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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술을 못 한다던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리 말짱하지는 않았다. “영화 좋아한다면서? 영화나 한 편 보자.” 자연스레 그녀를 부축하며 미리 봐두었던 DVD방으로 향했다. 몸을 기댄 그녀의 도드라진 가슴이 내 몸에 와 닿는다.

그는 자기의 아내만큼은 정말로 조신하고 바람피우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서 아가씨와의 주말여행을 계획해 자기의 무덤을 판 것이다. 유리는 남편의 바람 따위 상관없었다. 그저 영훈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발칙하게도 그를 집 안으로 끌어들일 계획을 세웠다.

이발소 장사가 안 돼서 몇 달 전부터 아저씨는 내 월급도 빚을 내서 주는 것 같았다. 아저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곁을 떠나기가 싫었다. 17살에 고아가 되어서 오갈 데 없는 나를 딸처럼 아끼고 잘 대해주었다. 그는 나를 딸처럼 여겼지만 내 속에는 그가 한 남자로 자리 잡혀 그 몰래 사랑을 키워가며 성인이 되었다.

내 첫 경험, 첫 남자는 의외의 상대였다. 그 남자의 손길에 마치 파도에 휩쓸려가는 것처럼 쾌감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를 어떻게 만지고 있기에 이토록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는 걸까. 그는 혹시 여자를 너무 많이 다루어서 어떻게 하면 흥분하는지 알고 있는 걸까.

공부만 하며 살아온 스무 살 인생. 남중 남고를 거치다 보니 여자를 몰랐다. 처음으로 사귀게 된 여자친구와 밤을 함께 보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한숨만 쉬는 그녀를 보니 뭔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를 소개시켜준 누나를 찾아갔다. 술집에서 일하는 그 누나는 내게 야릇한 눈웃음을 흘리며 그 방법을 알려주겠노라 했다.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 살았던 친한 형과 그의 애인이 사는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워낙 셋이 친했기 때문에 별 거부감이 없었다. 원래 그녀가 예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날 아침, 날 깨우던 그녀와 몸이 마찰되자 불순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친구의 여자와 눈이 맞았다. 그저 몇 번 즐기려고 했던 거였다. 그런데 이 여자, 진심이다. 그와 헤어지겠단다. 골치가 아플 정도다. 안 그래도 친구놈에게 맞아 입원 중인데 말이다. 심지어 병원까지 쫓아온 그 여자의 이글이글한 욕정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올해 초에 친한 누나네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 작년에 그녀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약간의 보험금과 커다란 집이 남겨졌다. 불필요하게 방이 많은 큰 집은 그녀를 더욱 외롭게 죄여 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집이 대학가 근처라 하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냈지만 그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3년 전에 우리 집에 입주 가정부가 들어왔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집엔 아빠와 나 둘 뿐이라 살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였다. 난 그녀가 아주 좋았다. 가정부 덕분에 아빠와 난 둘 다 집안 일에서 해방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난 그 아름다운 가정부가 여자로 느껴졌다.

누가 봐도 예쁘고 섹시하고 괜찮은 여자가 내 친구 같은 얼간이 놈과 사귀고 있다는 게 미스테리였다. 내가 여자라도 저런 놈팽이는 사양일텐데. 비위가 좋은 것일까? 아니면 무슨 약점을 잡힌 것일까. 왜 그녀는 그 얼간이의 노예로 살고 있는 것일까.

내 손은 그만 그녀의 목덜미와 한쪽 가슴을 만지게 되었다. 그녀는 내 손이 자기의 몸에 닿자마자 나에게 몸을 의지하며 나를 감싸 안았고 우린 성난 동물처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며 침대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