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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자 그녀는 살짝 웃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점점 어두워지는 무대 속에서 난 그녀의 손을 내 목으로 가져오고 내 손은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 머릿속에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미 피어오른 욕망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손에 더 힘이 들어가면서 그녀의 몸이 자석처럼 내 몸으로 다가왔다.

어느 봄날, 서울행 버스에서 만난 그녀는 너무나 세련된 여자였다. 서른 전후의 나이의 그녀는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와 내 어깨가 맞닿았다. 잠을 자고 있지도 않은데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뭔가 둘의 마음이 통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절정에 도달했다. 짜릿한 쾌감의 여운은 귀를 멍하게 만들었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문이 열렸다. “누구, 누구세요!” 절정에 몰두한 나머지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다!

그와의 관계에서는 도무지 느낌이 오질 않았어. 뭐랄까, 싫은 건 아닌데 느낄 수가 없다고나 할까? 아니, 끝까지 가보질 못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렇게 약간의 불만이 있는 내게 친구들이 좋은 남자를 소개시켜준다고 하네? 그 남자는 누구나 느낄 수 있게 해준다나?

좋아하지만 사귀진 않고 있는 그녀와 밤을 함께 보냈다. 이젠 우리가 사귀는 사이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여자, 내 친구하고도 밤을 보냈다고 한다. 심지어 그걸 내가 알게 됐는데도 당당하다. 나도 참 찌질하다. 이 와중에도 둘 중에 선택을 하라고 하다니!

“잠도 안 오는데, 우리 한 잔 하면서 얘기나 할까요?” 후배네 집에 놀러갔다가 그의 여자와 밤늦게까지 함께 있게 되었다. 잠도 안 오고 할 이야기도 없고 해서 그녀에게 술을 권했다. 둘 다 취하도록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은근하게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그녀의 몸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녀의 눈빛도 날 향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이러지 마세요. 누가 봐요!” “너 언제 선생님한테 검사받을 거야? 나 몸 달아 미치겠어!” 재수생의 과외를 하고 있는 난 첫날부터 그녀를 유혹했다. 벌써 한 달이나 됐다. 달디 단 유혹의 말로 꼬셨지만 넘어오지 않았다. 차라리 선을 긋든가. 넘어 올 듯 말듯하면서도 내 액션은 다 받아준다. 대신 그녀의 엄마가 내게 묘한 눈빛을 보냈다. 미칠 지경이었다.

재수를 하고 있는 난 지금 몰두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내 과외선생님을 유혹하는 것이다. 이만하면 꽤 예쁘고 잘 빠진 날 거들떠도 보지 않는 그에게 오기가 생긴다 할까? 대놓고 유혹을 하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는 그에게 이제 마지막 수단을 쓰기로 결심했다!

놀이터, 축제, 방갈로… 각각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은밀한 이야기. “오늘을 잊지 못하게 해줄게요.” 빈 놀이터에 그녀와 단 둘이 되었다. 그녀는 나무를 등지고 나를 받아들였다.

나를 떠나갈 그녀, 남아야만 하는 나. 둘 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냥 헤어지기엔 지내온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하지만 선뜻 내가 먼저 나설 순 없었다. 그런 내게 그녀가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밤을 함께 보내자며.

“기차를 타는 거야. 아주 색다를 거야.” 달리는 기차 안에서 편안히 스릴을 맛보는 건 얼마나 짜릿할까. 호기심은 날 흥분하게 만들었다. 친구들에게까지 거짓말을 하고 그와 기차를 타러 가기로 했다. 잔뜩 기대를 안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