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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의 우리는 상세페이지

그 밤의 우리는

문학동네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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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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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00원
판매가
11,900원
출간 정보
  • 2025.11.25 전자책, 종이책 동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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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3.2만 자
  • 31.1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14577
UCI
-
그 밤의 우리는

작품 정보

* 이 콘텐츠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3 젊은작가상이 지목한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운 시선,
정선임이 그려내는 ‘오늘, 우리, 이 도시’ 이야기

2018년 단편소설 「귓속말」로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2023년 「요카타」로 제14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정선임의 두번째 소설집 『그 밤의 우리는』이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일상의 저편으로 밀려난 존재들의 이름을 힘있게 호명해냈던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그들이 각자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는 모습을 세밀하고 구체적인 장면으로 그려낸다. 젊은작가상 수상 당시 “일생에 대해, 역사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소설가 강화길)는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듯, 정선임의 소설은 한 개인의 일상이라는 작은 실마리를 통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삶을 모아 꿰뚫어본다. 전 세계적으로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감염병 사태를 비롯해 최근 주요 이슈로 지목되고 있는 간병과 돌봄 문제, 세대 간에 발생하는 갈등 등 인간사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위기를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다. 사람과 사람이 맞부딪칠 때마다 수 번 무너졌다가 다시 쌓아올려지길 반복하는 ‘믿음’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 믿음이란 것이 비록 희미한 형태에 불과할지라도 결코 저버리지 않고 끝끝내 붙잡고 버티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그렇게 정선임은 “모든 일상의 면면을 세계의 희망으로 받아들여 채록한다. 작은 생명이 군집되어 우글거리는 미니어처와 디오라마, 그리고 옥상 정원의 풍경 속에서 멸망 직전의 우주를 구해내는 역설로 말이다”.(문학평론가 전청림, 해설)


“지금 나는 거리에 있다.
우리의 우정과 상처를 한없이 가볍게 여기는 그 거리에.”

정선임의 인물들은 밤을 건너는 중이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어떤 비밀을 속살거려도 괜찮을 듯한, 해가 떠오르기 전까지 잠시 동안만 허락되는 비밀스러운 시간. 규칙과 규율로 통제되는 낮과는 달리 어떤 비이성적인 일이 벌어진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 신묘한 밤에, 잘 알지 못했던 상대의 내밀한 마음을 꺼내어 헤아려보고 외면해왔던 진실에 가까워진다. 함께했던 시절로부터 너무나 멀어져 이제는 서먹해진 ‘우리’의 관계를 낱낱이 해부하고 재조립해본다. 그리고 돌이켜본다. 그동안 함께 지나온 숱한 밤들은 어떤 밤이었나.
소설집의 문을 여는 「이후, 우리」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근미래를 그린다. 정부 지침에 따라 감염자로 분류된 ‘승희’는 일주일간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된다. 특정한 고통을 공동으로 경험한 이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연대의 공간에서, 승희는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십대 여자아이 ‘유정’, 튀르키예 출신 유학생 ‘하산’과 함께 짧지만 강렬한 우정을 나눈다. 사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모여 피워내는 공명의 시간은 이들로 하여금 외부로부터 부여받은 각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진정한 의미에 관해 톺아보게 만든다. 특히 견고하게 유지해왔던 승희의 방어벽이 유정에 의해 무장 해제되는 장면은,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한 사람의 세계가 확장되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때로 친밀함은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악용되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속 ‘나’는 대학생 시절, 함께 공유하던 문서함에 ‘정아’가 남긴 글을 고치거나 삭제하며 그의 삶을 평가하고 재단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어리고 미숙했기에, 다시 만난 정아와는 ‘공유 정원’을 통해 완성해지 못했던 우정의 장을 이룩해보고자 한다. 정성을 들여 식물을 키워내듯 마음을 다해 보살폈더라면 달라졌을 정아와의 인연을 반추하면서, ‘나’는 정아가 남기고 간 식물을 “품에 꼭 끌어안”는다.

구근 주위의 흙을 맨손으로 팠다. 얼어서 잘 파지지 않았다. 손이 시리고 아팠지만 개의치 않았다. 구근의 잔뿌리가 다치지 않게 살살 뽑아내 컵라면 용기에 담은 뒤 흙을 퍼서 고르게 덮었다.
우리에게도 아직 남아 있는 문장이 어딘가에 있을까.(85쪽)

소중했던 시절을 붙잡아둘 수 있는 건 “우리에게도 아직 남아 있는”(「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무언가가 존재하리라 믿는 마음 덕택이다. 첫 소설집에서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유령 같은 존재를 감각하게 만들어주었듯이, 정선임의 작품에서 고양이는 곁에 없는 대상을 향한 믿음이 투영된 상징물로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정선임의 인물들은 사라진 연인이 고양이로 변해 찾아왔다며 자신마저도 고양이가 되어버리는가 하면(「아직은 고양이」), 죽은 반려묘가 여전히 곁을 맴돌고 있다고 믿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실감을 소화해보려 노력한다(「속삭이는 깃발들」).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한심하다고 여겨졌던 이 인물들의 경험이 화자인 ‘나’에게만큼은 전달되기 시작하면서, 잊힐 뻔했던 존재들에 형태감이 부여된다. “우리가 믿을 수 있고 믿고 싶어하는 것. 보고 싶고 듣고 싶지만 사라졌고, 결코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싶지 않은 것.” 즉, 정선임이 그려내는 고양이는 “소망의 다른 이름이다”.(전청림, 해설)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다음 문장을 적어야 했다.
아직은 쓸 수 있으니까. 믿음도, 사랑이라는 말도.”

