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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두·이충익·심대윤 : 참된 마음의 공부길 상세페이지

정제두·이충익·심대윤 : 참된 마음의 공부길

창비 한국사상선 9

  • 관심 0
창비 출판
소장
전자책 정가
18,400원
판매가
18,400원
출간 정보
  • 2026.03.26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27.1만 자
  • 83.0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36484514
UCI
-
정제두·이충익·심대윤 : 참된 마음의 공부길

작품 정보

인간 마음의 참된 본질에 대한 강화학파의 탐구
내면을 충실하게 만들고 주체적 행동으로 나아가다

창비 한국사상선 제9권 『정제두·이충익·심대윤: 참된 마음의 공부길』은 조선의 실심실학(實心實學)을 주도한 강화학파 대표 학자들의 주요 문헌을 정리한 책이다. 강화학파는 18세기에 들어서 조선 주자학이 현실 정치를 개혁하는 데서 유명무실해지고 고작 하나의 편협한 당론으로 굳어갈 때, 당쟁에서 소외되거나 거리를 둔 학자들이 강화도에 결집해 형성한 사조다. 강화학파의 학자들은, 조선 주자학이 정신을 중시하는 동시에 실천을 강조하는 방식이 서로 연관되지 않는 두 세계를 ‘무매개적’으로 잇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인간 내면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개개인의 생활에서 각자 취하는 주체적 행동이 얼마나 다양한지에 관심을 두었다. 이는 곧 “자기 자신을 충실하게 만든다는 ‘실기(實己)’의 사상”(14면)이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 위해 수시로 자신을 점검하는 주체적 학문의 발흥으로 이어졌다.
18세기 강화학파의 실심실학은 소론의 가계를 통해 계승되었다. 여기서 소론의 가계란 정제두로 대표되는 연일정씨, 이충익으로 대표되는 전주이씨 덕천군파, 심대윤으로 대표되는 청송심씨 등을 가리킨다(좀더 자세한 가계와 계파 관련 정보는 이 책의 서문과 표 ‘강화학파 학맥’에서 볼 수 있다). 그들이 학파를 이룬 18세기는 조선의 유학이 당쟁의 도구로만 쓰이면서 기존에 사회 전반을 지탱하고 통합하는 이념이었던 쓰임새를 스스로 팽개치는 시대였다. 강화학파 학자들은 당시 정통 주자학이 갈수록 본연의 모습을 잃고 있다며 ‘허학(虛學)’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바야흐로 인간이 자신의 양심을 믿고 실천하는 윤리주체라는 점을 내세우는 실기의 실학을 모색하는 때가 도래한 것으로 판단했다.

