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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상세페이지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문학동네 시인선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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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출간 정보
  • 2024.08.26 전자책 출간
  • 2024.08.08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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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2.1만 자
  • 34.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07333
ECN
-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작품 정보

“말과 말 사이에 그늘이 펼쳐지면
나를 바라보는 당신이 보여요”

아픈 신(身/神)을 살아가는,
고요한 고투 속의 당신들에게

문학동네시인선 218번으로 전동균 시인의 시집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을 펴낸다.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 시 부문을 통해 등단, 올해로 시력 40년에 육박하는 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부재 속의 존재, 보이지 않는 것 속의 보이는 것, 그리고 소란 속의 침묵이라는 명제를 시종일관 진지하게 탐색”한다는 평과 함께 제19회 노작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시인 전동균. 한국 전통 서정시의 수도승이라 부름 직한 그의 시세계, 그 속에서 태어난 백자같이 단단하고 검박한 시는 이번 시집에 이르러 그 완려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시는 표면적으로는 한없이 차분하고도 미니멀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고요함은 팽팽한 시적 긴장감에서 연유한다. 마치 극한의 대치 또는 긴장 속에서 일순 정적이 이는 것처럼, 시인은 언제나 생과 언어 그리고 기존의 서정시와 대결하기에 시편 곳곳에 서늘하고도 날카로운 침묵이 배어 있다. 그래서일까, 시집에서 딱 두 번 등장하는 시어일 뿐이지만 ‘살얼음’에 눈길이 가는 건 필연적으로도 느껴진다. “숨어서 반짝이는 살얼음 같은/ 삶”(「천지간」), “내게로 오면 아슬아슬/ 살얼음 달”(「먼저 걸어가는 밤」). 맑게 반짝이는 동시에 그 위태로운 긴장 속에서 겨우 발견되고 또 쓰이는 전동균의 시가 꼭 그것과 닮았기 때문일 터. 이처럼 투명하고도 고요한 고투를 품은 57편의 시를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에 담았다.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촛불 같고 서리 같은 그 손이 누구 것인지
더이상 묻지 말자

기도하지도 말자, 더 외로워질 뿐이니

잊고 잊히는 일은 유정한 일이어서
나는 날마다
사라지는 별의 꼬리에 매달려 춤추는 꿈을 꾸고
아침마다 낯선 곳에 와 있고
_「아침마다 낯선 곳에」 부분

시집의 제목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은 지극히 인간적인 손길을 그리기도, 그러다 신의 숨결을 언뜻 느끼기도 하는 단독자의 고독을 껴안는 차원에서 지어졌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내가 숨쉴 때마다 당신은 아프시니”(「내가 숨쉴 때마다 아픈」)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는 신(身)과 신(神)의 불가분함. 그 속에서 매일의 아픈 몸으로 써낸 “내가 아니면 아무도 기록할 수 없는/ 기록하는 순간/ 사라지고 말”(「기록」) 시적 기록이야말로 전동균의 시와 신‘들’이 가까스로 만나는 교차로가 된다. “자꾸 늘어나는 알약들에게 새 이름을 붙여”가며 “폐기종을 앓아도 담배를 끊지 않는” “불학무식”(「숟가락별」)의 아픈 몸으로 하여금 시인은 어디로 향하고자 하는 것일까? “내 입속엔 얼어붙은 눈” 같은 약을 머금고 “바람 속을, 한밤 같은 햇빛 속을/ 수많은 그림자들을 품고 버리며”(「내 피에는 약냄새가 나고」) 기어코 가닿고자 하는 경지(境地)는 과연 어디일까?