믿음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이들이 지닌”(「속삭이는 깃발들」) 신실한 마음이다. 「속삭이는 깃발들」의 ‘형지’는 저마다의 소망을 지닌 채 광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에겐 없는 그 간절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품는다. 한 번도 무언가를 “제디로 믿은 적이 없다는 것”, 그것이 “나의 죄”라고까지 말하는 형지는 한 사람이 갖는 신념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형지는 자기 삶의 의문스러운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주된 근원인 타국의 여인 ‘마이라’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지나온 생을 곱씹는다.
이렇듯 믿음의 문제를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낯선 존재에 정선임은 ‘마이라’라는 공통된 이름을 붙여본다. 「해저로월」은 오랜 타국 생활 끝에 사망했다는 고모 ‘미경’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포르투갈로 향하는 ‘나’의 여정을 그린다. 그곳에서 ‘나’는 친척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질 나쁜 소문들과는 달리 고모가 “자신의 길에서 달리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 ‘마이라’로 불렸다던 고모의 족적을 따라가는 동안, ‘나’는 어린 시절 고모가 손에 쥐여주었던 차갑고 매끈한 마작 패의 감촉을 생생하게 되새겨본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고 매끄러운 물체의 감각은 「인디언 돌」로 이어진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겉돌던 ‘나’는 ‘아희’를 만나 벼락처럼 뜨겁고 반짝이는 우정을 나눈다. “서로에게 이야기할 게 너무 많아서”, “아주 사소한 감정도, 별일 아닌 일상도” 전부 털어놓기 바빠서 둘은 몽돌을 쥔 사람만이 발언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어냈다. 그 매끈한 돌의 감촉은 한참의 시간이 흘러 ‘나’가 아희 없이 홀로 거리를 오갈 때 뒤늦게 “따뜻하다못해 뜨거워”지며,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증폭시킨다.
후반부에 나란히 배치된 「바다 가는 날」과 「십일월이 지나면」은 이처럼 개인을 압도하는 세월의 흐름 앞에 놓인 인물들을 그린다. 폐암 말기에 섬망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와 노화로 인해 요의를 조절하지 못하게 된 엄마(「바다 가는 날」), 그리고 암에 걸려 누군가의 간병을 필요로 하는 아버지(「십일월이 지나면」)는 결혼도 하지 않은 자식에 의탁하는 대신 스스로 요양원에 입소하기를 선택했다. ‘정상 가족’을 이루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부모 세대가 염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러한 선택을 초래한 현실이 “텁텁하고 쓰”지만 “그래도 나는 그것을 삼킨다.”(「바다 가는 날」) “자신할 수 있는 미래란” “십일월이 지나면 겨울이 온다”(「십일월이 지나면」)는 명료한 사실뿐임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그런 ‘나’를 지켜보며, 이미 지난한 삶을 겪어본 자가 품는 마음이란 이런 것이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품위를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힘없이 축 늘어진 성기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볼품없던 몸. 그런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는 건 회복이나 성장이 아니라 죽음뿐이었다. 단의 소설을 보며 이런 게 사랑이냐고 물었지만, 실은 나에게 묻고 싶었다. 무엇이 사랑인가. 고통을 느껴야 사랑인가. 바닥까지 드러나야 사랑인가.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단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260쪽)

미로처럼 복잡하게 꼬인 삶의 내부를 파고들면, 몸체를 숨긴 채 웅크리고 있던 저마다의 고통이 드러난다. 정선임의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과격하게 돌파하기보단 때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바다 가는 날」) 기다리며 이 어려움의 정체를 고요히 들여다보고 이해하고자 한다. 그것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성숙한 방책임을 작가는 알고 있다. 그러니 길고 긴 밤을 통과해 지금의 자리에 잠시 멈춰 선 이들은, 방향을 잃은 게 아니라 제자리에서 단단해지는 중이다. “삶이 있으므로 무언가를 믿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믿음으로써 지탱될 수 있는 것이 삶”(전청림, 해설)이기에, 오래도록 지켜야 할 소중한 믿음 하나씩을 찾아 손에 쥐어본다. 메마르고 갈라진 도시의 살풍경을 부드럽게 봉합하는 회복력은 그러한 결심에서부터 비롯된다. 머지않아 상처가 났던 자리에 도톰히 새살이 차오를 것이다.

작가

정선임
경력
라디오 작가
수상
제19회 중앙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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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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