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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사람에게 고백하는 것만큼 떨리는 일이 있을까. 심지어 고백하던 날 그 사람과 서로의 뜨거운 몸을 포개게 된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내가 그랬다. 좋아하던 남자에게 마음을 숨기고 있다가 고백한 날, 무슨 용기인지 그에게 몸을 허락했다.

오빠는 요즘 들어 부쩍 내게 성욕을 느끼지 않는다. 그로 인해 내 검은 눈동자에는 슬픔이 어려 있다. 내가 너무 밝히는 편인가.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나는 시시때때로 욕정이 솟구치는 나 자신한테 화가 났다.

파란 눈에 반짝이는 금발. 그리고 늘씬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까지. 어떤 남자라도 그렇듯 나 역시 외국여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타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친구녀석과 함께 간 클럽에서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오늘 밤은 애인 안 온다고?” “출장이에요. 우리 오늘은 밤새 즐길 수 있어요.” 정화는 승기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래도 자고 가진 않을 거죠? 분명 언니한테 보고 전화하러 집에 가겠지.” “비꼬는 것 같군.” 승기는 정화의 언니인 정현의 약혼자다. 사실 승기는 정현보다 정화와 오랜 관계였다.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서로 몸을 즐기는 사이.

나도 몰랐다. 내게 그런 술버릇이 있다는 걸. 어디 창피해서 말할 수도 없는 그런 버릇. 술만 마시면 나도 모르게 옷을 벗는다. 그곳에 누가 있던 상관없이. 그걸 들키고 말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제안했다. 즐기자고.

친구들과 거하게 술을 마시고 놀러간 노래방. 그곳에서 섹시한 두 여자가 합석을 하자고 유혹해왔다. 그런 미인들이 같이 놀자는데 그 유혹을 뿌리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들은 노는데도 화끈했다. 당연히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내 말에 복종을 할 수 밖에 없다. 난 레지던트 과정을 끝내고 이젠 의사로의 입봉만 남기고 있었다. 아직 햇병아리 의대생인 그녀는 내 바로 직속 후배로, 다음 주에 있을 가장 중요한 시험문제를 유출을 하다가 나에게 걸려버렸다.

그녀가 웃음을 그쳤다.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골이 띵했다. 방안의 분위기가 야릇해져 갔다. 둘 다 아무 소리 없이 호흡소리만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서로들 자신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간다고 생각했다.

아주 귀엽게 생긴 남자였다. 내 동생의 친구니 나보다 연하. 연하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뿐인가? 풋풋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동생 녀석이 그럭저럭 괜찮은 남자를 “우리 오늘 뭘 할래?” 내가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밤시간이라서 그런지 식당 칸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벌써 한두 잔씩 마시고 있었다. 마침 빈자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자리 잡고 앉아 맥주를 시키고 간단히 먹을 음식도 시켰다. 깔끔한 식당 칸 승무원이 맥주와 음식을 내온다. 시원하고 알싸한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뭔지 모를 짜릿한 쾌감이 몸을 휘감아간다.

‘이 사람을 언제쯤이면 잊을 수 있을까? 그가 결혼을 하고, 아기 아빠가 되고 나면… 잊을 수 있을까?’ 그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담배연기를 내뱉는 그의 옆모습이 무척 힘겨워보였다. 미웠다. 죽이고 싶도록 밉지만 죽을 만큼 그리웠다. 그의 두툼한 가죽잠바 속에 손을 넣고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휴우-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을 뿐 차마 내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내 손은 그가 입은 바지의 허리띠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