정면은
너무 어둡거나 너무 환해요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어요

이젠 그 너머를 봐야겠어요

뿌리들은 무슨 열매를 준비하고
알들은 어떤 죽음의 깃털을 다듬고 있는지

세상이 온통 수렁 같을 때도
숨을 좀 가다듬고
더 깊이, 찬찬히 살펴보면
숨어 있는 다른 게 보일지 몰라요

꼬리를 흔들며 짖어대는
아침 풀밭의 이슬들,
유리창에 부딪혀 한쪽 날개가 고장난
천사의 쑥스런 표정,
냉장고 문을 열면 방긋 웃는 새끼 곰들

그래요 나는 지금
눈물을 빛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랍니다

내 발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바퀴벌레에게
별일 없나? 밥은 잘 먹나?
안부를 물으며
_「눈물을 빛으로」 전문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의 4부 구성은 “눈물을 빛으로 바꾸”기 위한 순례의 여정에 다름 아니다. ‘나’의 내면에서 시작하여 ‘나의 방’으로 이어진 후 ‘방 밖’으로 나갔다 다시금 ‘나’로 회귀하는 시적 순례. 사전 인터뷰에서 밝힌바 “삶과 세계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관념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부딪치며 정제된 시의 언어로 담고 싶”었다는 시인의 진면모는 특히 2부 ‘아침마다 낯선 곳에’에서 도드라진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을 하는 시인의 “마음이란 게 없었으면/ 기억들이 다 사라졌으면”(「비어 있는 침대」) 싶은 “일인용 낮과 밤”(「원룸」) 속에서는 “당신 속에 있는/ 당신도 모르는”(「잠들 때면」) 당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3부 ‘첫 고백인 듯 마지막 약속인 듯’에서는 원룸을 떠나 바깥세상에서 마주한 사람/사물/삶을 통해 써내려간 시편을 모았다. “내게도 나는 두렵고 크고 작고 가난한 것”(「눈」)이지만, “세상이 아픈 자들, 대속(代贖)의 맨발들”(「소나기」)을 마주할 때면 “왜 세상 모든 곳은/ 무덤이며 성전인지”(「해가 지면 다시」) 우리 역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세상으로부터/ 저로부터/ 스스로 쫓겨난 자의 넘쳐나는 갈증”(「독락당 모란꽃」)은 쉬이 해소될 수 없으며, 외려 세상 속에서 더욱 강렬해지기도 하지만, 시인은 “좀더 낮게/ 좀더 아프게/ 한 걸음 더 나아가”(「배론」)는 염결한 시적 순례를 결코 서둘러 끝낼 수 없다.

말을 아끼려 해요

말과 말 사이에 그늘이 펼쳐지면
나를 바라보는 당신이 보여요

(…)

나는 내 것이 아니에요
당신 것도 아니죠

우리는
밥과 사랑과 시간의 하인
하룻밤 새 모든 꽃을 데려오고 데려가는
바람의 하인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는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고는
밥을 구할 수 없고
잠을 청할 수 없으니
_「안과 바깥」 부분

시인은 “말을 아끼”고 “말과 말 사이에 그늘이 펼쳐”질 때에야 “나를 바라보는 당신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는, 버리고 아끼고 비워낸 ‘시’와 그 시에 쓰이지 않은 ‘그늘(공백)’마저 우리가 감각할 때에야 시와 시인이, 시와 독자가 비로소 마주보는 지평이 열린다는 지극한 시론으로도 읽힌다. “할말만 하는, 다 말하지 않아도 울림으로 전해주는 시”의 몸은 단출하고 그 표정은 고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쩐지 그 자그맣고 투명한 몸은 우리의 시작과 끝을 닮지 않았는가? 시의 몸은, 아픈 몸은 그렇게 ‘신’과 만난다. 또한 미지의 당‘신’과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은 이렇게 만나질 것이다. “아직 불어오지 않은 바람에 떨며 나는 서 있다/ 누군지 모를 당신과/ 가슴을 맞대고”(「아직 불어오지 않은 바람에 떨며」), “모든 사람을 통과해/ 한 사람에게로”(「구멍」).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동균 시인의 작품들이 탁월한 종교 시편들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언어가 신앙의 영역으로 수월하게 비약해버리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어떤 아름다움은 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에 다가가기 위한 절망과 기쁨을 그려낸 유려한 언어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 그의 생은 절대자에게 자신의 모든 죄와 의무를 떠맡긴 종복의 삶이라기보다는 제 몫의 죄와 슬픔을 짊어지고 스스로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르는 삶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들은 배고픔과 공허함에 쫓기다 이내 세월에 마모될 “밥과 사랑과 시간의 하인”에 불과할 뿐이지만, 의미를 알 수 없이 피투된 이곳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며 일렁이는 시인의 고투에서 신앙과 종교 이전에 치열하고 충실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_조대한, 해설에서

작가

전동균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62년
학력
중앙대학교 대학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학사
데뷔
1986년 소설문학 시 신인상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전동균)
  • 우리처럼 낯선 (전동균)
  •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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