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시대를 초월한 시인, 윤동주
약자와 자신을 동화한 그의 작품을 공간으로 톺아보다
“윤동주, 그는 막막한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희미하게 밝혀주는 변두리의 작은 별이다.
그는 대략 19년을 만주에서, 7개월을 평양에서, 4년을 경성에서, 4년을 일본에서 지냈다.
어디 있든 그는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길’을 생각하는 초 한 대였다.” _김응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윤동주의 문학 세계를 따라 걷다
저자 김응교는 세 권의 윤동주 책을 냈다. 백 여 편의 윤동주 시를 해설한 평전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 윤동주가 쓴 4편의 산문을 비평한 『나무가 있다-윤동주 산문의 숲에서』, 윤동주가 필사하며 시를 배운 시인 백석과 윤동주를 비교한 『서른세 번의 만남-백석과 동주』를 냈다.
이번에 내는 『윤동주-문학지도, 걸어가야겠다』는 이미 낸 3권의 책과 전혀 다른 저서다. 이 책은 그가 살아가고 사랑한 공간들과 그가 꿈꾸던 유토피아적 공간으로 작품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참신한 평전이다. 특히 윤동주의 작품 중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바다」, 「둘 다」, 「비로봉」 같은 시들을 자세히 다루었다. 「비로봉」의 시 형태가 좁고 길었던 까닭은 바로 금강산에 그런 형태의 기암절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아내었고, 윤동주가 찍은 사진의 배경을 조사하면서 정확히 어디서 찍었는지 그 장소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 인해 「동시 봄」, 「사랑의 전당」, 「사랑스런 추억」, 「별 헤는 밤」 같은 시들이 공간과 더불어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설한 저자의 글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른바 윤동주의 침묵기에 그가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그동안 밝혀진 적 없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한다.
이번 책 『클래식 클라우드 036 윤동주』는 이제까지 나온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읽는 윤동주 평전이다. 그의 작품과 삶을 해석하는 데 정확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신체적 글쓰기로 작품을 창작한 윤동주
윤동주는 어떤 작가였을까. 그는 소수자 혹은 약자의 ‘곁으로’ 다가가는 정도를 넘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고통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신체적 글쓰기corporeal writing를 보여 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고통을 작가가 함께 겪으며 그 고통을 그대로 글을 쓰는 방식이었다. 윤동주는 산문 「화원에 꽃이 핀다」에서 문장 한 행을 쓰는 데 1년 이상 걸린다고 고백하고 있다. 1년 동안 온몸과 세포를 거쳐 익히고 익은 문장을 썼다는 것이다. 봄에는 고민에 짜들고, 여름의 녹음에는 권태에 시들고, 가을 하늘 감상에 울고, 겨울의 난로곁에서는 사색에 졸다가 그제야 글 몇 줄을 얻는다. 결국 몇 줄 얻으려면 1년이란 기간이 걸린다. 그래서 윤동주는 “나도 모르는 아픔”(「병원」)을 겪을 수밖에 없는 작가였다. 이 책에서는 그가 시 한 줄 한 줄, 한 문장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깊은 자기 성찰을 해 왔는지 그 여정을 자세히 들려준다.
제땅말을 지켜 일본에 저항한 시인
역사를 지키는 투쟁은 총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동주는 일제강점기 시대 금지된 언어인 한글로 계속 시를 쓰며 금지된 시대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는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구체적인 실천을 강구했다. 그 실천 중에 하나는 금지된 언어로 시집을 내는 것이다. 그는 19편의 시를 깁고 다듬어 시집을 내려 했다.
이것이야말로 “죽어 가는” 한글을 사랑하는 실천이고, 망각을 강요하는 권력에 대항하는 저항이었다. 하찮아 보이는 저항들이 모여, 거대한 언어의 역사와 조선인들의 숨결을 지켜낸 것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036 윤동주』를 펼쳐 제땅말을 지키기 위해 애쓴 윤동주의 노력을 직접 살펴보자.
천상의 상징, 하늘 바람 별
윤동주에게 ‘하늘’은 중요한 상징이다. 하늘을 배경을 별, 바람, 구름, 달, 태양 등이 등장하며 천상의 이미저리를 형상한다. 고향을 호명한 경우 “남쪽 하늘 저 밑엔/따뜻한 내 고향”(「고향집」)이라며 남쪽 모국의 하늘을 그린다. 「둘 다」의 첫 연은 “바다도 푸르고,/하늘도 푸르고.”이다. ‘푸른’이란 단순히 색깔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하고 끝없는 힘의 의지를 상징한다. 윤동주 시에는 푸른 힘이 있다. 하늘은 비교하지 않는다. 하늘은 홀로 푸르고 끝없을 뿐이다. 하늘은 쓸데없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하늘 다리 놓였다./알롱달롱 무지개/노래하자, 즐겁게”(「햇비」)라고 윤동주는 썼다. ‘하늘 다리’는 비교가 아니라 기쁨을 연결시키는 다리다.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라는 구절은 윤동주 삶 전체를 요약할 수 있는 문장이다. ‘어두워 가는 하늘’ 아래에서 윤동주는 자기만 천국 가겠다는 개인적 영성에 머물지 않고 이웃과 역사를 보는 사회적 영성으로 살았다. 『클래식 클라우드 036 윤동주』가 그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