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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도‘라는 원죄에 사로잡혀 아직도 여전히 고군분투 하고 있는 미국사회. 이러한 인종적인 오만함이 당연시 되었던 시기가 길고 강렬했던 만큼 거기에서 파생된 문제들은 미국사회 전반에 다양한 형태로 터져나오고 있는 듯 하다. 특히, 흑인과 백인의 혼혈 ’뮬라토’들이 가져야 하는 정체성의 혼란과 스스로 흑인이기를 부정하고 백인사회에 편입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모습들이 다양한 작품들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그 예인 듯. 흑인이지만 금발과 흰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아름다운 여인 클레어는 신분을 속이고 백인우월주의자이면서 흑인을 증오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 혹시라도 아이의 피부색 때문에 신분이 탄로날까 두려워한다. 우연히 그녀와 어린시절 같이 흑인동네에 살던 아이린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그동안 모른 척 했던 흑인공동체를 몹시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한편 흑인이기에 당하는 차별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흑인 남편과 단란한 가정생활을 하고있던 아이린은 남편과의 의견 차이 때문에 부부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던 참이다. 자녀들에게 인종갈등에서 오는 불합리한 이모저모를 미리 알려주고 대비하게해야 한다는 남편의 의견에 반대하며 그녀는 아이들에게는 오로지 아름답고 희망적인 미래만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부부사이에 아름다운 클레어가 나타나자 그녀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흑인으로서의 스스로를 찾아갈 용기를 내기 시작한 여린 친구 클레어를 도와야 한다는 인종적인 동지의식과 남편과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 사이에서 아이린은 갈등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자그마한 나리에 사는 한 개인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 거기다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모여사는 나라라니.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터져나올 것이며 그 문제들이 일으키는 스케일은 또한 얼마나 클 것인지. 인종패싱, 인종혐오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라고 해서 그닥 자유롭지 못한 문제이긴 하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그것과는 비교할 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놓고 흑인 노예들을 부리고 가혹하게 취급했던 노골적인 역사가 있는 마당에 말 해 뭐하겠는가. 트럼프의 재선을 통해서 다시한 번 증명된 것은, 미국의 골수에는 여전히 백인우월주의와 인종패싱의 존재가 남아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______ “못해. 난 못해.” 그녀가 말했다. “할 수 있으면, 하겠어. 하지만 난 못해. 넌 몰라. 내가 얼마나 흑인들을 보고 싶어하는지. 다시 함께 있고 싶은지,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그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은지, 넌 알 수 없다고.” 패싱 | 넬라 라슨, 박경희 저 #패싱 #넬라라슨 #문학동에 #뮬라토 #인종차별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는데 소설로 읽으니 좀 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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