 6,000원
*본 작품은 강압적 관계 등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법 보육원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남은 단 하나의 존재. 오빠는 반드시 찾으러 오겠다고,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그러니까 네 이름이 서윤이라고." 그리움은커녕 차가운 비웃음이 스민 눈빛. 그는 그녀가 기다리던 오빠가 아니었다. "안 돼. 왜…… 왜 이러는 거야." 남자는 서윤을 침대 위로 거칠게 밀어붙이고, 뺨을 꽉 붙잡은 채 낮게 속삭였다. "넌 내
소장 500원전권 소장 7,100원
이별을 고한 날, 사랑하는 연인이 기억을 잃었다. 이건의 교통사고 소식에 병실로 뛰어들어간 채언에게 그는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물었다. “누구?” “자, 잠깐 만났었어요.” “가볍게 만나 섹스만 하는, 그런 사이?” “…….” “겨우 그 정도 관계인데, 내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이렇게 헐레벌떡 달려와요?” “이제는 아, 안 만나요. 오늘은…, 우연히 여, 연락이 닿아서….” 그의 입이 소리 없는 헛웃음을 삼켰다. 그녀로부터 거리를 완전히 벌린
소장 4,300원전권 소장 8,600원
※본 도서는 강압적인 관계, 물리적 폭력, 가스라이팅 등 비윤리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하얀 발목을 손에 움켜쥔 희련이 봉긋하게 솟은 복사뼈를 문질렀다. “야, 나 밤새 너 생각나서 죽는 줄 알았다?” “악… 흐윽!” 살갗 위로 지문이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지수가 악을 쓰며 발버둥을 쳤다. 그러자 희련이 손을 움직여 지수의 발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너 나한테 뭔 짓 했어.” “…흐.” “나 꼬셨어?” 희련이
소장 1,500원전권 소장 14,400원
※본 작품에는 강압적인 관계, 폭력적인 묘사 등 호불호가 나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여은아, 일어났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기억 속의 누군가가 꽉 닫힌 문을 열고서 방 안으로 들어섰다. “…선배?” “응, 나야. 네 선배.” 나는 생각지도 못한 정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여해정이었다. 같은 과 선배이자 학교의 유명 인사, 여해정. 그러니까 나와 특별한 접점도
소장 3,500원전권 소장 10,500원
차디찬 겨울, 눈 쌓인 아스팔트 위에 여린 생물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바스러질 듯한 외로움과 메마른 상처를 가득 안고 그렇게, 스스로를 버린 채 위태로운 모습으로. 그것이 이름조차 듣지 못한 생물을 집 안에 들이고 만 이유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도와주셨으니까 보답을 해 드리고 싶어요.”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둠 속, 두 개의 체온만이 존재하는 너무나 완벽한 세계. 그러나 달콤한 아픔에 도취되어 상처뿐인 생물은 조금씩, 서서히 망
소장 3,500원전권 소장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