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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극장 | 카렐 차페크 그동안 차페크 작품들은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R.U.R> <도롱뇽과의 전쟁> <평범한 인생>까지 읽었다. 모든 작품들이 다 색다른 매력을 가졌고 모두 다 재미있고 기발하다. 쉽게 읽히지만 깊이 생각해봐야 할 심각한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번 책에는 카렐 차페크의 회곡 세 작품이 들어있다. <곤충 극장(1921)>은 곤충의 세계를 여행하게 된 인간 관찰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쾌락주의, 가족이기주의, 전체주의적인 인간의 모습들을 그대로 빼다박은 곤충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들을 보여준다. 똥 한 덩어리에 일생의 욕망을 투자하는 쇠똥구리, 타자의 목숨을 빨아 부와 권력을 누리는 맵***, 무책임한 연애로 청춘을 탕진하는 나비, 과학으로 무장한 채 종족 학살을 위해 전진하는 개미들……. 인간세상을 향한 풍자와 독설이 그대로 묻어난다. 차페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없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하루살이들의 삶에서부터 힘없이 짓밟히고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동정하고 측은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삶이 유한하고 덧없기 때문에, 치졸하고 소소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또한 의미를 가진다는 차페크 특유의 테마라고 할 수 있다. <마크로풀로스의 비밀(1922)>에는 젊음의 묘약을 마시고 무려 3백 년을 살아온 팜므 파탈이 등장한다. 황제를 위한 영생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 자신의 딸에게 실험을 자행했던 아버지 때문에 얻게된 영원한 삶. 너무 오래 살아서 이제는 모든 것이 지루하고 덧없지만 죽음이 두려워 계속 마법의 약을 마시는 이 여인이라니. 묘약의 비법을 적은 양피지를 둘러싼 사람들의 욕심과 비법의 최후도 볼만했다. <하얀 역병(1937년)>은 스스로 인간의 조건을 초월한 초인이라 착각하는 독재자와 근시안적인 개인들의 뒤틀어진 이기주의가 결합해 파국을 초래하는 과정을 그린 희곡이다. 원인 모를 역병이 전 세계를 휩쓰는 와중, 개발에 성공한 백신을 무기로 전쟁을 멈추려는 의사와 일단 전쟁부터 하고 보자는 독재자. 결국 그마저도 역병에 걸리고 의사와의 팽팽하던 신경전이 마침내 종결되려던 찰라, 독재자를 맹신하는 추종자들에 의해 엉뚱한 결말이 펼쳐진다. ________ 꽃,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새해의 결심이나 치통까지도 우리는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마땅하다. 그것이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 카렐 차페크 곤충극장 | 카렐 차페크, 김선형 저 #곤충극장 #카렐차페크 #열린책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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