마음을 실하게 하는 공부, 이를 위한 새로운 모색

강화학파의 성립을 이끈 정제두(1649~1736)는 정몽주의 11대손으로 16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청년기에 박세채와 윤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32세 때 벼슬이 내려졌지만 정계에 진출하지 않은 채로 국왕에게 상소를 올리며 정국 운영에 영향력을 미쳤다. 1689년 기사환국으로 남인이 집권하여 율곡 이이 등을 문묘에서 출향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경기도 안산으로 낙향했다. 박세채와 윤증 등 당대의 유학자들이 정제두를 가리켜 주자학에 충실하지 못함을 책망하자, 양명학적 입장을 들어 주자학을 비판하기도 했다. 78세이던 1726년에는 양명학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탄핵의 계를 받았다.
정제두의 사상에 대해서 이 책의 편자 심경호는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정리했다. “사물의 이치인 물리(物理)를 논의의 중심에 두지 않고 역동적인 이치인 생리(生理)를 사유의 중심에 두어, 사고의 궁극적 대상을 인간에 두었다.”(26면) 즉 정제두는 이(理)를 물리(物理)와 생리(生理)로 나누면서, 물리는 공허하고 죽은 생각인 반면에 생리는 정신생기(精神生氣)를 가진 인간의 참다운 성(性)을 뜻한다고 보았다. 또한 생리의 선한 부분을 진리(眞理)로 보면서 진리가 모든 사물을 능동적으로 통섭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정제두를 ‘양명학자’로 보는 시선을 더욱 강화했지만, 실제로 정제두는 양명학으로는 세상을 구할 수 없고 백성의 일상에 적절한 대응책을 주지 못한다는 의구심을 평생 품었다고 전한다. 정제두가 제기한 물리와 생리의 문제는 강화학파의 이후 세대들이 인간 특히 ‘몸’에 대해 사유하고 인간 개개인의 생활을 탐구하는 단서를 제공했다.
그 후속 세대의 주요 인물인 이충익(1744~1816)은 12세가 된 1755년 생부 이광현이 귀양을 가자 강화학파 덕천군파의 계보에서 중요한 인물인 이광명의 양자로 들어가게 됐다. 이로써 강화학파 중기의 학맥은 이광명 이후 이충익, 이면백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충익은 생부와 양부가 귀양 가 있는 경상도 기장과 함경도 갑산을 오가면서 그들을 모셨다. 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강화 초피봉 아래에 집을 짓고 살며 내내 곤궁하게 살다가 73세에 눈을 감았다. 이충익을 비롯한 강화도 덕천군파는 주자학의 격물치지론을 재해석하거나 불교와 도교 사상을 실기(實己)와 접목하고자 했다. 특히 이충익은 불교에 심취하여 마니산 아래 암자를 짓기도 했다. 이를 타박하는 재종형제 이영익에게 이충익이 보낸 시구의 일부가 인상적이다. “인연 따라 인도하여 설할 일이지, 어찌 자취를 따지랴 / 문을 닫고 문을 여는 것도 다만 이 한 몸의 일.”(170면) 이충익은 양명학도 불교도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고 진리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보았다. 오로지 “이 한 몸”의 주재하에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심대윤(1806~72)은 정제두의 제자 심육의 후손으로,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정제두의 학문 가운데 양명학적인 면을 추종하지 않았고, 몸의 사상과 백성들의 자발적 실천윤리론을 세우고자 했다. 이처럼 그는 강화학파의 이론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스스로를 ‘초야의 기인’이라고 부르며 자신만의 사유를 구축하는 데 열의를 보였다. 선대의 인물들이 대거 옥사당하면서 심대윤은 생애 내내 극심한 곤궁에 시달렸지만, 그는 목공방과 약방을 열어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목공방에서 몸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본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주요 통로라는 사실을 체득했다. 유교 본연의 물질에 대한 철학을 한층 더 본질적으로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직분을 게을리하고 자기의 삶을 포기해버리면, 살아 있는 형체는 해골 같아지고 영명한 본성은 식은 재처럼 적막하게 되어, 죽지 않았으나 죽은 것이 되고 사라지지 않았으나 사라진 것이 된다.”(38면) 이는 강화학파 특유의 ‘몸의 사유’를 계승하고자 한 심대윤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주체의 철학으로 강화학파 사상을 재발견하다

강화학파의 초기와 중기를 대표하는 인물인 정제두·이충익·심대윤은 조선 유학이라는 고정적 틀에 연연하지 않은 글쓰기를 펼쳤던 터라 그들의 글은 유려한 수사 없이 그저 소박하다. 또한 강화학파는 사상적으로 탄압을 받으며 내내 소외받았던 탓에 이들의 주요 저술 중에 간행된 경우는 없다시피 했고, 그렇다보니 그들의 사상은 근대에 들어 우리 사상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현대에 이들 강화학파의 주요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제두·이충익·심대윤이 보여준 사유는 인간 양심의 순수 동기에 주목하여 ‘실기(實己)’를 그 중심에 두었다는 점에서 특출나다. “그들은 시문에서 늘 자기를 속이지 않았고 열패한 선비나 참혹한 처지의 농민, 여성, 노비에 대해 진성으로 슬퍼했다.”(44면) 그리고 강화학파 학자들이 보여준 혁신적인 기세는 한반도를 살아온 평범한 이들의 구체적인 일상과 현실 정치의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내면서 한국사상사에서 무척 의미있는 ‘주체의 철학’을 수립해냈다고 평할 수 있다.

작가

정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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